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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법이 사라졌다 | ||||||||
[리뷰] 일본 1200만 관객이 관람한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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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가 18일 개봉한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만 12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작품이 되었다. 일본 내에 얼마나 많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팬들이 존재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벼랑 위의 포뇨>는 분명 거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섬세한 작화하며 영화의 주인공이자 귀여운 캐릭터 포뇨의 모습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하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팬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흥행 또한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명한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영화 OST는 오리콘 팝차트와 일본 빌보드에서 2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영화 OST까지 폭발적인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현재 다른 매체의 <벼랑 위의 포뇨> 영화평 역시 거장에 대한 예우가 느껴질 만큼 좋게 나오고 있다. 분명 그런 평가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필자가 평가하는 <벼랑 위의 포뇨>는 아쉬운 방향에서 접근하고 진행이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이제는 예전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작품으로 필자에게 기억될 것 같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4년 전에 연출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전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재미있다. 재미없다.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벼랑위의 포뇨>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대단한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생각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이전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베니스 영화제에 재도전했지만...
2004년 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일본에서 개봉하기 전 베니스 영화제 수상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보안 속에 영화제에서 먼저 개봉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의 냉정한 평가 속에 기술공헌상 부문에서만 수상을 하고 실제 본상 부문에서는 무관의 제왕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2005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공로상이나 다름없는 명예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나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아쉬움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벼랑위의 포뇨> 역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정도의 철저한 보안은 아니었지만 내심 일본에서 베니스 영화제 수상을 기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제65회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당시 이 작품에 대한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벼랑위의 포뇨, 스카이 크롤러스 등 두 편의 애니메이션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작품이기는 하나 대상을 받기에는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하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어 두 번 연속 본상 수상에 실패한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기점으로 하여 세계적인 국제영화제에서 더 이상 특별한 메시지가 살아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 그가 창초했던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뛰어난 상상력과 창조력이 퇴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벼랑위의 포뇨>, <하울의 움직이는 성> 단점을 답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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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위의 포뇨>를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보여주었던 단점을 답습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초반부 기세 좋게 시작하던 애니메이션이 뒤로 가면 갈수록 느슨해지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애니메이션을 보는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벼랑위의 포뇨> 역시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주제 자체가 상당히 난해한 편에 속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이런 난해함이 불충분한 스토리 전개와 결합되었을 때 더 문제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관객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본 후 이 작품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게 한다. 결국 관객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작품이 되면서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가 상당히 약해져 버리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유려한 작화와 부드러움, 동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의 모습,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너무나 어울리는 OST 등 뛰어난 장점에도 <벼랑위의 포뇨>에서 보여주는 이런 단점은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초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은 일본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인들이 함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성향을 추구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최고의 명작으로 뽑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색채가 강했지만 어느 나라 사람들이 보더라도 친근할 만큼 자국문화에 세계적인 보편성을 담아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애니메이션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사랑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가 이끌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나온 작품들은 항상 비슷한 실망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안겨주었다. 더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제외하고 제대로 큰 흥행을 거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벼랑위의 포뇨> 역시 최근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일본 내에서만 극찬 받는 애니메이션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벼랑위의 포뇨>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한 것처럼 느껴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불친절한 세상에 갇힌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그가 제시하는 길을 따라 작품이 이해가 되든 안 되든 끝까지 참고 봐야하는 것이다.
초반부 화려한 애니메이션 색채와 뛰어난 음악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 포뇨에서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된다면 이 작품은 끝까지 관람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특히 너무나 허무하면서 급하게 마무리되는 애니메이션의 매조지음은 이것이 과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맞는지 의문을 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보면서 지루함을 느낀 것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어 두 번째인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강력한 포스를 다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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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원령 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필자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함께 해온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80년대와 90년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그의 작품 한두 작품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보고 자라왔을 것이다. 필자에게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노장 감독이 최근 들어 퇴조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상당이 아프다.
다시 한 번 그의 작품에서 예전에 보여주었던 강력한 포스를 느껴보기를 원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꿈을 키우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들이 꼭 다시 나오기를 갈망한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꿈과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살아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풀어내는 것이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거장이 이렇게 조금씩 몰락의 징조를 보이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나 안타깝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의 작품과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평가하면서 좋은 평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실망이 앞으로 계속되지 않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