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예찬(米壽禮讚)
지난 11월 중순, 우리 모임(우남회-회원 9명)은 뜻깊은 미수 축하연을 열었다.
우리는 82세 부터 88세까지 아우르는 모임으로 1995년 결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산책하고 수다를 떤다.
이날 특별한 날.
큰형(회장)의 미수축하연(실은 자축연)을 마련하고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송을 나직하게 제창했다.
미수예찬!
"미수 축하합니다.
미수축하합니다.
사랑하는 竹然님,
미수 축하합니다."
주인공이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고 모두 건배했다.
당사자 竹然님은 심신이 건강하고 항상 선두에 서서 우리들을 인도해 오셨다.
그의 인생 편력을 들여다 보면 저절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넉넉치 못해 형님을 도와 농사에 종사하기를 6년. 그동안 겨울에는 서당을 다니면서 논어와 맹자를 익혔다. 시대는 변하고 농사만으로는 장래가 불분명한 것을 깨닫고. 어머니에게 조용히 여쭈었다.
"어머니, 나에게 논 몇 마지기나 상속해 주시겠습니까?”
“두 마지기는 주어야지야.”
“그럼, 좋습니다. 그 돈으로 중학교에 가게 해 주세요.”
가엾은 자식의 청원을 거절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이를 수락하셨고, 수락을 받은 뒤에는 주경야독하여 늦은 나이에 대도시 명문 중학교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도 3년 장학생이었으니, 시골 누나 댁에서 도시까지 통학하면서도 당시 명문 '사범학교'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때 나이 19세.
졸업하자마자 초등교사 발령을 받고 근무 중,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 입영하지 않은 입영대상자를 모두 해직시키고 강제로 군에 입대시켰으니. 교사 생활을 접고 3년간 군생활을 하게 된다. 다행하게도 군대 제대와 함께 복직이 되어 낙도로 발령을 받았는데 워낙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학생들을 성심껏 지도한 결과 섬마을 우수교사로 추앙 받았다.
벽지 근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발령을 받아서도 지극정성 교육에 열중하면서 개개 어린이의 적성을 최대한 살려주었다. 느긋하지만 지속적으로 어린이의 적성과 특히 글짓기(일기 쓰기) 지도에 열성을 다 하였다.
미수를 맞은 지금까지도 제자들이 철마다 초대하여 정분을 나눈다.
심지어 3학년 어린 제자들이 지금(환갑을 넘은 제자들)까지도 선생님을 모시는가 하면, 음악을 전공한 한 제자는 손수 우쿨렐레를 가르쳐 주어 그가 좋아하는 동요나 가요를 노래하면서 악기로 반주한다.
竹然 님의 면면을 드려다 보면 노령에 처한 우리들에게 귀감이 된다.
첫째, 하루 생활이 매우 규칙적이고, 일주일 식단이 짜여있다.
밤 10시 취침, 아침 6시 기상 1시간의 아침 요가 심신 수련
하루 30분 햇볕 쬐기. 8,000보 걷기 (주변 동산공원 또는 천변) 등등
둘째 조상(특히 부모님)의 산소관리, 친족 간의 우애 돈독(특히 조카들), 직장동료, 동기생, 제자들과의 만남 적극 참여, 의견 존중, 제자들 자녀 경조사 참석
세째, 어릴 때 수학했던 논어 등 암송, 인용, 실천 (仁義廣施)
네째, 詩文學(일기형식) 창작, 문예지 등재, 독서광, 노래를 즐겨 흥얼거림 (유행가, 가곡 가사 암송) 우쿨렐레 연주 도전
다섯째, 어려운 일이 닥치면 탁월한 해결책 모색, 상호간 오해 없게 해결
여섯째, 철저한 약속이행, 사소한 인사에 반드시 보답
일곱째. 건강관리 철저-축농증, 기관지염, 시력보호 특히 의치관리, 보청기 활용
한마디로 모두를 아우르는 지성인, 과시하지 않는 고아함과 소박함을 지닌 달인!
竹然 님께 드리는 祝詩
祝 米壽
素朴 高雅한 삶
祖上 親知 友情을 貴히 여기는 人格
詩文學 讀書 音樂을 즐기는 趣向
試鍊 克服의智慧
모두를 아우르는 竹然
無窮 皇壽 누리소서
'人生七十古來稀'라 했다. 하기야 반세기 천만 하더라도 환갑(60)을 넘긴 노인들이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환갑을 맞는 어르신들에게 '회갑잔치를 베풀어 장수를 축하하고 자손들의 효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 국민의료보험을 전격 시행함에 따라 모든 국민은 건강검진을 필수로 하여 의료혜택을 파격적으로 시행하여 전 국민 의료혜택을 받게 되면서 이 나라 '장수시대'가 펼쳐진 것.
정권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의료 체계는 더 공고히 되고 있어 사망률은 낮아지고 있으나, 시대적 여건이 적합하지 않아 신생아 출산은 저조하다.
노인 전성시대
그러나 아직도 노인 돌봄 사각지대가 있는 건 사실이다.
좋은 제도인 노인요양시설도 그 운영상태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예가 허다하다.
노인들이 죽연의 일상을 본받아 생을 영유한다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뭐라 해도 노년의 건강 유지 비결은 잘 먹고, 잘 누고, 잘 자고, 대범하게 생각하며 사는 것.
네 가지 원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네 번째 항목이다.
세상사 십중팔구가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대범하게 생각하는 것.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 잘 실천하신 분이 竹然님이다.
눈이 어두워지기 전엔 미처 몰랐네.
정말로 알았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정말로 알았네. 인간 사는 곳이 수려하다는 걸.
정말로 알았네. 우리 삶이 사랑스럽다는 걸.
<지셴린>
나이 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세월이 만들어 낸 빈 공간에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을 품어 내는 주목나무의 자세가 아닐까.
주목나무가 비어 있지 않았다면 한겨울 매서운 비바람에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물러나야 할 때 억지를 부리기보다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잘 내려놓고, 그 빈자리를 드러내야 한다.
竹然은 주목나무의 상징.
竹然님, 미수를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2024.12.18. 南谷 謹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