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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은 기준을 넘는데,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몰라 제재 못해?”
[인터뷰] 살인충동 부르는 야간공사...제주강정마을 김테라씨
임재현 전문기자(한의사) 입력 2013-05-28 21:46:24l수정 2013-06-01 17:31:04

지난해 8월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야간 해상공사로 인한 소음을 측정한 모습.ⓒ제주의소리
“옆에 칼이 있으면 해군기지 공사장 들어가 해군들 죽이고 싶을 정도입니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400m쯤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 김테라씨(38)의 첫 마디였다. 무리한 공사강행으로 마을 주민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24시간 공사로 주민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모터 소리가 들려요. ‘왕와오앙왕’ 점점 더 소리가 커지고 진동도 느껴져요. 사이렌 소리도 나요. 무언가를 파서 들어 올리거나 교차할 때 서로 신호를 보내게 돼 있데요. 그게 사이렌 소리인 거죠. 바지선에서 해상 작업할 때 쓰는 기계를 바다에 떨어뜨릴 때가 있는데, 그 주변에 걸려 있는 쇠들이 철커덩하는 소리가 엄청 크게 나요. 본적도 없는데 어떤 장면인지 다 그려질 정도로 소리가 들려요.”
밤에 잠을 못자니 하루 종일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다. 김씨는 최근 불면 때문에 몸무게가 2kg이나 빠졌다고 호소했다.
견디다 못한 김씨는 도청에 전화했다. 새벽2시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잠에서 깬 것. “114에서 도청 당직실 ARS를 알려주더라고요. 전화했더니 그 일은 서귀포시 담당이라고 서귀포시청으로 전화하라더군요. 서귀포시청에 전화해 항의했더니, 환경무슨과가 담당이라고 그쪽으로 전화하라고... 그곳에 전화했더니 알겠다며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월요일 담당자에게 연락을 드리라고 하겠다며 전화를 끊더군요. 화요일인가 수요일에 전화가 왔어요. 공무원인데 소음 측정하러 왔다고요.”
“그날은 평소보다 공사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작았어요. 그런데도 측정해봤더니 54데시벨인가 57데시벨인가 나왔어요. 기준이 50데시벨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이 정도 소음이었으면 항의도 안했다’면서 따졌어요. 훨씬 소리가 크다고. 오죽 심했으면 그 밤에 전화를 다 했겠냐고요.”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소음이 측정됐는데 개선되는 게 없었을까. 이후 공무원이 보여준 태도에 김씨는 아연질색했다고 한다.
“그 아저씨가 ‘지금 들리는 소리는 해상공사 소리인데, 해상공사는 우리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청은 육지공사만 관여하고 바다 쪽은 자기 권한이 아니라서 제재할 수 없다는 거에요. 해양경찰서에 문의를 하시던지, 바다를 관할하는 쪽에 물어보라는 거죠.”
김씨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공무원의 다음 얘기가 더 가관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는 해상공사와 육지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김씨는 “모든 소리를 해상공사로 단정지을 수도 없다”며 “만약 소음의 원인이 육지공사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그것도 조치하기 힘들다”는 허망한 내용이었다.
“공사를 삼성과 대림이 하고 있는데, 각 회사에서 나는 소리에 대하서만 항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도대체 그 소리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자기들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그러더군요.”
결국 그 공무원은 김씨에게 도청 갈등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든지, 민사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 주민은 기준치보다 높은 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 신고를 받고 온 공무원의 조치가 ‘법원 가세요’였던 것이다.
답답했던 김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소음문제를 꺼내봤다.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소음에 잠을 못자고 있었다. “이미 마을 사람 몇 명이 항의한 적이 있는데, 돌아온 것은 없었데요.”
소음문제는 공사가 시작된 초기부터 제기됐다. 이미 지난해 5월 마을주민들이 소음측정기로 마을 각 지점에서 소음을 측정해 관계부처에 신고해봤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생활소음과 진동이 규제기준을 초과하면 특별자치도지사나 시장, 군수, 구청장이 작업시간의 조정, 소음.진동 발생 행위의 분산 및 중지, 방음.방진 시설의 설치 등 조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이런 조치 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하였더라도 생활소음·진동 규제기준을 초과한 경우에는 해당 규제대상의 사용금지, 해당 공사의 중지 또는 폐쇄 명령 또한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주민 의견이 묵살된 채 진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공사, 주민들은 또 다른 고통속에 오늘 밤도 지새고 있다.
(김** 신부님 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