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진은 캐논 EOS 700D로 촬영하였습니다.
11월 전시관람을 위해 천안시립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천안 예술의 전당 옆에 위치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돌계단이란 투박함 위에 위치한 세련된 유리문이 언밸런스함을 일으키면서도 미술관이란 느낌을 잘 주는 듯합니다. 천안시립미술관에서는 이번에 올해의 청년작가 2명인 홍예림 사진작가와 김은혜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이번 홍혜림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나타내는 한 글자입니다. 'burr' 라는 글자는 건축 과정 중 벌어지거나 갈라진 틈, 뚫린 구멍, 거친 뒤면 등에서 볼 수 있는 돌출물, 혹은 부스러기 따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홍예림 사진작가는 '건축의 오류' 라고 할 수 있는 'burr'를 해결해 나가는 창의적 방법과 그 자체를 의도적으로 생산하며 의미를 퇴색시키는 방식을 통해 안과 밖, 수용과 거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양가적 감정을 노동과 갈망으로 드러내는 사진작가입니다.
얼핏 보면 잡동사니들을 모아놓은 것 같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전시회의 목적을 생각해 보면 저 의문스러운 배치의 잡동사니는 마치 e-sorry라는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축 현장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를 건축물의 재료로 표현하여 마치 하나의 작은 세상을 표현하는 아기자기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한 폭의 명화같은 그림을 찍어놓은 사진입니다. 작품 속의 건축물은 바깥 쪽으로 보이는 드문드문 보이는 바다의 푸름을 더욱 강조시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중간에 이를 금이 가게 하고, 액자의 중간중간을 부수거나 없애 미완성품이나 골동품같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색을 더욱 강조하여 그 이질적인 느낌을 부각시키기 위해 필터를 사용하여 원래 색상보다 더욱 진하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사람의 얼굴과 몸통을 건축 자재에 새겨넣은 듯한 작품입니다. 머리와 몸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채로 찍혀있다는 것에서 온전한 사람의 형태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얼굴과 몸통에는 'pimme', 'samery' 등의 영어 단어가 적혀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무슨 뜻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비슷한 단어가 존재할 뿐, 이 단어들의 뜻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영어단어와 이상한 형태의 몸 형상을 통해 불완전함을 표현한 작품인 듯 합니다.
2층에 간 저는 '움직임, 대사, 효과음'이라는 김은혜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볼 수 있었습니다. 대중매체 확산과 이미지의 범람 속, 일상의 거리에서 수집한 텍스트, 이미지 등이 갖는 다양한 상징들을 지우고 왜곡하는 작업을 통해 기존 질서에 대한 자유롭고 유동적인 반응과 세계와의 관계 맺는 방식을 완결된 문장이나 특정한 개념으로 정의하지 않는 '예술' 그 자체를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끊임없는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을 가치로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비어있는 새장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공허함이 느껴집니다. 따뜻한 가정집에서 새가 지져귀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어야 할 새장은, 새의 공백으로 인해 무가치한 애물단지로 전락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조명으로 인해 따스한 색을 비추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아이러니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어딘가에 놓이거나 걸려있는 것이 아닌, 사슬로 천장에 묶어 띄워지고 있다는 것도 삭막함을 부각시키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사람의 눈을 원형 판에 그려넣은 작품입니다. 삼각대를 이용하여 전시했다는 것에서 이 작품은 가까운 거리, 즉 작품에 쓰여있는 '1cm' 근거리에서 눈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눈꼬리가 눈가와 수평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 속의 인물은 무표정을 짓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원판에 표현되고 있는 사진이 흑백 필름이라는 점에서 더욱 삭막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주변의 조명이 그 분위기를 해치고 있었기에, 이를 바로잡고 싶어 흑백 필름을 통해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여러가지 색이 뒤섞여 있는 그림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색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 부조화를 표현함과 동시에 큰 틀에서 보면 노란색, 빨간색, 흰색의 3구역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확실히 나뉘어져 있는 질서를 표현한 듯한 모순적인 느낌이 듭니다. 심지어 그림은 정방향이 아닌 약간 비스듬한 형태로 세워져 있어 마치 비뚤어진 세상을 표현한 듯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에 갔던 전시회들은 한가지, 혹은 여러 개의 정상적인 형태의 물체로 무언가 숨겨진 뜻을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회에서의 작품들은 부조화를 통해 메세지를 전하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심상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전시회는 제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었고, 불완전함과 난잡함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