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신 관음(三十三身觀音)
변화의 진정한 의미
관음보살의 두드러진 외형상의 특징 중 하나가 다양한 변화의 모습이다. 물론 그런 변화의 목적은 어려움에 직면한 갖가지 중생들의 모습대로 육화(肉化)하여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나의 고통과 슬픔으로 나누는 데 있다.
진정 아픈 자만이 아파하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버리고 완전히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서 자비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원자와 피구원자 사이에는 결코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거리가 생겨나 서로 간의 진정한 만남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지옥에 들어가야 그 속에 빠진 자를 구원할 수 있으며, 화염에 흽싸인 자를 구하려면 그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법이다. 이렇듯 나를 버리고 고통받는 중생들의 삶의 장소로 완전히 들어가 그들과 함께 구원의 길,
진리의 길로 나간다는데 변화의 참된 정신이 있는 것이다.
『법화경』 「보문품」에서는 관음의 변화하는 모습을 33가지로 나누어서 설하고 있다.
그러나 33이란 숫자상의 33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인도의 수 개념에서 무한수를 지칭한다.
즉 무수한 변화의 모습을 33이라는 숫자로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보문품」에서 무진의(無盡意) 보살이 부처님에게 묻는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떻게 이 사바세계에 다니며 어떻게 중생을 위하여 법을 말하며
그 방편의 힘은 어떠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답한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은 붓다의 몸으로써 제도할 중생에게는 붓다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고
벽지불의 몸으로서 제도할 중생에게는 벽지불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한다......
[부처님은 이렇게 차례대로 33신(身)의 이름을 거명한다.]......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이 공덕을 성취하여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이 산하대지를 거닐며 중생을 구원하나니라.'
일본 교토 지은원(知恩院)에는 '관음 32응신도'가 소장되어 있다.
응신(應身)이란 응하여 나툰 몸이라는 뜻으로 변화신(變化身)과 같은 의미인데,
여기서 33이 아닌 32응신인 까닭은 『법화경』보다는 『능엄경(楞嚴經)』의 32응신설에 따랐기 때문이다.
이 불화는 본래 전라남도 영광 도 갑사에 있던 조선 초기 작품으로 불화 중에서도 도상과 회화적 구성,
그리고 기법 상의 세련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홍윤식 교수는 말한다. 거기에는 관음의 변화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33신 하나하나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다.
33신(身)이란
1. 불신(佛身) : 관음은 사실 보살이다. 그런데 보살이기는 하지만 그 본체는 이미 깨달음을 이룬 법신불이다. 다만 중생의 구제를 위해 붓다의 몸으로 사바세계에 그 모습을 나툰다. 보살이면서 붓다이고 붓다이면서 보살인 분이 바로 관음보살이다. 해서 『관음삼매경(觀音三昧經)』에서는 원래 관음보살은 나보다 먼저 붓다가 되었으니 그 이름은 정법명왕여래(正法明王如來)라 했으며, 석가모니는 그의 제자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2. 벽지불신(Pratyeka buddha): 벽지불이란 홀로 깨달음을 연 소승불교의 성자를 일컫는데, 연기의 도리를 깨쳐 연각(緣覺)이라 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지 않고 홀로 깨쳤다고 하여 독각(獨覺이라고 한다.
3. 성문신(聲聞身:Sravaka): 부처님 가르침, 즉 사성제(四聖諦)를 듣고 깨달은 소승불교의 성자이다.
4. 범왕신(梵王身 : Brahman) : 힌두교의 삼신(三神) 중 하나로서 창조를 관장한다.
5. 제석신(帝釋身: Indra) : 비와 번개를 동반하는 『리그베다』최고의 신으로서 악마의 무리를 퇴치하는
무장이기도 하다.
6. 자재천신(自在天身 : Isvara) : 힌두교의 세 신중 보존의 신인 비슈누(Vishnu)를 불교화한 신이다.
7. 대자재천신(大自在天身 : Mahesvara): 힌두교의 세 신중 파괴의 신인 쉬바(Siva)를 불교화한 모습이다.
8. 천대장군신(天大將軍身) : 사바세계를 진리에 의거하여 통치하는 성군 전륜성왕(轉輪聖王)과 천왕(Pisaca)
두 개념을 합해서 그려낸 모습이다. .
9. 비사문천신(毘沙門天身: Vaisravana) : 재보(財寶)를 관장하는 힌두교의 쿠베라 신을 불교화한 것으로
사천왕 중 한 인물로 등장한다.
10. 소왕신(小王身) : 왕을 일컫는다.
11. 장자신(長者身) : 대부호를 말한다. 요즘 말로 한다면 재력가이다.
12. 거사신(居士身) :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재가의 지자(知者), 곧 지식을 일컫는다.
13. 재관신(宰官身) : 관료 계층을 말한다.
14. 바라문신(婆羅門身) : 고대 인도의 사제로서 요즘의 각 종교의 성직자를 일컫는 것으로 봐도 좋다.
이상 10번째 소왕신으로부터 14번째 바라문 신은 고대 인도의 대표적인 신분으로 오인신(五人身)이라 부른다.
15. 비구신(比丘身): 출가한 남자 승려
16. 비구니신(比丘尼身) : 출가한 여자 승려
17. 우바새신(優婆塞身) : 남성 재가불자
18. 우바이신(優婆夷身) : 여성 재가불자
19. 장자부녀신(長者婦女身) : 대부호의 아내
20. 거사부녀신(居士婦女身) : 지식인의 아내
21. 재관부녀신(宰官婦女身) : 관료의 아내
22. 바라문부녀신(婆羅門婦女身) : 사제들의 아내
23. 동남신(童男身) : 사내아이
24. 동녀신(童女身) : 여자아이
25. 천신(天身): 인도의 여러 신들을 총칭
26. 용신(龍身) : 신보다 약간 한 단계 아래인 신으로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27. 야차신(夜叉身) : 대다수 귀신을 총칭.
28. 건달바신(乾달婆身) : 음악과 무용의 신.
29. 아수라신(阿修羅身) : 호전적인 악신이다.
30. 가루라신(迦루羅身) : 검푸른 창해 속에 꿈틀대고 있는 용들을 잡아먹는 새로서 금시조(金翅鳥)라 한다.
날짐승의 왕이다.
31. 긴나라신( 緊那羅身) : 반은 사람이고 반은 말의 형상을 한 음악의 신이다.
32. 마후라가신(摩후羅伽身) : 사찰을 수호하는 커다란 뱀을 신격화한 모습이다.
이상 25번째 천신(天身)으로부터 마후라가신까지를 팔부중(八部衆)이라 하며 관음 33신에서는 팔부신(八部身)이라 부른다.
33. 집금강신(執金剛身) : 금강역사라고도 한다.
손에 금강저를 잡고 부처님 주위에 서서 불법을 파괴하는 자를 무찌른다.
지은원 소장 관음 32응신도를 볼 것 같으면 정 중앙, 보타락산 위에 관음보살이 유희좌(遊戱座)로 비스듬히 앉아 있고 그 상방에 10분의 여래가 있다. 관음의 우측에는 위로부터 차례대로 집금강신, 자재천신, 소왕신, 불신이 그려져 있고 그 좌측에는 위로부터 벽지불신, 거사신, 제석신, 비사문천신, 동남동녀신이, 관음보살의 바로 아래로는 천대장군신, 용신, 야차신, 건달바신, 아수라신, 가루라신, 긴나라신, 마후라가신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림 맨 아래 오른쪽부터 대자재천신, 바라문신, 부녀신, 수문신(壽聞身), 범왕신이 아름답게 화면을 채우고 있다.
출처: 조계사 원심회
이자실 필 도갑사 관음32응신도
李自實 筆 道岬寺 觀音32應身圖
제작연도-1550년 명종5
사조- 불교미술
종류-불교 회화
기법- 견본채색
크기- 215 x 152 cm
소장처- 일본 교토 지은원
한국사전연구사 한국불교미술대전
[출처] 33신 관음(三十三身觀音)|작성자 수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