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의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운영 현황을 돌아보고 앞으로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7명의 토론자가 모였다. 국립 특수교육원 안수경 연구사의 진행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립특수교육원의 직업교육 담당자, 그리고 제1기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담당교사 5명에 의해 이루어진 토론을 함께 들어보자.
·토론 _교육과학기술부 특수교육과 교육연구관 정민호, 국립특수교육원 진로·평생학습팀 교육연구사 송소현, 성남방송고등학교 교사 황윤의, 상암고등학교 교사 최경희,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교사 최연옥, 동래 원예고등학교 교사 박진수,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 교사 남미숙
·진행 _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안수경
[ 안수경 ] 이번 호의 토론은'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운영 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해 보려 합니다. 우선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의 취지와 의미를 소개해 주시죠.
[ 정민호 ] 그동안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는 직업교육을 실시 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특수학교는 직업담당 교사가 있으 며 직업교과 교실도 있으나 일반학교에는 없습니다. 게다가 일 반학교의 특수학급은 1개 학급인 곳이 대부분이어서 특수교사 혼자서 직업교육을 계획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어려웠지요. 그 래서 특수학급이 3학급 이상 개설된 학교를 거점학교로 지정 하고, 당해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학교 학생까지 지원하는 정책이 개발되었던 것입니다.
[ 송소현 ]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는 그동안 진로·직업교 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을 위해 지정되었습니다. 특수학교와 달리 특수학급은 직업관련 시설· 설비, 전문인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운 여건에 있었기 때 문입니다. 지역별로 고르게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가 지정 되어 현장실습과 지역사회 사업체 연계, 인근학교 장애학생 직 업교육 컨설팅까지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 안수경 ] 그러면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요?
[ 황윤의 ] 거점학교는 직업 훈련실을 조성하여 지역의 학생들 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하며, 현장실습과 지원고용, 사후관리로 사회적 자립을 이루도록 합니다. 또한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와 컨설팅을 실시하여 직업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학부모 및 가족 에게 연수, 견학, 박람회 등에 참여하여 자녀를 지도하도록 준비 시키며, 지역사회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장애학생의 자립과 취 업을 실현합니다.
[ 남미숙 ] 지역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 학교 운영을 반기는 것은 거점학교 교사로서 뿌듯한 일이지만 지역의 학교들을 지원해야 하는 거점학교 교사들은 과중한 업 무로 인해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해결하 고자 교사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사업체 발굴, 취업알선 등의 업 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페셜 코디네이터를 배치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스페셜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각 학교별 특색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 따라 직무보조원 이나 직업훈련 강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 박진수 ] 거점학교의 운영주체는 특수학급이다 보니 특수학 급 담당교사의 힘만으로 진행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 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기관연계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 다. 지역사회의 유관기관으로부터 프로그램에 관한 자문을 받 기도 하고, 현장실습이나 취업 지원을 수행할 수 있는 산업체 를 소개받기도 합니다. 부산의 경우 직업능력개발원과 연계하 여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하고, 180 시간의 바리스타 교육을 이 수한 학생들은 한국능력교육개발원의 바리스타 자격시험에 필 기면제 검정 자격을 인증 받을 수 있습니다.
[ 황윤의 ] 거점학교를 운영하는데 있어 기관연계도 중요하지 만 학부모 교육도 참 중요합니다. 부모님들은 자녀의 진로에 대하여 당황하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모연수를 통해 자녀의 진로에 자신감을 갖고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졸업 후에도 컨설팅을 하여 이직, 전직, 취업을 시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졸업 후 3년 동안 근무한 업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이직을 희망하여 다른 업체에 취업시켜 활기차게 근 무하고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 최경희 ] 통합형거점학교는 인근학교에 다양한 진로직업교 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서울의 특수학 급이 있는 고등학교 60개교 중 18개 학교 300여명에게 프로그 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본교의 진로직업교육프로그램은 8개 로 제과제빵, 바리스타, 생활원예, 한지공예, 목공 및 전기, 생 활도자기, 진학반, 주말농장반으로 주당 총 50여 시간이 운영 되고 있습니다. 참여 학교 교사들 간에 협의체를 구성하여 프 로그램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안수경 ] 지역과 학교여건에 따라 거점학교 운영 형태가 조 금씩 다를 것 같은데요. 각 지역별로 특성을 살린 운영 방법이 있습니까?
[ 박진수 ] 거점학교 실시 초기에 부산지역 고등학교 특수학급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실습시설이나 설비의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하였고, 그 다 음으로 교사 자신의 직업교육 능력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나타 내었습니다. 이에 따라 거점학교 운영의 방향을 지역의 특수 학급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실습장소와 실습 프 로그램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마침 학교에 잘 활용되지 않았던 제2농장 부지가 있어 부산지역 공동실습 소로 활용하였습니다. 트랙터, 방제기 등의 실습용 농기계는 학교 소유의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1년 1학기에 이 실습 장에서 부산지역 28개 고교 특수학급 276명이 실습수업을 받 았습니다.
[ 최경희 ] 본교는 진로직업교육 뿐 아니라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연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행사로는 장애인의 날 실시하는 사생대회입니다. 교사 와 학생 모두가 만나는 날이며 서울의 대부분 학교에서 참여하 고 있습니다. 2011년 4월 20일에는 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하였 는데 1,200여명이 참석하였고 KBS에 보도되기도 하였지요. 그 외 숲체험을 통해 자연과의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으며, 군 부대체험학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1학년도 특색사업으로 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직역 량캠프를 실시하였습니다. 이 캠프를 통해서 지적·자폐성 장 애학생들에게 구직에 대한 욕구를 갖게 만들었으며, 한국장애 인고용공단 관계자들에게는 지적·자폐성 장애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남미숙 ] 앞선 상암고등학교의 사례는 대도시형 거점학교 사 례라고 할 수 있고, 저는 소도시형 거점학교 운영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본교처럼 소도시에 위치한 거점학교에서는 지원 대상을 고등학교에 한정하지 않고 중학교 특수학급과 경우에따라 초등학교 특수학급까지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 비해 직업교육 관련 기관이나 사업체가 많지 않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여건을 감안하여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를 통해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대도시형 거점학교에 비해 지원 받는 학생 수가 상대적 으로 소수이지만 지원 받는 시간은 많기 때문에 직업 훈련의 효과가 높은 편입니다.
[ 최연옥 ] 우리 학교는 전자·공업에 관한 특성화 고등학교입니다. 거점학교 운영 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교내의 일반 전문 교과 선생님들을 포함한 프로그램 개발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그 결과 전기전자, 디자인, 기계의 세 분야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고, 현장실습과 업체알 선도 일반 전문교과 선생님들의 인맥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이 분 들을 참여하게 하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니 공감대가 형성되고 다 른 업무에도 협조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 안수경 ]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거점 학교 간의 협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를 유도하기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지 원하는 게 있습니까?
[ 송소현 ] 전국에 있는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가 성공 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서로 나누고 배우는 과정을 통 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 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 다. 온라인 방식으로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각 학교별 소 식과 우리원 또는 교과부의 전달내용을 소통하고 있습니 다. 그리고 Jobable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대용 량 자료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형식으로는 제1기와 제2기 거점학교간 현장방문 기회를 늘려 멘토링 형식의 컨설팅 지원으로 소통의 창을 마련하 고자 합니다.
[ 안수경 ] 마지막으로 직업교육 거점학교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향후 과제를 말씀해 주십시오.
[ 황윤의 ] 어려움은 업무가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지만 기대 이상의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특수학급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반학급의 교사, 학생들의 인식이 개선 되어 장애학생에게 나눔과 배려의 통합교육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향후 과제로는 내년까지 전국에 30개교 이상의 거점학교가 생겨서, 서로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국 단위의 진로직업교육을 활성화하여 전국의 학생들이 지원을 받고 사회적 자립 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최연옥 ] 지금까지는 고3학생의 진로직업의 모든 선택 과 결정은 고3 담임과 부모의 몫이었는데 이제는 국가 가 체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앞으로도 모든 지역에서 거점학교 운영이 활성화되었으 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를 위해서 거점학교 담당교사의 이동이 있을 때 후임 교사 연수 및 선배 교사들과의 네 트워크를 통하여 새로운 담당자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 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 박진수 ]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를 시작하면서 업 무량은 엄청나게 증가하였지만 감당하기 힘든 업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함께 배운다 는 점 때문입니다. 지역 내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주변만 보고 일을 하다가, 전국의 뛰어난 선생님들이 일 하는 모습을 보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 국의 우수사례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여러 가지 시행착 오를 해결하는 노하우 등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 남미숙 ]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의 담당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큰 보람을 얻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거점학교 운영의 동력을 담당교사로부 터만 찾으려 한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특수 학급 교사들과 함께 하는 운영이 되어야 하며 아울러 운영의 체계성과 지속성을 위 한 운영 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에, 제1기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와 국립 특수교육원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운영 매뉴얼이 개발되어 보급될 예정입니다.
[ 정민호 ]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를 선정하고 나서 첫 번째 사업담당자 회의에 온 선생님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 들의 얼굴이 바뀌기 시작했고, 지난 연말부터는 선생님들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 알기 때문에, 힘들 기는 해도 생기가 넘치는 것이 보입니다. 이것을 바라보는 정책담당자도 보람을 느 낍니다. 장애학생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는 아주 좋은 시스템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도교육청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교육과 학기술부에서 개발한 정책이기 때문에 시·도가 지원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숙원 과제의 답을 찾았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시·도교육청과 학교간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 안수경 ] 오늘 전국 각지에서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운영자들을 모셔서 이야 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오늘의 토론이 직업교육을 고민하는 특수교육 현장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하였기를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