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곡나루
곽재구
육만엔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타고
부산 거쳐 순천 지나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 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엔이란다.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햇살
선선하게 터지는 박꽃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데스네 니빠나 모노데스네
가스 불에 은어 소금구이 살살 혀 굴리면서
신산선 왕복 기차 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육만엔이란다. 낚시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 특급호텔 사우나에서 몸 풀고 나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 가시내들 서비스 한 번 볼만 한데
나이 예순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아이스박스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맑은 몸값이 육만엔이란다.
압록에서 보성강과 하나가 되어 몸을 불린 섬진강이 가장 먼저 만나는 강마을이 유곡마을(구례군 구례읍 계산리)이다.
마을 앞에 유곡나루터가 있고 섬진강다무락마을로 선정된 마을로 가을에는 '섬진강 감축제'가 열린디.
곽재구 시인의 ‘유곡나루’ 시를 가수 정태춘이 ‘나 살던 고향’이란 노래로 불려 심금을 울린 곳이기도 하다.
주암댐 건설 전의 은어들이 섬진강 을 맘껏 거슬러 오르던 옛이야기 듣는가?
강건너 남쪽은 순천시 황전면
북쪽은 곡성군 죽곡면
수량이 풍부하고 물 맑던 옛시절 은어가 많이 잡혀서
은어회를 좋아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제는 예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