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을 권하기에 시작한지 40여일
금기 음식은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단 것이란다
오늘은 이사회라 술과 고기 양껏 먹었고
어제는 친구만나 고기 술에 낮부터 취했다네.
그 전엔 몰랐던 일이 고기 술 먹는 날이 어찌 그리 많은지
취하여 가는 범어역에서 우연히도 서울의 남재를 만났다
세상은 참으로 좁고도 넓은 것이
기분도 거나하니 제주그림 구경 함세
대형 HD TV로 보면 내가 봐도 장관인데
조그마한 컴터에 900×507 픽셀로 보자니 조금은 답답하다
비행기와 窓이란 말은 아름다운 것인 줄만 알았는데
제주행 항공기 창은 詩語 속의 창과는 달랐다.
그래도 창밖에 구름은 솜사탕처럼 아름다워
비행 중에는 사용할 수 있다기에 들이 댔더니
아름다운 아가시가 옆에 오더니 창문은 닦아주지 않고
카메라 전원 꺼 달라 하네.
랜트카 인수할 때 귀를 막고 인수하소.
보험 들라며 한다는 이야기는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
일반은 4만원이 넘고 특별은 8만원이 넘는다 하데.
그 이야기 듣게 되면 특별로 가게 되네.
용두암 찾아가니
파도채찍 후려치며 보험
들었냐 안들었냐 물어보시니
들었다 하니 바보 같은 놈이라 하고, 안 들었다 하니 간 큰 놈이라 하네
곤밥이 제주의 별식인줄 알고
먼 길을 물어물어 찾아 갔더니
꽁보리밥의 제주 방언이라네.
한림공원의 암소철은 꽁보리밥을 먹고 온 나를 보더니
속 들어 보이며 방긋 웃고
숫 소철은 수염 스다듬으며 맛이 어땠소 하네. 소철이 암수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
제주의 초가에 해녀가 물질에서 돌아오는데
하늘은 갑자기 비가 내리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한다
정원의 붉은 열매는 늦가을을 잡고 해어짐을 서러워하고
갈매기는 바다로 돌아가려하는데
제주의 가을은 장독위에 널렸다
정녕 오늘 수월봉의 낙조는 글렀단 말이냐?
차귀도 부두에서 낙조의 절승지란 수월봉을 쳐다보니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세찼다
등 뒤의 하늘이 열렸으므로
이 바람이 저 구름을 실어갈 걸 기대하며
수월봉 찾아드니 낙조는 어디가고 구름 더욱 짖어지고
우박이 섞인 진눈개비가 강풍을 몰아타고 얼굴을 애이며 그냥 돌아가라 한다
실의로 돌아서는 나그네 어께위로
수월봉 기상대 가로등이 길을 밝혀주네
깜깜한 밤길 더듬어 숙소를 찾아가서
모든 기대 저버리고 깊은 잠에 취했는데
문틈으로 새어든 아침 햇살이
벽 위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며 웃네.
놀라고 황망하여 일어나보니
일출은 이미 늦었지만 제주풍광 가관일세.
요즈음 제주 3다는 여자는 빠지고 날씨변덕이더라
유리창이 장애가 되어
급한 김에 팬티 채로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네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이
만약 나를 보았다면 돌았다며 웃었을 걸
해변의 산책로 바다 가에는
해녀가 눈 부비며 문 열고 마당 쓸고
엇 저녁 세차던 그 바람은 다 어디로 갔나.
그 바람 겨울을 싣고 가버렸는가
골목 마다 봄꽃이 피었구나.
풍차 도는 골목길도 다사롭기만 하다
주상절리대의 아침은 소라가 맏이하고.
소리섬박물관, 초컬릿랜드, 아프리카박물관
다 그냥 지나치고
찾아 간 아침 주상절리는 이름만큼이나 신기한데
나보고 노인이라며 그냥 입장하시라네.
주상절리가 무슨 뜻이냐고 하니
손바닥에 柱狀節理라고 써주며 板狀節理란 것도 있다하네.
내일 아침 오늘처럼 일출이 될까요?
제주 날씨 믿지마소
나도 본지 오래요.
제주의 털보사진사에게 카메라를 맏기지 마소
친절하게 여기 서시오 저기 서시오
이런 포즈 저런 포즈 요구하며 사람 바보로 만들더니
카메라를 돌려주며 기념품 하나 사달란다
사진을 찍어준 마음씨가 고마워서 사기는 샀는데
손주들 주려고 한쌍에 5000원짜리라하여
만원 주고 3쌍을 샀는데
기념품 상점에선 한쌍에 2000원에 팔더라오
여미지와 천재연이 이웃하는데
천재연은 짐작되나 여미지는 뭔가요
如美亭 앞에 못이 없으니 마지막 한 글자는 끝내 알 길 없네.
주차장에 내려서니
한라산은 눈옷을 입고 구름모자 쓰고 나를 부르는데
백록담은 이쪽인가 저쪽인가
여미지 식물원에는 가을이 풍성한데
한라산 보고파서 옥탑에 올랐더니
창문은 시샘하며 반사와 얼룩으로 보지 말라 하는데
다만 환기구 창틈 하나가 손짓하며
이리로 와서 보소 한다.
예전엔 아름다운 건 꽃뿐인 줄 알았더니
여기선 한라산에서 눈 뗄 수가 없구나.
여미지 화신들아 날 변덕하다 말아라.
길을 가다가도 한라산.
천재연 앞에서도 한라산
길가다 멋쟁이 여자를 보면 한눈파는 남자처럼
한라산으로만 곁눈질 가네.
천재연의 두줄기 폭포는 마음씨 착한 여인의 눈물일래라
추사선생 적거지는 유물전시관 건축으로 패관중이라네
들어가 보았자 별것이야 있겠냐만
돌담 너머로 기웃거려본다.
홀로 살기에는 상당한 규모이고
선생이 홀로 살던 집은 아닌 것 같고
반듯한 황토벽은 선생의 적거시절의 것은 아닌 듯하고
적거지 돌담 밖 공터에는 담을 따라 한라봉이 주렁주렁
한 켠에 비켜 선 감나무는 세한도 속으로 옮겨 심다 남은 건가
삼방산 아래 용머리 해안에는
하멜이 표류한 곳이라네.
기암괴석이 따로 없고
강태공은 바위에서 그림 같이 앉아있네.
해녀는 용머리 그늘에 앉아 물이 잘 나오게 밖아라고 하면서 멍게 소라 안주삼아 소주한잔 하라하네. 금강산이 아닌데도 소라 해삼 소주한잔 1만 2천원
형제봉은 용머리와 송악산 가운데서 논는데
해 뜨고 지는 모습으로 사람을 모은다네.
송악산은 억세 문을 열고 삼방산과 형제봉을 부르고
송악산 나무는 바람에 날리지 않으려고
산을 끌어안은 채 엎드려서 그만 크겠다고 하네.
풀꽃은 나뭇잎이 다 진 뒤에야 고개를 내밀고.
제주의 눈바람은 선인장도 견딘다.
송악산 서쪽 우리나라 최남단 가파도와 마라도에서
하나 둘 불이 켜지면
건너편 삼방산 아랫마을에서도 등불을 켜고
나그네의 갈 길을 재촉한다.
제주 날씨 변덕이 죽 끓듯 해도
혹시라 미련남아 주상절리 다시 찾았네.
해님이 오실 시간은 아직 인데.
강태공이 밤부터 먼저 와 있네.
오늘도 일출은 저 멀리 갔다
원래는 3일째 일출을 보고 동쪽으로 천지연, 정방폭포 관람하고 그다음 성읍의 민속마을과 동부내륙을 예정했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한라산으로 가보자. 정상은 못할망정 중턱이라도 가보자 아침을 간단히 하고 영실과 어리목이 어딘가 연료계기는 한 눈금 좀 더 남았다며 조심하라네. 중문에서 한라산을 거처 제주시까지 충전소 없다고 알려주는 사람 없네. 한라산 가는 길에 감귤은 돌담 위에서 겨울을 익히며 대구소식 묻는다. 연료야 있던 없던 멈취서서 소식은 전해야지
한라산 찾아가던 1100고지에서
가스가 바닥났네,
견인차가 올 때까지 눈이나 밟자.
일출에 실패하고 견인되어 가는 길에
눈 덮인 한라산이 눈에 밟히네.
제주의 중심부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길은
보통의 관광객은 가지 아니하는 길
아름다운 갈대가 숲을 이룬 가운데
선조의 묘소 옆에 꽂힌 표지판에는
소유자 승낙 없이 경작하지 마시오.
영실의 길목에는
제주마가 눈 속에서 풀을 찾고
어리목 가로수 단풍사이로
한라산은 눈옷을 입고
한기를 품으며 신비에 쌓였는데
영실과 어리목의 입장은 오전에만 가능하다오.
오늘 하루는 참으로 운이 없다.
실의에 차서 산을 내려오니
그제사 한라산이 미소 지으며 전송한다.
가을과 겨울이 함께하는 제주여
이리보고 저리보고 뒤돌아보네.
한라산아 너마져 없었다면 어쩔 뻔 했겠냐
어리목 입구에서 일몰을 만났는데.
바람도 아니 부는데 하늘을 불태운다.
제주 서쪽 끝 협제에서
산속을 뚫고 동쪽 끝 섭지코지에 오니
섭지는 狹地에서 온 말이고 코지는 제주 말로 꽃이라고 하는데
해는 저서 배고픈데 전복 돌솥밥과 옥돔정식이 구미를 돋운다.
이름이 성산일출봉이니 여기선 보여주겠지
그러나 제주의 변덕은 여전했다
일출은 기미도 없고 청태가 대신 나와 반기고
카메라 배터리가 소진을 예고하는데
충전기를 엇 저녁 중문 숙소에 두고 온 걸 알겠네.
중문으로 가는 길에도 한라산만 보이니
명산은 명산임이 분명하다
검멀래란 제주말로 검은 모래란 뜻이라 하고
지두청사(地頭靑莎) 위에는 등대가 섰다
해안에는 풀꽃이 세월을 잊은 듯 폈다
우도와 비양도는 썰물 때는 걸어서 건너고
밤길을 밝히던 등대는 낮잠을 잔다
우도의 끝트머리에서 전복, 소라, 옥돔으로 배를 채우고
그 누가 박물관의 그림 한점을 오려다 옮겨두었네
많은 돈 들여 명화를 구하지 말아라
이곳에 오면 살아있는 그림을 그대로 볼 수 있다네
西濱白沙의 모래는 눈처럼 희어서
2004년 천연기념물 제438호가 되었다네
해파리도 백사가 좋아 쉬어가고
우도를 나오는 항구에도
성산의 일출봉은 물속에 잠겨있고
갈매기는 바위에서 쉬고 있다
일출봉은 말 없이
바다에 발을 담그고 말이 없는데
사람들은 오고가며 말이 많구나
성산의 노래는
100년 전 제주의 유학자 海隱 金羲正이 짖고
글은 20세기를 이끈 제주의 명필 素菴 玄中和가 섰다네.
제주여 다시 언제 볼거나
첫댓글 서울친구 지하철에서 만나기도 어려운데. 대구, 서울사람이 범어역 지하철에서 만나다니. 신의웅과 같이 잘 갔겠지. 제주 소식 볼려고 틈있어 PC방에 들렸다네. 재미난 글과 사진 한참 들여다보니 글은 예쁘고 사진도 아름답구나. 한참을 정신 없이 보다보니 날 셀것 같구나. 지난번 대구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그냥 옷깃 스치고 지났을것 같구나. 그래도 고향가서 聽岡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구나. 재밋게 잘 보구 간다. 자주 올려라. 많은 이야깃거리...
두분의 좋은여행 축하합니다. 재주도여행 다시한것같이 느껴지내 친구야 ! 좋으글 그림 잘 보고, 너무고맙다.
牛島는 말타는 초원과, 白沙場 해변이 남태평양 어떤 그곳과같아 꼭다녀보시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