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눈을 뜰 때 / 주미경
꽃을 찾아다니는 게 아냐
눈을 감고
날고 또 날고
나는 일에 집중할 뿐
뜨겁던 날개에 금이 갈 때쯤
눈을 뜨면
거기 꽃이 있었다니까
*출처: 문학동네 동시집 <나 쌀벌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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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눈을 뜰 때』를 맘속으로 여러 번 되새긴다.
눈을 뜬다는 것은 무엇과 마주한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것 일 수도 있고, 이미 알고 있는 것 일 수도 있다.
눈을 뜨기까지 수많은 상상과 기대를 안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에서 창작의 만남을 소망하며 눈 뜰 준비를 하고 있다.
잠시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눈을 감고 천천히 천천히, 동시 속 나비가 되어 보았다.
처음 그림책 공부를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꽃을 찾는다는 생각도 못 했다.
그냥.. ’날고 또 날고‘, ’배우고 또 배우고‘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무엇이 있든 없든 아무 상관도 없었다.
지금의 나는 눈을 감고 있을 때와 눈을 떴을 때 중,
어떤 것에 더 집중하고 있을까. 나를 더 자세히 뒤돌아본다.
『나비가 눈을 뜰 때』는 나비와 꽃, 그리고 노력과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비가 눈을 뜰 때 ‘꽃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외부적인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에 집중한다는 의미이다.
나비가 눈을 감고 날아다니며 발전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노력의 중요성도 이야기하고 있다.
짧지만 깊이 있게 인간의 성장을 표현한 동시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샘물을 달아 놓은 듯 푸고 또 퍼도 읽는 이의 자아가 ‘계속계속’ 나온다.
『나비가 눈을 뜰 때』를 통해 잊었던 내안의 많은 자아들을 뒤돌아 보게 되었다.
아직은 눈을 뜰 때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눈을 감고 ‘날고 또 날고’, ‘배우고 또 배워서’ 나의 날개를 길들여야겠다.
감상글 : 한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