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방가? 방가!
취업이 안 돼 고민하던 방태식(김인권)은 동남아인 같은 외모를 활용해 부탄인이라고 속이고 이름도 '방가'로 바꿔 취직한다. 의자 공장에서 일하게 된 그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어울리며 일을 배운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태식의 친구 용철(김정태)은 노래방을 팔아치우고 고향에 내려가려 하고, 태식은 직장 동료들과 함께 외국인 노래자랑에 나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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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이 안 돼 고민하던 태식(왼쪽)은 부탄인으로 위장해 취직하는 데 성공한다. /상상역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미디 '방가? 방가!'(9월 30일 개봉)는 젊은 세대의 취업난과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 시대라는 사회 현상을 잘 버무린 시나리오가 좋다. 취직이 안 돼 외국인으로 위장취업한 한국인과 이런저런 이유로 비자를 받지 못해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매한가지로 한국의 인력시장을 풍자한다. 주인공 태식이 외국인 행세를 하려 해도 워낙 여러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몰려와, 고를 나라가 부탄밖에 없는 것도 흥미롭다.
'달마야 서울 가자'를 연출했던 육상효 감독의 코미디는 영화 중반부까지 나쁘지 않은 솜씨를 보인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자기소개를 한 뒤 김인권이 나와 "부탄에서 온 방가이니다. 한국 6년 일해요"라고 소개하는 도입부는 영화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린다. 외국인들에게 노래 '찬찬찬'을 가르쳐주는 장면도 꽤 우습다. 실제로 다양한 나라 출신인 외국인 배우들의 면면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중반 이후 불법체류 때문에 경찰에 붙잡힌 외국인들, 이들을 등쳐먹으려는 한국인, 시민권을 얻기 위해 한국 남자와 결혼하려는 베트남 여자의 사연이 뒤섞이면서 영화에 과부하가 걸린다. 카메라는 어지럽고 감정은 과잉인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겹치면서 영 시들해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