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고성능 SUV, 현대자동차 코나 N
인제스피디움에서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N의 5번째 모델인 코나 N을 시승했다. 짜릿한 즐거움과 편안한 드라이빙 사이의 균형감이 뛰어난 코나 N은 ‘다재다능한 고성능 SUV’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2021/06/25 현대자동차
자동차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다양하다. 깔끔하고 멋진 겉모습과 화려한 실내를 보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테고, 차 안에서 빗소리와 함께 음악을 듣는 게 즐거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크고 공간이 넉넉한 차라면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 작고 날렵한 차라면 일요일 새벽 홀로 떠난 한적한 드라이브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높게 앉은 SUV라면 넓은 시야와 적당한 최저지상고 덕분에 스포츠카가 갈 수 없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자연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고, 휠베이스가 짧다면 예리하게 코너를 감아 돌며 조종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자동차를 타고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이다.
코나 N은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N의 5번째 모델이다
그 중에는 ‘빨리 달릴 때’ 얻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트랙을 있는 힘껏 질주할 때와 적당한 템포로 국도의 코너를 공략하는 것 모두 자동차의 속도와 차를 다루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이다. 이런 재미의 정점에는 모터스포츠가 있다. 정해진 시간 동안 누가 더 멀리 달리느냐, 혹은 정해진 거리를 누가 더 빨리 달려 결승선을 통과하느냐를 겨루는 모터스포츠는 자동차의 성능은 물론, 드라이버와 팀의 실력, 날씨와 같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아 완성되는 드라마다. 빨리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레이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동차 달리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고성능 브랜드의 차를 소유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곁에는 현대자동차의 N이 있다.
코나 N은 N 브랜드의 5번째 모델이다. N의 첫 모델인 i30 N이 2017년 7월 세상에 처음 선보였고, 벨로스터 N과 i30 패스트백 N, 그리고 i20 N을 거쳐 2021년 4월, 현대 N 데이에서 공개된 코나 N까지 왔다. 그동안 N 브랜드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다. 해외 시장 전용 모델인 i30 N 기반의 경주차가 2018년 데뷔한 이후 WTCR을 비롯한 여러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했고, 지난 6월 초에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 아반떼 N TCR과 i30 N TCR 경주차가 TCR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며 N 브랜드의 명성을 알렸다. 국내에서도 벨로스터 N을 기반으로 한 레이스가 열리는 등 N 브랜드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코나 N의 장점 중 하나는 다른 N 모델보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의 활용도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분명 모두가 모터스포츠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이 또는 본인의 처지와 상관없이 언제나 달리고 싶은 열정을 간직한 사람들이 있다. 벨로스터 N이 국내에 출시됐을 때 누구보다 환호하고 즐거워했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은 벨로스터 N의 뒷자리와 트렁크였을 것이다. 일상용으로 아이를 태우거나 어른이라도 모셔야 할 때, 다소 불편함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벨로스터 N보다 뒷자리와 트렁크 활용성이 높은 코나 N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 크다. 코나 N을 시승하는 동안,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에 둔 배낭에서 물건을 꺼내는 일이 얼마나 편하고 자연스러웠는지는 더 말할 이유도 없다. 바닥이 낮아 타고 내리기 편한 것은 물론, 차 크기에 비해 높이가 충분해 SUV다운 활용성을 갖춘 트렁크도 장점이다.
코나 N은 주행 성능을 위해 최저지상고를 과하게 낮추지 않았다. SUV다운 험로 주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참고로 코나 N의 높이는 1,550mm로, 코나 일반 모델과 같다. 최저지상고에 영향을 주는 바퀴의 크기 역시 큰 차이가 없다. 핸들링 성능 향상을 위해 최저지상고 수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차를 낮추는 것은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한 매우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SUV는 최저지상고가 매우 중요하다. 불과 20mm의 지상고 차이 때문에 험로를 갈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나 N은 N 험로 주행 모드를 통해 SNOW(눈)/MUD(진흙)/SAND(모래)/DEEP SNOW(깊은 눈) 등 네 가지 트랙션 모드를 고를 수 있다. 그간 현대차의 사륜구동 SUV에 적용된 터레인 모드의 전륜구동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코나 N에 추가된 깊은 눈 모드는 전륜구동 SUV라도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코나 N의 실내에는 N 모델 전용 기능을 위한 버튼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코나는 처음 데뷔 때부터 SUV답지 않게 낮고 넓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각진 동급의 다른 차들보다 작아 보인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고 야무지게 다듬었고, 이는 안정적이고 낮아 보이도록 철판의 비율을 최대한 높인 디자인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겉모습을 한층 매끈하게 다듬었다. 코나가 활용도가 뛰어난 콤팩트 SUV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끔 해주는 부분은 바로 시트 포지션이다. 다른 SUV처럼 다리를 시트 위에 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옆으로 엉덩이를 넣으면 되는 높이이기 때문에 승하차가 상대적으로 편하다.
스웨이드와 천연 가죽으로 만든 코나 N의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고 스포츠 주행 때 몸을 잘 지탱해준다
그런데 일단 앉은 뒤에는 느낌이 다르다.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높은 시트 포지션은 영락없는 SUV다. ‘아, 내가 탄 차가 SUV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높은 시트 포지션은 트랙 주행 때 조금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스웨이드와 천연 가죽으로 만든 N 모델 전용 시트는 매우 만족스럽다. 특히 시승회가 치러진 6월 중순의 초여름 날씨에는 통풍 시트 기능이 아주 반가웠다. 1마력이 아까운 트랙 주행에서는 엔진의 힘을 아끼기 위해 에어컨을 끄는 경우가 있는데, 찬 바람까지는 아니더라도 통풍 기능을 이용해 몸을 식힐 수 있다니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편의 사양이다.
변속 시점을 알려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의 시프트 인디케이터 기능은 인제스피디움 11~13번과 같이 연속된 코너를 공략할 때 매우 유용하다
10.25인치 클러스터와 AVN은 충분히 화려하다. N 모델에 처음 쓰인 전용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쓰임새가 뛰어나다. 무엇보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단계를 두고 켜지는 시프트 인디케이터는 인제스피디움에서 아주 요긴했다. 특히 11번 코너에서 13번 코너 구간을 공략할 때 유용했다. 내리막이라 엔진 회전수가 예상보다 빨리 올라가는 곳이어서 가뜩이나 변속 타이밍이 신경 쓰이는 곳인데, 12번과 13번 코너의 빠른 좌우 전환에 정신을 팔려 코너만 노려보다가 가속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각 코너의 포인트에 눈을 두고 운전대를 잡은 손으로 기어를 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약간이나마 더 빨라지지 않을까.
코나 N의 습식 8단 N DCT는 변속 시 뒤에서 힘차게 밀어주는 느낌을 전하는 N 파워 시프트 기능으로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코나 N은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0kgf·m를 내는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었다. 벨로스터 N 퍼포먼스 패키지 모델이 6,000rpm에서 275마력의 피크 출력을 내는 반면, 코나 N은 280마력을 5,500rpm에서 찍고 이를 6,000rpm까지 유지한다. 이 영역에서 마력이 높다는 것은 높은 회전수에서 더 많은 토크를 발휘한다는 말이 된다. 최대토크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4,700rpm보다 높은 회전수에서 단 1.0kgf·m의 힘이라도 더 낼 수 있다면, 직선 구간에서 풀 가속을 하는 동안 변속할 때마다 조금씩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N 파워 시프트(NPS)는 변속할 때 엔진 회전수를 떨어트리지 않으며 그대로 힘을 전달한다. 과격하긴 해도 역시나 조금씩 더 빨라진다.
코나 N의 N 그린 시프트 기능을 사용하면 랩타임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일종의 오버부스트 기능인 N 그린 시프트(NGS)는 280마력에 10마력의 힘을 추가로 20초 동안 쓸 수 있는 기능이다. 20초를 모두 쓰고 난 이후에는 차의 기능을 점검하고 다음 사용을 준비하는 40초의 쿨링 타임이 필요하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시승하는 동안 이 기능을 패독 앞의 직선로에서만 쓰는 것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완전히 직선에 들어온 이후에는 20초의 NGS를 모두 사용할 수 없는 데다, 같이 달리는 다른 드라이버가 함께 쓰니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인제스피디움에서 코나 N을 타고 스포츠 주행을 할 수 있게 된다면, 18번 코너를 돌아 긴 언덕에서 적당하게 5초 정도, 19번 코너를 지나 마지막 코너에 진입할 때부터 나머지 15초를 쓰면 타이어에 부담도 덜하고 추월할 가능성도 커지지 않을까 싶다.
코나 N의 N 그린 컨트롤 기능을 활용하면 운전자의 취향과 주행 환경에 따라 주행 모드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
N 그린 컨트롤(NGC)로 운전대 스위치를 눌러 4개의 모드로 변경이 가능한 것은 역시나 사용하기에 따라 랩타임을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왼쪽의 버튼은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을 조금 부드럽게 세팅한 커스텀 모드 1을, 오른쪽에는 모든 것이 강하게 세팅된 N 모드를 선택하는 식이다. 노면이 좋지 않은 5번과 6번 코너를 돌아 올라갈 때는 커스텀 모드 1을 고르고, 8번 코너의 연석을 밟고 점프 직전에 다시 N 모드로 돌아간다면 기록이 더 줄지 않을까?
코나 N과 트랙을 달리는 동안 어떻게 해야 더 즐겁고 짜릿하게 달릴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이 샘솟았다
이처럼 트랙을 달리는 동안 머리속에는 ‘코나 N에 달린 여러 기능을 어떻게 써야 랩타임을 줄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뿐이었다. 높은 시트 포지션은 벌써 잊은 지 오래였다. 코나 N은 충분히 빠르고 안정적이기 때문이었다. 왼발 브레이킹을 써서 차의 자세를 어떻게 바꿔볼까, e-LSD(전자식 차동제한장치)를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쓰면서도 타이어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지금 날씨에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감쇄력은 어떤 것이 최선일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따지고 있었다. 그저 가속 페달을 밟아 직선을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코스와 내 실력에 맞춰 최적의 방법을 찾으려 집중했고,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본격적인 모터스포츠처럼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겨루는 승부는 아니지만, 마치 베스트 랩타임을 찍은 게임 속 나와의 시합을 준비하는 느낌이었다. 이를 확인할 다음 기회를 고대하며 시승을 마쳤다.
코나 N은 운전자를 기쁘고 즐겁게 만들 줄 아는 고성능 SUV다. 이런 고성능차는 정말 오랜만에 경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만약 코나 N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출력을 내거나 자유롭게 세팅할 수 없었다면 즐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코나 N보다 출력이 높고 랩타임도 빠른 차는 많다. 하지만 이만큼 즐거운 차는 열 손가락 정도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게다가 코나 N은 주행 모드를 노멀 모드로 바꾸면 단단했던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에 여유가 생긴다. 서킷에서 즐겁고 짜릿하게 달린 뒤, 널찍한 트렁크에 유모차와 헬멧을 싣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집으로 편안히 갈 수 있는 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코나 N은 다재다능하다. 단순히 기능이 많거나 SUV여서 공간 활용성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성능 모델이면서도 눈에 보이는 수치에 목을 매거나, 과격함을 스포티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최고는 아니지만 꽤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공포가 아닌 재미를 전달한다. 아울러 느긋하게 달릴 때는 꽤 편하다. 도심형 콤팩트 SUV가 가진 적당한 험로 주파성과 뛰어난 온로드 주행성을 함께 갖고 있다. 한쪽 끝으로 갔을 때는 재미있고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오면 여유롭다.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으며 과하지도 않은, 그 절묘한 균형이 더 많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코나 N의 진짜 실력은 여러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도 놓치지 않은, 훌륭한 밸런스에 있다.
글. 이동희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모은 기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을 맡았다. 지금은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