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경찰의 날』 이 다가오면 어머니와 형님이 그리운 이유
― 『경찰관의 구두』에 얽힌 잊지 못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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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에세이】
『경찰의 날』 이 다가오면 어머니와 형님이 그리운 이유
― 『경찰관의 구두』에 얽힌 잊지 못할 이야기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
‘경찰의 날’(10.21)을 앞두고 <카카오스토리>에 필자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추억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렇다. 현직 경찰관 시절에 썼던 글이다. 매년 ‘경찰의 날’이 다가오면 과거를 되새김하듯 누리 소통망에서 전 현직 경찰과 함께 추억하는 글이다.
경찰관 아들의 구두를 닦아주시던 어머니도 그립고, 멀리 미국에서 대한민국 경찰이었던 동생에게 보내준 장형의 편지 글은 언제 다시 읽어봐도 사랑이 넘친다.
올해 ‘경찰의 날’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선 경찰 가족들과 공유한다.
2024. 10. 21. 필자 윤승원
▲ 카카오스토리 - 윤승원의 추억 이야기 <공유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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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구두
윤승원
칠순 노모가 자식의 구두를 깨끗이 닦아 놓는다. 돈을 주고 닦아 신는 것처럼 구두코가 반들반들하지는 않지만, 어머니께서 손수 닦아주시는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면 죄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 경찰관의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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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경찰관 아들의 구두를 닦아주시는 것을 일상의 큰 낙으로 여기셨다. ‘힘드신데 그냥 놔두시라’고 한사코 말리는데도, 어머니는 내 구두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닦아 주셨다.
▲ 그리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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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자식의 구두를 닦으면서 ‘오늘도 자식이 이걸 신고 다니면서 고생할 텐데…’ 안쓰럽게 여기셨을 게 분명하다. 이제 어머니는 이 세상에 안 계시다.
나는 지금도 아침에 구두를 신고 나오면서 어머니의 그 손길을 염치없이 그리워한다. 어머니는 내게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낮고 험한 데만 찾아다녀야 하는 경찰 직업을 가진 자식을 위해 저 높은 곳에서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지켜주시리라는 믿음은 지금도 내겐 신앙과 같다.
일선 경찰관들은 발로 뛰는 사람들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로 일하는 사람과는 임무가 다르다. 현장을 노상 발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낀다. 구두가 그 어느 직종보다 쉽게 헤질 만큼.
언젠가 구두 수선업을 하는 분이 경찰관의 구두를 수선하면서 그 속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와 그 어떤 직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구두 옆구리의 헤진 부분을 보고 그 노고를 지면에 투고한 것을 기억한다.
‘발은 침대에 있는 시간 이외에는 신발 속에 있다.’ 라는 서양속담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말이 가장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직업이 경찰관이 아닌가 싶다.
이제 경찰관의 구두는 유행이나 모양으로 선택하기보다는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특별히 제작된 것을 신었으면 하는 소망도 품어본다.
경찰관들은 발을 너무 혹사한다. 지난 해 경찰가족의 편지글을 모아 편집하는 일을 맡아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 경찰관 자녀가 쓴 『아빠의 발을 보면…』이란 편지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아빠가 야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오전 내내 주무시지요. 주무실 때 퉁퉁 붓고 무좀 투성이인 아빠의 발이 보이지요. 그 발은 더럽고 미워 보이지만 우리를 위해 애쓰고 고생하시는 것을 다 말해 주는 것 같아요.”
얼마 전, 교육자이신 큰 형님이 미국에 교환 교수로 가 있는 조카의 초청으로 메인주 벵골지역을 여행하면서 동생인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이곳 경찰들은 길거리를 다니면서 하품을 예사로 한다. 그 모습이 내 눈엔 부럽기만 하더라.” 그러면서 형님은 “미국의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 벵골지역의 치안상태만은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아도 될 만큼 평온하다.”는 것이었고,
“피곤해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 하품하는 경찰들을 보고, 경찰 직업을 가진 동생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편지가 소중해서 동료 경찰관들과 돌려가면서 읽었다.
▲ 필자의 장형(윤길원, 교육자)이 미국에서 「경찰관 동생」에게 보내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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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게시판에는 경찰의 잘못을 나무라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어느 네티즌은 순경들이 거리에서 잡담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고 지적한 적도 있었다.
또 어느 시민은 순찰하는 경찰관이 모자를 삐뚤게 썼다고 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경찰이 그늘에서 잠시 쉬는 것도 곱지 않게 본다. ‘단거리 선수처럼 언제나 뛰어다녀야 하는 직업’으로 인식한다.
한국 경찰은 고달프다. 출동하여 현장에 가보면, 비상식이 상식인양 둔갑하기도 한다. 공연한 일로 트집 잡아 행패 부리는 사람도 있고, 입으로는 온갖 좋은 말을 하면서도 행동은 영 실망스러운, 자칭 ‘민주시민’도 있다.
사람 사는 곳에 어찌 다툼이 없기를 바라랴. 사람 사는 곳에 어찌 이런 저런 말썽이 없기를 바라랴. 그러나 걸핏하면 술이 원인이 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끝내 경찰관서에서 매듭을 지으려는 사람도 있다.
보통 사람의 평범한 가정교육과 초등교육 정도를 받은 사람의 지적수준이라면 얼마든지 경찰을 수고롭게 하지 않아도 될 사안인데도, 일부 시민들은 경찰을 여전히 고달프게 한다. 연중 한 켤레 구두로는 부족할 만큼……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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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따뜻한 눈길 주신 <어느 독자의 댓글>
많은 독자가 고생하는 일선 경찰을 격려해 주시고
저의 졸고 에세이를 공유해 주셨습니다.
특히 존경하는 역사학자이자 시인이신 운경 이양자 교수님은
역사 블로그에 저의 글을 옮겨 공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필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