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둑에서 얻을수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그날의 프로기전 대국일지를 보는
것이다. 예선전이라도 있느날 한국기원홈피에 무수한 대국결과가 올라오기라도
하면 맛있는 간식거릴 한아름 침대맡에 올려놓고 신간만화 수북히 쌓아놓은채
첫권을 펼치기 시작하던 행복감 그 이상이다.
(1)야구를 보면 바둑이 보일까?
박찬호,김병현,최희섭같은 선수들의 미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하여
우리는 MLB의 경기를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메이저리그의 중계를 보면서 감탄을 하는것은
우람한 체구에서 나오는 외국선수들의 파워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중계방식에서도 정말 대단하단 생각을 갖게 됩니다.
특히나 기록을 중요시하며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는걸 보면 감탄을 금할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그들은 거의 모든 기록을 분석해서 보여줍니다.
우타자인 그 선수가 좌월홈런은 몇 개나 쳤는지 밀어쳐서 우측으로는 몇 개를
넘겼는지 이런건 기본이며 1번타자로서 역대 팀 최고의 도루 실패자는 누구인지,
만루홈런을 친 다음 타석의 안타 확률은 몇 인지, 심지어 방망이가 부러진 다음에
안타가 나올 확률은 몇일지까지도 그들은 통계하여 분석합니다.
야구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기록의 경기이고 기록이 주는 즐거움이 큰
종목이란걸 그들은 확실하게 알고 있으며 그런 야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서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바둑이 야구에 못지않은 기록적인 종목이고 다양하며 흥미롭고 의미있는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시사하는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2)바둑은 어떠한가?
한국기원에서 인정하는 이창호9단의 공식기록은 2004년 12월8일 현재
1142승 305패입니다
(한국기원에서 공식기록으로 인정않는 타이타배등은 제외)
바둑에서 우린 저 전적으로 어느정도 흥미있는 통계거릴 추출할수 있을까요?
계산이 귀찮으시다면 대신하여 간단하게 몇가지만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이창호9단은 78.9%의 놀라운 통산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 평균 60승 16패라는
대단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흥미있는 통계는 많이 집계할수 있을것입니다.
흑번을 특히 잘둔다는 이창호9단의 총 흑번 승률은 90%가 넘을것인가?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약하다 할수 있는 백번의 승률은 어느정도일까?
신산이라 불리며 반집만 이기는 길이 있으면 작은 손해는 양보를 한다는데
과연 반집승은 지금껏 얼마나 거두었을까?
불계승률은 몇%나 될까?
불계패는 몇번이나 있었을까?
어떠십니까? 흥미롭지 않을까요?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것이 궁금하시다면 전 애써 참으실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근본적으로 국내 바둑계에서는 그 아무리 이창호9단의 기록일지라도 이러한 통계를
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에 언급한것을 통계내기에는 그 아무리 이창호9단의 열렬팬일지라도
한국기원의 모든직원이 머리를 맞대거나,혹은 심지어 이창호9단 본인이 알고자해도
어찌할수 없는 부분일것입니다.
(3)예선대국은 비공식 대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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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인천대학교에서 열린 1회 한국바둑학회(회장 임성빈) 학술대회에서
덤이 6집반인 현재의 바둑룰에서는 흑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전혁 인천대 교수(경제학과)가 정수현 명지대 교수(바둑학과·프로 9단)와 공동
연구해 발표한 ‘경제원리와 바둑의 착수 메커니즘’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덤이
6집반일 경우 흑이 약 한 집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교수가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 동안 프로기사들의 공식대국을
모두 집계해 도출해낸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세계·국내기전에서 흑이 불계승을
거둔 경우는 54.4%,계가승을 거둔 경우는 55.7%로 흑이 이길 확률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계가승의 집 차이를 계산해보니 흑이 1.007집 유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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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24일자 스포츠 투데이의 기사중 일부 발췌했습니다.
기사를 보면 4년동안 프로기사들의 공식대국을 모두 집계했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러나 전 이러한것을 신뢰할수 없습니다.
모든 공식대국을 집계했다는 2002년에 집계한 대국은 전체 대국수 2641국중
겨우 34.2%인 773국만 집계했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학술대회에서 그들이 조사한것은 각 기전 예선대국의 상당수를 포함하지 않은
통계입니다.
2002년 왕위전을 예로 들면 총 200국중에 정확하게 기록이 행해진 대국은 몇개의
최종예선결승을 포함 35국의 본선대국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해 벌어지고있는 각 기전의 대국중 몇개의 최종예선결승을 제외한
모든 예선전은 오로지 승패밖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지금껏 벌어진 모든 프로기전 대국중 70%에 가까운 대국은 불계승인지 기권승인지,
혹은 흑승인지 백승인지조차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773국은 일부 최종예선 결승대국이거나 본선대국 이상일뿐입니다.
위 기사내용처럼 4년간의 공식대국을 모두 집계한것이 사실이라면 가능성은 단
한가지뿐일것입니다.
각 기전의 프로기사간 예선대국은 공식대국이 아니라는 점.
그렇다면 과연 각 기전의 예선대국은 공식 대국이 아닌것일까요?
공식대국이 아니라면 비공식대회이므로 이창호9단의 1142승중 적지않은 예선 승수는
기록에 포함치 말아야 할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예선전도 하나의 정식기전 공식대국입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대국의 과반수 이상이 기록되지 않도록 예선대국을 가볍게
여긴것은 큰 시행착오라고 생각합니다.
*논리 부족으로 글이 논지에서 빗나가는것이 우려되어 덧붙입니다.
한국바둑학회의 덤에 대한 연구를 탓한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모든 대국의 승패 결과를 자세히 아는건 애초에 불가능했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연구마저도 반쪽에도 못 미치는 통계라면 신뢰감이 조금은
덜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거에서 표본으로 출구조사하는게 비교적 정확하다 하여 바둑에서도 상관없다
주장한다면 웬지 동의하고싶지 않은것은 저 뿐일까요?
(4)관례로 이어져온 무지
현재 국내및 세계 예선대국의 기록은 대국에서 승리한 프로기사가 직접합니다.
바둑계의 어려운 현실이 예선대국이 갖는 상대적인 낮은 비중과 맞물려
기록자를 별도로 못두는 상황은 십분 이해한다 하겠습니다.
대국을 치른후 승리한 기사는 대국용지에 승패를 기록합니다.
여기에서 혹시 어떤 해결점을 발견하시지는 않으셨습니까?
프로기사가 승패를 기록할때 흑번으로 승리했는지 백번으로 승리했는지
혹은 몇 집승인지, 불계승인지를 추가 기록하는것이 그렇게 힘든것일까요?
10여초만 더 투자하면 기본적인 기록 체크가 가능한데 그걸 못 하고 있는걸보면
일반인들은 알지 못할 어떤 어려움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한국기원측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아닐텐데
이렇게 흘러온 배경에는 필시 다른 이유가 있는게 틀림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20대 전후의 신예기사 몇분에게 대국후 기록하는데 어떤 문제점이
있는건 아닌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들은 대답은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별다른 문제는 없고 그냥 관례상 그렇게 하는게 아닐까하는 답변이었거든요.
관례?
그럼 지금까지 그 많은 대국이 기록되지 않았던것은 오로지 관례때문이었던것일까?
한 프로기사는 이런 의견을 주었습니다.
예선대국이란것이 본선을 가기위한 과정에 지난다는 생각에 기록의 중요성을
간과한것이 아닐까하고.
12월8일 현재 올해 승률부문에서 김만수5단은 2004 바둑대상 승률상 수상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쾌조의 컨디션으로 현재 32승11패로 근소하지만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김만수5단의 올해 승리대국 32국중에 승뿐만이 아닌 자세한 대국결과가
나온 대국은 겨우2국 뿐입니다.
무려 30국은 흑으로 이겼는지 백으로 이겼는지도 모릅니다.
예선대국이 의미없다면 예선에서 승수를 많이 쌓은 김만수5단이 승률왕에 오른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5)기록은 전부에서만이 가치가 있다
다음은 답변을 해준 프로기사중 최철한9단과의 문답입니다.
기다림미학: 예선대국후 기록시 승리외 흑번인지 백번인지,불계승인지 아닌지를
추가 체크하는것이 어떤 번거로움이나 불가함이 있나요?
최철한9단: 그런것은 전혀 없고요. 그런 정도를 추가 기록하는것은 전혀 문제될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총 수순은 대국후 바둑알을 일일이 세어야해서 좀 번거로울수
있겠네요.
기다림미학: 지금까지 기본적인것을 기록하지 않은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철한9단: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기는 해요.
기록한다고 크게 힘든것도 없는데 그냥 예전부터 그렇게 하던거라 관례라고 생각한듯
합니다.
기다림미학: 만일 한국기원에서 방침을 바꾸어 예선대국도 승패외에 간단한 기록 체크를
추가한다면 찬성하십니까?
최철한9단: 물론입니다.
순위 |
이름 |
대국수 |
승 |
무 |
패 |
승률 |
최다수 |
최소수 |
불계승 |
불계패 |
반집승 |
반집패 |
|
1 |
|
83 |
60 |
0 |
23 |
72% |
216 |
216 |
35 |
15 |
0 |
2 |
|
2 |
|
65 |
48 |
0 |
17 |
74% |
331 |
251 |
31 |
9 |
1 |
1 |
|
3 |
|
68 |
50 |
0 |
18 |
74% |
226 |
175 |
25 |
12 |
1 |
0 |
|
4 |
|
54 |
39 |
0 |
15 |
72% |
194 |
179 |
16 |
8 |
0 |
0 |
|
5 |
|
47 |
27 |
0 |
20 |
57% |
322 |
270 |
14 |
10 |
0 |
0 |
|
6 |
|
53 |
33 |
0 |
20 |
62% |
280 |
280 |
10 |
9 |
2 |
1 |
|
7 |
|
42 |
25 |
0 |
17 |
60% |
151 |
151 |
8 |
6 |
0 |
1 |
|
8 |
|
28 |
15 |
0 |
13 |
54% |
160 |
160 |
6 |
6 |
1 |
0 |
|
9 |
|
44 |
26 |
0 |
18 |
59% |
132 |
132 |
6 |
6 |
0 |
1 |
|
10 |
|
40 |
28 |
0 |
12 |
70% |
310 |
227 |
4 |
3 |
1 |
1 |
*위 표는 12월8일 현재 한국기원 홈피의 불계승률 순위표입니다.
최철한,이창호,이세돌9단은 불계승률이 50%가 넘는데 10위를 차지한
양재호9단은 겨우 4번의 불계승만이 있습니다.
정말 양재호9단의 올해 불계승이 4번뿐이겠습니까?
예선대국은 전혀 기록에 포함못하는 상황에서 저런 순위표가 과연 무슨의미가
있는 걸까요?
(6)공허한 메아리~
최근에 한국기원사옥의 신축문제로 바둑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소릴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 어느 단체보다 세계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기원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낡은 사옥을 벗고 새 사옥으로 가는건 한국기원 관계자뿐
아니라 모든 바둑계 인사와 팬들의 바람일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웅대하고 현대적인 건물로의 이전도 분명 중요하지만 바로앞에
있는 소중한것을 찾아달라고 한 바둑팬이 소리친다면 과연 그들에게는 들릴까요?
예선전을 치루는 한국 축구팀이나 야구팀의 경기 결과를 스코어도 모른채 승패만
전해주는 스포츠뉴스라도 혹 듣는다면 그걸로 위안이나 삼으면 족할겁니다.
첫댓글 수고하셨네요,,구구절절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아~ 수고했다는 그 한마디가 절 울리네요. 정말 단순노가다처럼 고생만 한 기분.. 웬지 술술 써지기에 두시간을 완료한번 없이 이어쓰다가 무심코 날린심정..;; 간혹 문맥이 이상하면 그탓인가 하세요..;;
와우 정말 멋진 글이네여~ 미학님 수고하셨습니다...바램이 현실이 되길...
옳소..!! (↖-_-↗)
와우... 미학님 오랜만에 엄청난 내공의 글을...^^ 정말 한번쯤 말하고싶던 얘기였는데.. 수고하셨습니다..^^
공감 100% , 그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듣고 보니 옳은 말씀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참 좋은 제안이네요. 미학님 수고 많으셨어요.
퍼펙트~! 지금껏 프바사에 올라온 글 중에 최고네요. -_-b
음.. 글이 조금 많이 길어서 이제야 봤네요. (볼 시간이 마땅히 없었다면 핑계가될련지...-_-;;) 암튼 결론은 정말 굿이네요.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도 잘 전달되도록 정리도 잘하셨구요. 무엇보다 글이 담고있는 깊은 뜻이 참 .. 미학님 !!. 역시 프바사 쥔장님이십니다!!
ㅇ ㅏ.. 글고 담아갑니다용..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