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명상길을 걷다
매월 셋 째주 토요일 성법57산악회(회장 최돈문) 정기 산행일, 이번 주엔 강남 봉은사 명상 길을 찾았다.
봉은사 명상 길은 도심 속 천년고찰인 봉은사 경내 숲에 있는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오아시스 같은 산책로다. 조성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탓으로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봉은사 둘레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길로 서울 강남 중심에서 만나기 어려운 멋진 산책로다. 총 거리 1.1km 규모로 2021년 8월에 조성됐다.
이곳을 방문하는 신도 및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면서 명상뿐만 아니라 삭막한 도심 속 숲속에서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강남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심 속 숲으로 이루어진 봉은사는 자연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지하철(9호선 봉은사역)만 타면 절 바로 앞에 내릴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기 좋다. 봉은사는 서울 강남 중심에 위치한 사찰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조계사의 말사다. 본래는 수도산(修道山)에 있는 산사(山寺)로, 정식으로는 수도산 봉은사로 흔치 않은 도심 속의 고찰(古刹)로 유명하다.
봉은사는 서기 794년 남북국시대 신라 원성왕 시절에 연회국사(緣會國師)가 처음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의 이름은 ‘견성사(見性寺)’였고 위치도 선릉 근처라 지금과 달랐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 성종의 능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많은 땅을 하사받았다. 이것 때문에 절 이름을 ‘은혜를 받든다.’라는 뜻의 봉은(奉恩)으로 바꾸었다.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자주 찾던 절인 만큼 대웅전과 판전의 현판은 그의 작품이다. 특히 판전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작품으로, 어린아이의 글씨 같아 보이면서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초월한 느낌을 주는 글씨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말기인 1939년에 큰 화재를 겪었으며 1950년 6.25전쟁 때 전각이 대부분 파괴되었다가 이후에 재건됐다고한다. 때문에 봉은사 건물은 판전 등 소수의 건물을 제외하면 주로 1940년대와 1980년대 전후로 재건된 것들이다. 봉은사의 상징 같은 미륵대불은 높이가 약 23m로 7층 높이의 석불(石佛)이다. 실제로 보면 더욱 대단하다.
명상 길의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봉은사 전통적인 경관을 감상하면서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명상공간’과 봉은사 도량(道場)사이로 보이는 도심 경관을 보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조망공간’이 있다. 그리고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오죽(烏竹)이 가득한 ‘오죽 산책로’ 등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소원돌탑도 볼 수 있고, 중간중간 쉼터도 잘 마련되어 있다. 산책로 아래 쪽길은 대나무로 조성되어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봉은사 경내에 가까워진다. 불경 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중간 중간 절 안쪽으로 들어가는 샛길도 많이 있다. 명상 길 개방시간은 아침 5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서울 강남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그저 경이롭고 고마울 따름이다.
명상 길 주변으로 산사나무, 반송 등 21종 1만2천5백여주의 우리나라 고유 수목을 식재하여,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수목을 감상할 수 있다. 쉼 터엔 의자까지 놓여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오늘도 한솔이 메고 온 꿀단지 같은 가방에선 푸짐한 간식거리가 얼굴을 내미니 산삼주와 딸기 견과류까지 엔돌핀이 절로 솟는다.
성법57산악회! 오늘도 젊어진 기분으로 명상 길을 나오니 약 삼계탕 집이 지척에 보인다. 한방삼계탕으로 소문난 ‘지호’, 맥주 막걸리 인삼주 삼색 술을 겻 드린 점심상을 대하니 신선 노름이 따로 없다.
아직은 쓸 만한 다리가 대견스러웠다고나 할까 90이 내일 모래인 나이에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니 다행이 아닌가. 자리를 빛내준 신계식 안걸 안순영 정구현 정운종 최돈문 홍관식 한솔 한비 9명의 건각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