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1,
2018
“끝난 사람” 의 독후감
책 제목이 좀 특이합니다.
그리고 책의 첫 머리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정년 퇴직은 생전 장례식이다”
은퇴 자체를 생전 장례식으로 묘사하고, 은퇴한 사람을 인생의 한 축이 끝난 사람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코믹하면서도 섬찍하게 다가오는 말입니다.
한 일본 여류 작가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은퇴자들을 만나 구상하여 온 것을 환갑이 된 후에 책으로 엮은 겁니다. 한 샐라리 맨이 은퇴 후에 겪게 되는 방황이 잘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은 이정구 학형이 금년 초에
선물한 것이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독후감을 남기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주인공은 지방의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도꾜 대학 법학부를 나온 엘리트입니다. 일류
은행에 입사하여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며 입사 동기의 선두 주자로 잘 나가다가 마지막 임원 승진에서 고배를 마십니다. 그 후 파견 근무를 몇 년 나가다가 결국에는 조그만 자 회사의 전무를 끝으로 은퇴합니다. 그의
나이 63세 입니다. 정년 후 2년 동안 연장 근무를 할 수 있었으나 그는 과감히 은퇴 쪽을 택하였습니다. 임금 삭감은 참을
수 있었으나 한 쪽 구석에서 보직도 없이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일 한다는 것에 그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은 겁니다. 경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도 한 이유입니다. 비록 아내 명의로 되어 있었으나 집도
있고 현금도 상당히 가지고 있고 연금만 해도 일 년에 5000만원이 나올 뿐만 아니라 아내가 일찍이 미용
기술을 배워 미용원에 나가 집안 용돈을 보태고 있으니 죽을 때까지 돈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집에서 책도 보고
TV도 보고 비록 편의점 음식이지만 밖에 나가
점심을 먹으며 모처럼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입니다.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 3개월 지속되자 싫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누가 노인당이나 문화 센터에 가보라고 조언을 해도 일반 노인과는 어울릴 수 없다는 엘리트 의식에 거절합니다.
취미 생활도 없습니다.
자원 봉사를 할려고 해도 자기의
경력으로는 마땅한 것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정원사나 목수로 은퇴한 사람이 더 인기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봉사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행이나 갈까 해도 마누라는 미용실에
매어 있으니 은퇴하면 여행이나 다녀야 하지 했는 생각은 그의 몽상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오랫동안 동창회에
나가지 않았으니 소원해진지 오래 되었고 회사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그들은 단지 동료이었지 마음을 주고 받는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은퇴한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직장
생활의 행복을 회상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하나를
만납니다.
대학 졸업후 오랫동안 만나 보지
못한 친구입니다. 그 역시 도꾜 대학 문학부를 나와 일류 회사에
취직한 엘리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활력이 넘쳐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일찍이 직장 안의 인사 부조리와 아첨을 보고 애들만 대학을 졸업하면 은퇴하겠다고 결심했다 합니다. 그리고 어릴 적 꿈이었던 권투 쪽에 관심을 갖고 심판 자격증을 땁니다. 조기 은퇴를 하여 지금은
권투 심판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돈의 액수는 옛날과 비교가 안되지만 지금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동양 챔피언의 심판은 해 본 적이 있고 이제 세계 챔피언의 심판이 그의 꿈이라고 합니다.
자기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버리고 은퇴후에도 자기가 좋아하던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하면서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
하며 은퇴 준비를 하지 않는 자신을 후회합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시간제 직장에
도전합니다.
그처럼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생각하고 직업소개소를 찾아 갑니다. 그리고
조그만 회사의 경리 사무직에 원서를 냅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떨어집니다. 그의 학력과 경력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사장이나 다른 임원이 그를 대하기가 어렵겠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변해도 사회에서는 알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실망한 그는 직장 찾는 것을 포기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문학을 전공하기로 합니다. 그의
모교인 도꾜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입학 논문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로 문화 학원에 등록하여 수강합니다. 거기의
등록 창구에서 일하는 한 젊은 이혼녀를 만납니다. 그녀와 몇 번 식사를 하면서 어느 순간 연인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꿈을 꿉니다. 오랫동안 비싼 음식을 사주며 많은 비용을 들여 호텔 건물 내부, 정확히 밥먹고 술 마시고 하는데 까지는 성공하나 마지막 관문인 방 안까지는 실패합니다. 동상이몽입니다.
젊은 그녀는 늙은 그를 밥을 사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지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친구는 오래 지속할 수 있으나 연인은 얼마 못 간다”는 얄미운 글을 남기고 그녀는 떠납니다.
그는 여기에서도 “끝난 사람”의 비애를 느낍니다.
은퇴 후 9개월 쯤 되었을때 한 청년에게서 Offer가 들어 옵니다. Soft ware 를 개발하는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자로써 직원이
40여 명 되고 외국에서 수주할만큼 장래가 촉망되는 회사입니다. 헬스
클럽에서 알게 된 그는 그에게 고문을 맡아 Mentor로 되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옛 직장 동료로 부터 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 보고 결정했다는 겁니다. 그는 흔쾌히 응락합니다.
일 주일에 3번만 회사에 나가니 더 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사업도 잘 돌아 갑니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합니다. 그 젊은 사장이 급사합니다. 그리고 모든 이사들의 권유로 사장의 자리를 맡습니다. 가족도 반대했고 그도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마음 한 구석에 잠재된 자신에 대한 과신과 엘리트 의식으로 사장 자리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동안은 회사도 잘 굴러 가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확장됨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회사도 늘렸습니다.
그런데 Soft ware를 설치하여 주었던 해외의 한 회사가 망하자 회사의 재정
상태가 악화됩니다. 흉흉한 소문에 유능한 직원 몇 명은 떠나고, 결국은
파산합니다. 그리고 은행 대출 13 억의 상환은 그의 몫이 됩니다.
사장 자신이 상환의 무한 책임을 지게 되는 계약서에 따른 것입니다. 그게 일본의
대출 계약서 양식이라고 합니다. 그는 9억이라는 모든 재산을 잃습니다.
남은 것이라고는 해외 주식에 투자한 1억 5천만과 연금 5000만원입니다. 아내의 명의로 되어 집은
압류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물러나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끝난 사람”으로써 아름다운 삶을 즐기고
찬미해애야 할 나이에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돈도 잃고 가정 불화로 졸혼까지 당하게 됩니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이 세운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 위하여 혼자 고향으로 내려 갑니다. 학교 다닐 때 이름도 없었고 눈에 띄지도 않았던 그는 도꾜의 큰 회사를 일찌감치 그만 두고 고향에 내려와 봉사 단체를 만들어 열심히
일하며 의미있는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것을 깨우칩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일류 대학을 나오고 안 나오고를 떠나,
사회에서 출세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얼굴이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 은퇴하고 나면 모두가 똑같아져 일렬 횡대에 다시 서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에 깨닫습니다. 과거를 내려 놓지 않으면 좋은 은퇴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줍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는 아내와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은퇴할 때 아내는 미장원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좋은 은퇴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은퇴는 부부가 같이 해야 합니다.
그는 은퇴계획을 아예 생각조차 안하였습니다.
막연히 여행하고 좋은 음식 먹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돈만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해결 될줄 알았습니다.
그가 은퇴하자 막상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했던 이유입니다.
그는 은퇴 후에 일렬 횡대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엘리트 의식에 도취되어 보통의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 겁니다. 은퇴한 그 순간에 옛 화려한 (?) 경력은 묻어 버리고
다시 태어 났다는 심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인공은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고등학교 동창들과
해후로 그나마 헤피 엔딩을 합니다.
그는 은퇴 후에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 결과는 막대한 재산 손실과 졸혼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2개의 인생이 있습니다.
은퇴 전과 은퇴 후의 인생입니다.
옛날에는 수명이 짧아 은퇴 후를
생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은퇴 후에도 30년을
더 살 수 있습니다. 은퇴 후의 인생을 계획해야 할 이유입니다.
우리는 은퇴 전에 아무리 화려한
(?) 인생을 살았더라도 은퇴 후의 인생이 형편없는
(?)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그들은 계속 움츠려 듭니다.
Cocoon처럼 보호막을 쌓고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학력과 경력등 은퇴 전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일렬 횡대에 서는 겁니다. 그리고 같이 출발한 겁니다. 과거를 부끄러워야 할 이유 없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도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똑 같은 선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열도 있을 수 없고 남과의 비교도 있을 수 없습니다. 각자의 행복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노래 “산다면”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내 몫만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행복하게”는 내가 덧붙인 겁니다.
우리 동창 모두 일렬 횡대에 서서
이 노래를 합창하며 인생 후반부를 행복하게 살아 가면 좋겠습니다.
시카고 특파원 일용이가
첫댓글 청탑회 회원의 2개의 인생은 청탑회에 나오는 사람과
나오지 않는 사람의 인생입니다.
청구회,청산회,청고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청구회,청산회,청고회에 나오는 회원과 나오지 않는
사람의 2개의 인생이 있지요...ㅎㅎㅎ
지금이라도 참석하여 동창 모두 일렬 횡대로 서서 출발해 보면 어떨까~~요?...ㅎㅎㅎ
내 말이 그 말이어. 정확히 이해했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