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매재(730m) 혹은 우두령이라 불리는 백두대간의 고갯마루. 왼쪽 기슭으로 백두대간 등성마루에 오른다. 곧 헬기장이다. 캠프사이트로 더없이 좋을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련 없이 헬기장을 등진다.
삼성산(三星山 985.6m)을 넘었다. 운행 시간은 1시간 남짓. 황사를 머금은 저녁 안개를 뚫고 산마루에 몸을 누이는 햇살이 힘겹다. 숲은 순식간에 지상의 모든 빛을 흡수해 버린다.
여정봉(1,030m)을 우회하여 10분 남짓 걷자 헬기장이 나타난다. 좀더 걸어서 무선통신시설과 버려진 군용 벙커를 둘러본 다음 헬기장으로 돌아와 텐트 플라이만으로 하룻밤 우리의 보금자리를 만든다.
버려진 군 시설물을 지나자말자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눈앞으로 형제봉과 뒤로 황악산이 우람하다. 비탈길의 끝은 바람재(810m). 예나 지금이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나 정확한 유래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고갯마루 양쪽으로 거칠 것 없는 바람의 길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형적 특성 때문에 현재 바람재 동쪽 기슭은 대규모 고랭지 채소밭으로 조성돼 있다. 바람재에서부터 대간 길은 부드럽게 몸을 세우다가 신선봉 갈림길부터 경사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리 가파르진 않아서 황악산을 오르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적당하다. 바람재에서 40분 정도. 지도에는 무명봉이지만 현재 대간 종주자들에게 황악산 앞 봉우리는 형제봉으로 불린다. 두 봉우리가 형제처럼 봉싯 솟았기 때문인 듯하다.
형제봉(兄弟峰 1,040m)에서부터 황악산까지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하지만 부드럽다. 비록 ‘악(岳)’ 자가 붙었긴 했지만 산세는 지극히 순한 육산이다. 그래서인지 국토지리정보원의 1:50,000 지도에는 황학산(黃鶴山)으로 표기돼 있다.
악 자에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대동여지도, 택리지 같은 문헌에 ‘황악산’으로 적혀 있는 걸 보면 황학산은 분명 오기인 듯하다.
황악산에서부터 대간 등성마루는 백운봉(白雲峰 770m) 아래 산허리(안부)까지 위태로울 정도로 급하게 흘러내린다. 그러다가 백운봉을 살포시 일으켜 세우고는 또 다시 허리를 낮춰 운수암으로 길 하나를 갈래치고 운수봉(雲水峰 680m)을 거쳐 여시골산에 이르기까지 잦은 파랑을 보인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또 지명 상의 혼동이 일어난다. 현재 대간꾼들 사이에 여시골산(620m)이라 불리는 산은 운수봉과 괘방령 사이의 대간 상에 있다.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는 오른쪽 가지줄기의 385.4m을 여시골산이라 표기하고 있다.
여시골산에서 괘방령까지는 30분 남짓 날렵한 내리막이다. 충북 영동군 매곡면과 경북 김천시 대항면을 잇는 977번 지방도로 위에 있는 이 고갯길은, 지금이야 한가로운 길이지만 한때는 꽤나 시끌벅적한 고개였다고 한다.
본래 계획은 가성산이나 눌의산에서 야영하기로 했지만 한여름 같은 날씨에 세끼분의 물을 지고 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괘방령에서 추풍령까지는 샘이 없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계곡으로 떨어져도 물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즉석 회의를 통해 무리를 해서라도 추풍령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무거운 짐을 빼내 농가 옆에 보관한다. 괘방령에서 가성산(柯城山 716m)까지는 대단한 오르막이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살짝 내려섰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1리터 남짓 남은 물로 네 사람이 눈치껏 입을 축인다.
가성산을 지나 장군봉(將軍峰 627m)에 이를 쯤에는 거의 패잔병 같은 기분이 든다. 햇살이 길게 눕기 시작하자 눌의산(訥誼山 743m) 정상이다. 눌의산은 추풍령 뒤쪽에 자리잡은 산으로 등산인들의 발길이 뜸하여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 봉수대가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주변 조망이 뛰어나다. 또한 옛날에는 요긴한 거점구실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라에 긴급을 다투거나 외적이 침범했을 때 활활 타는 봉화를 피워올려 제몫의 역할을 다했을 눌의산의 늠름함이 살아 있다.
주로 백두대간코스 종주팀에의해 지나가는 산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추풍령에서 시작하는 산행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보니 깨끗함을 자랑하고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한적한 산행길을 함께 한다.
눈 아래 추풍령(210m)과 질주하는 자동차들을 보는 순간 신기할 정도로 갈증이 가신다. 비구름처럼 무거워진 몸을 벗어난 마음은 한달음에 추풍령 마루에 선다.
※ 산행코스
• 추풍령→눌의산 정상→장군샘→김천공원묘지→돈목→추풍령 휴게소(약 4시간)
• 우두령(질매재)~삼성산~여정봉~바람재~형제봉~황악산~백운봉~운수봉~여시골산~ 괘방령~가성산~장군봉~눌의산~추풍령(24km, 약 9~10시간)
※ 교통정보
• 경부고속도로를 황간IC에서 대구, 추풍령 방면으로 좌측방향→광천4길을 따라 1.51km→눌의산
• 김천은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문의 1544-7788).
• 경부선 서울에서 김천행 열차가 평일 21회(06:23~23:00), 주말 3회 증편 운행한다.
• 부산에서도 김천행 열차가 평일 26회(04:45~23:00), 주말 3회 증편 운행한다.
• 김천역에서 직지사까지 5~10분 간격(06:30~23:00)으로 운행하는 직지사행 11번(일반), 111번(좌석)버스를 타고, 신평마을에서 하차하면 된다.
• 택시비는 1만 원 안팎(김천 콜택시 054-435-8900)이다.
• 서울역→김천역(새마을·무궁화) 평일 21회(06:23~23:00), 주말 3회 증편 운행하는 경부선 이용.
• 부산역→김천역(새마을·무궁화) 평일 26회(04:45~23:00), 주말 3회 증편 운행하는 경부선 이용. 이외에 부전, 해운대, 포항, 울산,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경부선 열차 이용, 김천 하차.
• 김천→직지사 김천역 앞에서 5~10분 간격(06:30~23:00)으로 운행하는 11번(일반버스), 111번(좌석버스) 이용. 택시는 10,000원 안팎(김천콜택시 054-435-8900).
젊은 산악회 모임
2030 우수카페 2030산악회『1박2일따라하기 등산.캠핑.여행동호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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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산악회 대한민국1위 일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