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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이야기
소금과 설탕은 각각 특이한 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음식에 첨가하는 조미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설탕은 하얀 고체이며 단 맛을 가지고 있고 가수분해하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용액은 광학적 활성을 가지고 있다. 자연적으로는 사탕수수나 사탕무 등에서 얻어진다, 고도로 정제된 백설탕은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금 역시 하얀 고체이지만 짠 맛을 가지고 있고 물에 녹으면 전기를 통한다. 그런데 만일 설탕과 소금을 일대일로 잘 혼합하면 어떻게 될까? 맛이 아마도 이상야릇해져 그대로는 아무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다. 소금과 설탕을 혼합하여 쓸모없게 만들기는 쉽지만 둘을 분리하여 원래의 물질로 되돌리기는 아주 어렵다.
또한 칸막이로 분리된 0℃의 물 100ml과 100℃의 물 100ml에서 칸막이를 제거하면 바로 혼합되어 50℃의 물 200ml로 되지만 200ml 물 50℃가 저절로 분리되어 0℃의 물 100ml과 100℃의 물 100ml가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혼합하기는 쉬운데 분리하기는 아주 어려울까? 혼합된 상태가 분리된 상태보다 일어나기 쉽다는 것 즉 혼합될 확률이 분리될 확률보다 아주 크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무질서한 상태가 질서정연한 상태보다 아주 더 일어날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주사위로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2개의 주사위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36이며 둘 다 같은 숫자가 나올 경우의 수는 6이니 같은 숫자가 나올 확률은 6/36, 즉 1/6이다. 주사위가 3개이면 동일한 수가 나올 확률은 6/216, 즉 1/36이 되고 4개이면 6/1296, 즉 1/216이 된다. 여기에서 주사위의 수가 증가하면 나오는 숫자가 다를 확률이 모두 같을 확률보다 아주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은 엔트로피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과정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되어 진다.
에너지가 수반된 반응은 좀 더 복잡한데 낮은 온도에서는 에너지의 영향이 지배적이고 온도가 올라가면 엔트로피의 영향이 점점 커진다. 철은 구성단위가 자성을 가지며 서로 강한 양의 상호작용을 가지는 것이 에너지로 보면 유리하므로 Curie 온도 (철의 Curie온도는 770℃) 이하에서는 단위 자석들이 같은 방향으로 배열되어 강자성을 가지지만 온도가 올라가면서 조금씩 감소하다가 Curie 온도 이상이 되면 갑자기 질서가 무너져 자성을 잃는다. 이 현상은 엔트로피의 효과와 아울러 협력현상에 의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공기는 왜 지표면에 쌓이지 않고 높은 고도까지 분포하고 있을까? 공기에 작은 입자, 액적도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이 기체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기체 분자도 아주 작기는 하지만 질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구의 중력에 의하여 지표 쪽으로 끌린다. 한편 기체 분자가 앞에서 언급한 엔트로피에 의하면 지표면에 존재할 확률은 거의 0이다. 서로 상반되는 증력과 무질서해지려는 경향 때문에 타협하여 실제적인 경우처럼, 즉 공기는 높은 곳 까지 분포하고 있지만 지표면에서 가까우면 농도가 진하고 높이 올라갈수록 희박해진다. 고산지대에는 산소가 부족하므로 고산병에 걸리게 되며 하산하면 저절로 회복된다. 또한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티벳인들은 혈액에 더 많은 적혈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굴이 검붉다.
온도를 낮추어 가면 점점 공기를 이루고 있는 기체 분자들이 응축하기 시작하여 액체로 변화되므로 지표에 모이게 된다. 역시 공기의 경우에도 에너지와 무질서도의 영향을 둘 다 받기 때문에 온도가 높으면 무질서도의 영향이 커지며 낮은 온도에서는 에너지의 영향을 더 받게 된다.
엔트로피 법칙에 대한 가장 획기적인 도전은 19세기 말 위대한 과학자인 J. C. 맥스웰과 L. 볼츠만1) (1844~1906)으로부터 나왔다. 맥스웰은 엔트로피에 관한 사고실험2) (Thought Experiment)로 유명하다. 그는 모든 분자들의 경로와 속도를 한번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존재, 그러나 분리 막의 구멍을 열고 닫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유한한 존재를 가정했으며 그것은 후에 ‘맥스웰의 도깨비 (Maxwell's Demon)'라 명명되었다.
맥스웰은 다음과 같은 장치를 가정하였다. 가운데 조그만 문이 달린 벽으로 나뉜 두 개의 칸이 있다. 이 칸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이고 ’균일한 온도‘의 기체로 꽉 차 있다. 균일한 온도이기 때문에 아무런 일도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이다. 그는 두 칸 사이에 있는 벽의 문 곁에 아주 지독히 조그만 도깨비가 있어 분자들을 마음대로 이동시키게 한다는 가정을 통해 맥스웰은 엔트로피 법칙에 도전했다.
이 사고실험에서, 손가락이 정교하고 지능 있는 도깨비는 문을 열고 닫고 하면서 평균보다 빠른 속도의 분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느린 속도의 분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낸다. ‘빠른 속도의 분자는 높은 온도이고 느린 속도의 분자는 낮은 온도이기 때문에 오른쪽 칸의 기체는 차츰 뜨거워질 것이고 왼쪽 칸의 기체는 차츰 차가워질 것이다. 일단 온도의 차이가 생겼으므로 엔진을 돌려서 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대 엔트로피, 즉 균일한 에너지의 평형 상태로부터 출발하여 맥스웰은 외부 에너지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채 엔트로피 과정을 역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한한 셈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열역학 제 2법칙의 위반일 것이다.
그러나 우선 실제 세상에서 이러한 도깨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거기 적절한 도깨비가 있다고 가정하고 또 이 도깨비가 그 같은 일을 기꺼이 수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도깨비는 제 2법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맥스웰 자신도 “열역학 제 2법칙은 한 컵의 물을 바다 속에 부어 버리면 바로 그 한 컵의 물을 다시 골라낼 수는 없다”는 정도의 원리라고 말했다.
S. 앙그리스트와 L. 헤플러는 이 도깨비를 시험하여 도깨비조차도 엔트로피 법칙을 피할 수 없음을 「텍사스 쿼터리(Texas Quarterly)」지에 발표하였다.
“맥스웰은 그의 도깨비가 각각의 분자의 속도(속력과 방향)를 알 수 있으며 또한 거기에 따라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 그 도깨비가 균일한 온도의 고립된 양쪽 칸의 어느 쪽을 본다면 복사의 균일로 도깨비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 칸의 동일성 때문에 도깨비는 열복사와 그 요동만을 느끼게 될 뿐 결코 분자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도깨비는 그 칸에서 이러한 복사평형을 교란시킬 빛의 공급을 필요로 하게 되며 우리는 분자를 볼 수 있도록 빛을 공급한다. 계에 가해진 빛은 도깨비가 분자를 볼 수 있게 해 주고 도깨비는 빠른 속도의 분자와 느린 속도의 분자를 구분하게 되고 문을 여닫게 될 것이다. 도깨비가 전체기체의 질서도를 증가(즉, 엔트로피를 감소시킴)시킬 수는 있겠지만, 광원에 의하여 무질서도는 증가되고 따라서 엔트로피도 증가된다. 결국 전등, 도깨비, 기체를 모두 포함하는 전체 계에 대해서는 제2법칙이 요구하는 대로 엔트로피가 증가된다. 따라서 이러한 종류의 영구 기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와 같은 사고실험들이 증명하고 있는 바는 ‘아무런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관측까지도 마찬가지이다.’라는 결론이다.
끊임없는 엔트로피 법칙의 침략으로부터 고전 물리학을 구하고자, 볼츠만은 엔트로피 개념을 둘러싼 파란 많은 논쟁에 가담했다. 볼츠만의 ‘h정리’는 제2법칙을 수용하는 한편으로 동시에 제2법칙의 핵심을 약화시키는 교묘한 개략이었다. 볼츠만은 제2법칙의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는 닫힌계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지만 절대적인 확실성을 주장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확실하게 (certainly)'라는 말보다 ’아마도 (probably)'라는 말을 쓰는 것을 선호했다. 그럼으로써 제2법칙을 확률 이론 또는 통계적 법칙으로 돌리게 되었다.
볼츠만이 말하는 것은 에너지가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옮겨갈 확률이 극히 적을 뿐이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볼츠만의 논의에 대해서 명백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많은 과학자들이 지금도 그의 주장을 옳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A. S. 에딩턴경 (1882~1944)은 볼츠만의 확률 이론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하여 명쾌하게 논하였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칸 속에 한쪽에는 공기를 가득 채우고 나머지 한쪽은 진공으로 만든다. 다음 두 칸으로 나누고 있는 칸막이를 치워서 공기가 전체에 고루 퍼지게 한다. 수십억 개의 공기 분자는 제멋대로의 무작위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어느 순간엔가 한 쪽 칸으로만 모일 확률도 있다. 이렇게 될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 에딩턴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한 떼의 원숭이들이 타자기 위로 돌아다닐 경우에도 이들이 영국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모든 책을 다 찍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원숭이들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분자들이 통의 한쪽 칸으로만 모일 가능성보다는 결단코 훨씬 더 크다.
에딩턴은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반응이 진행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계가 외부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열린 계, 닫힌 계, 그리고 고립된 계로 구분한다. 열린계에서는 물질과 에너지가 자유로이 외부와 교환될 수 있으며, 닫힌계는 에너지는 교환되지만 물질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계이고 고립된 계에서는 물질도 에너지도 교환되지 않는다. 지구는 일반적으로 닫힌계라고 정의된다. 비록 우주에서 운석이나 소행성 등이 지구로 들어오기는 하지만 물질의 출입은 에너지의 출입에 비하면 극히 적다. 닫힌계에서는 물질적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여 마침내 최대가 된다.
에너지 함수들
에너지 함수에는 일 w, 열 q, 내부에너지 U, 엔탈피 H, 엔트로피 S, 헬름홀츠 (Helmholz)자유에너지, A 및, 깁스 (Gibbs)자유에너지, G가 속한다.
일에는 기체의 압축, 팽창에 의한 일, 표면적이 커지거나 작아질 때의 일, 길이의 변화에 따른 일, 전기전위가 변화할 때의 일 및 축이 회전할 때의 일 등이 있다. 이들 일에 대한 미분 식은 다음으로 주어진다.
기체의 압축, 팽창: -PdV (P; 압력, V; 부피)
표면에서의 일: γdσ (γ; 표면장력, σ; 면적)
길이의 변화: fdl (f; 힘, l; 길이)
전기적 일: φdQ (φ; 전위차, Q; 전하)
회전에 의한 일: τdθ (τ; 토크, θ; 각)
열은 자발적인 반응에서 항상 높은 온도의 물체에서 낮은 온도의 물체로 이동하며 이동한 열의 양은 온도변화로 알 수 있다. 열은 물체의 질량 (m), 비열 (c), 그리고 온도차 (ΔT)의 곱으로 표시된다.
Q = mcΔT (1)
내부에너지 U는 계에 행해진 일과 주위에서 흡수한 열의 합이다. 즉, 다음 식으로 표시될 수 있다.
ΔU = w + q. (2)
기체의 팽창, 압축에 의한 일에서의 내부에너지 변화 dU는 다음 식으로 표시된다:
dU = q - PdV. (3)
대부분의 반응이 열린계에서 일어나므로 압력이 일정한 경우가 부피가 일정한 경우보다 더 일반적이다. 기체의 압력-부피 일만 일어나는 경우에 압력이 외부 압력과 같으며 일정하다면 식 3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ΔU = qp - PΔV. (4)
위 식에서 qp는 등압과정에서의 열이다. 상태변화에 따른 내부에너지변화는 다음 식으로 주어진다:
U2 - U1 = qp - P(V2 - V1). (5)
따라서 흡수된 열 qp는 다음과 같다:
qp = (U2 + PV2) - (U1 + PV1). (6)
흡수된 열이 계의 두 함수의 차이로 표시되므로 새로운 함수, 엔탈피 H를 도입하는 것이 편리하다. 즉,
H = U + PV . (7)
따라서 식 2. 18은 다음 식이 된다:
qp = H2 - H1 (8)
열역학 제2법칙에서 소개되었던 엔트로피 S 역시 상태함수이며 가역적인 과정에서의 열 변화를 절대온도로 나눈 함수이다. 즉, S = dqrev/T로 표시된다. 열역학 제2법칙과 제3법칙은 각각 자발적인 반응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며 절대영도에서 완전고체의 엔트로피는 0으로 정의된다.
자유에너지는 반응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계의 부피가 일정할 때에는 헬름홀츠자유에너지 A가 정의되며 압력이 일정할 경우에는 깁스에너지 G가 정의된다. A와 G는 다른 열역학 함수들로 표시되는데 복잡한 유도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표시하면 다음 식들로 나타내어 질 수 있다:
A = U - TS (9)
G = H - TS. (10)
대부분의 반응에서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G를 이용하여 반응의 자발성 및 방향을 예측한다.
dG < 0 : 비가역과정, 비평형, 자발적 반응
dG = 0 : 가역과정, 평형, 비자발적 반응
dG > 0 : 일어나지 않음
기체의 팽창, 압축에 의한 일에 대한 열역학함수들의 기본 식은 다음과 같다:
dU = TdS - PdV (11)
dH = TdS +VdP (12)
dA = -SdT - PdV (13)
dG = -SdT + V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