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글쓰기 단상】
누군가가 내 글을 말없이 ‘스크랩’해 갔을 때
― 아쉬움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이유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서운할 때가 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을 때 그렇다.
아쉬울 때도 있다.
댓글 한 줄 남기지 않고 글을 퍼갈 때 그렇다.
반갑고 고마울 때가 있다.
출처를 분명히 밝힐 때 그렇다.
원작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와 함께
댓글 소감이 달렸을 때는 더욱 반갑고 고맙다.
최근에 대전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이
카페에 이런 공지(公知)를 올렸다.
[알림] 스크랩에 대하여 / 《수필예술》 사무국장 22.09.05 12:02
요즘 여러 사람들이 우리 카페를 방문해 주시고 스크랩해 가고 있습니다. 많이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가지 부탁의 말씀은 가져 가시는 고마운 분들이 누구신지, 한 줄 댓글이라도 남겨 주시고 서로 인사도 드리면 좋겠습니다.
비회원이시면 회원에 가입,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시면 더욱 좋겠고요. 작성자의 보이지 않는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2022. 9. 5. 대전수필문학회 『수필예술』 카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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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평소 느껴왔던 현상이어서
댓글로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동안 카페에 올린 필자의 글도 많은 독자들이
「말없이 스크랩」해 갔다.
그럴 때마다 최소한 《출처 표기》를 하고
댓글이라도 한 줄 남기면 얼마나 좋으랴 싶었다.
카페 글을 다른 곳으로 스크랩해 갈 때는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준칙》이랄까 「스크랩 방식」이 있다.
준칙에 앞서 예의에 속하는 일이다.
※ 스크랩할 때 요구하는 기본 양식(순서) 1. 스크랩해 갈 곳 선정 2. 옮겨 놓을 세부 게시판 선정 3. 메모 : "스크랩 게시물 댓글에 메모가 덧붙여집니다." 4. 감사 인사 : "원본 게시물에 인사말을 남깁니다." ※ 경고 : "저작권자의 허가 없는 무단 복제는 법적 조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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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카페 공지가 뜬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나의 글을 누군가가 스크랩해 간 것을 또 발견했다.
대전수필문학회 카페에 썼던 글을 옮겨 갔다.
【스크랩해 간 글 / 화면 캡처】
■ 출처 : 원문보기 - 대전수필문학회 카페
수필예술-대전수필문학회 | 차서 흘러넘쳐야 글다운 글이 나온다 - Daum 카페
누구에게나 읽기 제한 없이 개방된 글 마당이다.
필자로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누가 스크랩해 가겠는가.
더 많은 독자와 공유하고 싶어
스크랩해 간 것이라면 필자로서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닌가.
더구나 글을 가져간 분의 필명이 ‘사랑과 기쁨’이다.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과 기쁨’이 충만할 것만 같은 아름다운 이름이다.
마음씨도 필명처럼 고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꿈과 희망을 싣고…》라는 사이트 명칭도 좋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긍정의 힘’이 느껴진다.
필자로서 고마움을 넘어 영광스러운 일이다.
스크랩 날짜를 보니, 2015년 4월 2일이다.
7년 전에 옮겨간 글이다.
필자가 카페에 쓴 날짜(2012년 3월 4일)를 보니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어딘가에서 내 글은 누군가에 의해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미 세상에 내놓은 나의 글은 내 것이 아니구나.
진열대 상품처럼 돈을 벌려고 내놓은 글이 아니지 않은가.
누구나 읽기가 허용된 문학 공간의 글이지 않은가.
이름을 알 수 없는 만인의 독자가 내 글의 임자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 ♣ ♣
유튜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삶의 지혜를 전하는
강백(講伯) 스님의 귀한 설법을 자주 듣는다.
정신세계를 맑게 하는 목사님과 신부님 설교도 듣는다.
높은 학식과 고매한 인품의 저명 학자 강의도 자주 듣는다.
거의 매일 ‘공짜’로 듣는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귀한 말씀을 들으면서
아무런 값도 치르지 못하는
송구스러움과 미안함에 비하랴. ■
2022. 10. 05.
윤승원 필자 단상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