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전주 한옥마을‘한이옥이' 캐릭터 사업중인 이원일(왼쪽)과 이연호 사장 |
|
|
전주가 고향인 두 청년 사업가가 캐릭터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천년고도로 명맥을 이어온 전주의 전통가옥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꼭 만들고 싶었던 바람이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일까. 이들이 일 년 넘게 고심해 제작한 캐릭터는 한옥을 꼭 닮았다.
무표정한 얼굴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한이’는 전통 황토벽으로 두른 서민적 느낌의 한옥을 담아냈다.
앙증맞은 표정에 주먹을 꼭 쥔 ‘옥이’는 정갈하고 고풍스런 양반들의 거처를 빼다 박았다.
‘한이’는 남성적 느낌을, ‘옥이’는 여성스런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가을, 전주한옥마을에 유래 없던 ‘캐릭터 샵’이 문을 열자 방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한옥마을에도 귀여운 캐릭터가 만들어졌다는 입소문을 타고 저 멀리 타지에서부터 구름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단지 ‘내 고장을 대표하는 관광지에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시작했던 이들의 도전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이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제품 문의에 눈코 뜰 새가 없다는 이원일(42)·이연호(34) 사장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
|
|
|
▲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한이·옥이 캐릭터 |
|
|
교동에서 태어나 자란 연호씨는 한 해 500만 관광객이 넘게 찾는 한옥마을을 보며,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유명한 관광지나 축제 등을 보면, 그 곳은 대표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호남 최고 관광지로 도약한 한옥마을에는 ‘없다’는 점이 그랬다.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여기는 선물할 만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마다 아쉬움은 더해갔다.
원일씨도 같은 생각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 후배인 연호씨와 술을 기울일 때마다 진한 아쉬움 속에 잔을 마무리했다.
그러던 중 원일씨는 연호씨에게 “우리가 한 번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건넸다.
같은 아쉬움을 느끼던 터에 원일씨로부터 받은 제안은 연호씨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이들의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전주한옥마을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자는 취지로 진행 된 사업은 ‘대상을 무엇으로 잡느냐’부터 시작됐다.
‘풍남문’과 ‘경기전’, ‘전동성당’ 등 한옥마을에 위치한 많은 사적지의 이름이 이들의 입에서 오갔다. 워낙 유명한 건축물들이기에 캐릭터를 잡는 것이 쉽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그 이름을 모두 버렸다. 정말 전주한옥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통 한옥’이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상을 정한 이들은 손수 그린 스케치 한 장을 들고 전주지역 디자인 업체를 돌아다녔다. 둘 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터에 스케치의 질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수십 곳의 디자인 업체들은 모두 이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수익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업 초기부터 ‘수익성’이라는 큰 난관이 이들을 가로 막았다. 단지 전주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간절한 바람이 이대로 스러지는 듯 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둘은 서울지역 한 유명 캐릭터 디자인 업체를 찾았다. ‘여기서도 인정해주지 않으면 사업을 관두자’는 마음이 가득했다. 이들이 그린 스케치를 찬찬히 살펴보던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가능성이 있네요. 계약서를 준비할게요”
수개월 간 발품을 판 이들의 노력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디자이너는 스케치와 부분 설명을 토대로 캐릭터 초안을 보내왔다. 이들의 의견이 완벽하게 반영된 전통 한옥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이렇게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한이’와 ‘옥이’가 탄생했다.
남성적인 느낌의 ‘한이’는 전통 황토벽을 바른 서민적 느낌의 한옥을 상징했고 여성스런 분위기의 ‘옥이’는 뽀얀 돌담으로 둘러쌓인 양반가의 그것이 고스란히 담겨졌다.
캐릭터를 얻게 된 지난 11월부터 원일씨는 연호씨의 교동 집 앞마당에 한이와 옥이를 본뜬 대형 쿠션을 설치했다. 외벽에는 ‘빨간 하트’를 그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낮은 담 너머로 보이는 한이와 옥이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금세 사로잡았다.
앙증맞은 한옥 캐릭터를 본 관광객들은 한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이와 옥이 맞은 편에 그려진 빨간 하트에서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울려퍼졌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인파에 고무된 원일씨와 연호씨는 캐릭터를 더 알리기 위해 작은 기념품도 제작했다. 여권과 카드 케이스, 캐릭터 스티커, 치약과 칫솔 세트, 열쇠고리, 쿠션, 인형 등을 만들어 전시했다. 제작된 상품 모두 귀여운 한이와 옥이가 군데군데 새겨졌다.
내 고장의 캐릭터를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가격은 최소한의 마진을 남길 정도로만 정했다. 고물가로 원성이 높은 한옥마을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는 취지였다.
|
|
|
|
▲ 한이옥이 체험장 |
|
|
이번달 부터는 ‘체험 중심’ 관광객 비중이 높은 한옥마을의 특성을 고려해 머그컵과 에코백 제작도 새로이 준비했다.
머그컵과 에코백에 귀여운 한이와 옥이 캐릭터를 직접 넣어 기념상품화 한 것이다. 관광객들의 요청에 따라 원하는 그림과 사진도 즉석에서 새겨주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주로 연인과 가족들의 요청이 쇄도한다는 것이 연호씨의 설명이다.
캐릭터를 알리기 위해 마진을 줄인 탓에 이들의 사업은 그리 큰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겨우 적자만 면하는 수준이라고. 그나마 얻은 수익도 캐릭터 상품 제작에 몽땅 투입하느라 가게가 문을 연 이후, 이들은 변변한 자축조차 하지 못했다.
관광객들로부터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자 이들은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한이와 옥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한옥마을을 소개하는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자는 내용이다. 현재로선 별 다른 자본이 마련되지 않아 구상에 그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일씨는 “한이와 옥이가 세상에 공개된 지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이 좋아하고 격려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한이와 옥이가 한옥마을을 넘어 전주시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고 꿈이다”고 말했다.
|
|
|
|
▲ 한이·옥이 캐릭터샵 전경 |
|
|
|
|
|
|
▲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이·옥이 캐릭터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