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항해기는 지난 6월~7월(순 항해기간 10일) 저의 요트인 '쎄라비'를
통영에서 전곡항으로 옮긴 과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몇 달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 협회 홈페이지가 다소 썰렁한
(썰렁하기도 하고 태풍피해 등 안좋은 소식이 더 많고..) 관계로 하드디스크
한쪽 구석에 쳐박혀 있던 사진들을 다시 불러내 사진 위주의 항해기를
급하게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항해의 전과정을 도와주신 유일무이한 크루 이휘윤 선생님의
물심양면의 도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약 한달 전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셔서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이선생님의 쾌유를 빕니다. 어서 나으셔서 다시 요트 타셔야죠~~ ^^
이번 항해의 특징(?)
1. 25 피트의 작은 요트다.
먹고(요리 가능) 자고(선실 있슴) 싸는(화장실 있슴) 것이 가능한 크루져 요트 이지만,
저녁식사는 도착한 항구의 특색있는 음식을 사먹어 보는 것으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남도의 항구에 가서 맨날 김밥, 설렁탕, 순대국만 먹을 순 없잖아..
2. 8 마력 선외기
최고 속도가 5노트 남짓.. 시간당 3리터 이상의 휘발유가 소모된다.
4노트(시간당 2리터 소모)를 기본적인 계획 속도로 정했다.
한국해양조사원의 수치조류도를 활용, 최대한 순조류를 타야만 했다.
3. 주간에만 항해하자
야간항해는 위험하고(어망 등) 피곤하다(사람은 밤에는 잠을 자야한다..)
하루 최대 12시간 정도 항해.. 4노트로 달리면 결국, 50마일 정도가 최대 항해가능 거리다.
덕분에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통영 - 물건항(남해) - 외나로도 - 청산도 - 벽파진항(진도) - 목포 - 안마도 - 격포항 - 외연도 - 모항항 - 전곡항
통영 -> 물건항(남해)는 약 20마일 남짓한 짧은 거리다.
약간 무리해서 외나로도 까지 한번에 갈 수 있었지만,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물건항을 보고 싶었다.
또한, 여수에서 합류하기로 했던 박흥일님을 다른 장소에서 만나야 해서(돌아가는 여수 구간 포기)
이래저래 짧은 코스가 정해졌다.
통영 도착 첫날, 다음날의 출항 준비도 미루어 놓고 통영구경에 나섰다.
(25피트 작은 요트가 출항 준비래 봐야 뭐 별게 있겠나..)
크루징의 매력이라면 바로 새로운 지역에 도착해 기웃기웃 구경하는 재미 아닐까?!
대형마트에서 부식을 좀 사고, 연료 확인하고, 출항신고하고..
미륵도 북쪽으로 충무운하를 지나는 코스를 잡아 보았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
통영이 굴 양식으로 유명한 만큼 곳곳에 양식장 시설이 있었지만, 질서있게(?) 자리잡고 있어
항해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또한 낮이라 시야가 좋아 바로 대처할 수 있어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마리나의 빈 자리에 배를 묶고 관리자를 찾아 나섰다.
마침 다른 지역의 요트대회(딩기)에 관리자들이 모두 나가서 마리나가 비어 있었다.
식간이 남아 유명한 방조림(바람을 막을 용도로 바닷가에 조성한 나무 숲)도 구경하고
마을도 한 바퀴 돌았는데 교통편이 불편해 읍내(남해)까지는 가지 못했다.
다음날 비도 오고 해서(왜 하루 더 묶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음 ^^;) 물건항에서 하루를 더 보냈다.
남해 읍내에 나가 특산음식인 '멸치쌈밥'도 사먹고 시장 구경도 했다. 향교와 절이 딱 붙어 있는
것이 특이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남해유배문학관을 구경하고 배로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첫 구간의 항해치고는 매우 순조로웠다.
바람이 잘 불어 거의 엔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됐고 아늑한 물건항 마리나도 마음에 들었다.
첫댓글 태풍 볼라벤 피해로 협회 회원님들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세일링 경험담 올려주어 고맙습니다.
이번 통영대회 참가할때 안내 좀 해주시게나.
다들 초행길이 아니니 이번에는 좀 더 여유있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그만 항구에 지자체에서 만든 소규모 마리나들이 곳곳에
들어서는날이 머지 않아 우리나라에도 오리라 봅니다.
물건항도 남해군에서 군민들을 위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년 여름에 마리나 옆에서 하루 밤 지나고 왔는데 모기도
없고 시원했습니다.
격포항, 물건항, 양포항... 작지만 소중한 마리나 시설이 있어 기억되는 이름들입니다.
간이시설이라도 각 항구마다 레져보트를 위한 계류시설이 생기는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실감나는 경험담 감사합니다.
저도 통영에서 올라오면서 이런 저런 사진 좀 찍을걸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저 하루 하루가 초보 세일러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던지라...찍을 여력도 없었습니다. ^^;;
격포까지 가지고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요트가 바람으로 가는거긴 하지만, 믿음직한 엔진이 기본으로 버티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