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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속에 비친..... 스크랩 [茶器의 미학⑧] 찻그릇에 따라 달라지는 차맛
청원 추천 0 조회 61 17.06.26 09:5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茶器의 미학⑧] 찻그릇에 따라 달라지는 차맛  

차맛의 구성

녹차의 맛은 떫은 맛, 단 맛, 쓴 맛, 감칠 맛 등이 적절히 조화돼있다. 떫은 맛은 카테킨류 (類)의 성분이 내고, 단맛은 유리당류(遊離糖類), 쓴맛은 카페인, 감칠맛은 주로 데아닌과 구루타민산 등의 아미노산 맛이다. 녹차는 쓴 맛과 떫은 맛을 중심으로 여기에 감칠 맛과 단 맛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본래 녹차가 가지고 있는 맛의 구성 범위 내에서 조화되어 있어야하고, 또 알맞은 농도를 필요로 한다. 보통 고급차에는 감칠 맛을 내는 아미노산(데아닌, 구루타민산)이나 카페인이 많고, 하급차에는 유리당류가 많은 경향이 있다. 고급차이든 하급차이든 그속에 함유된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의 양은 별 차이가 없다.

▲ 경남 하동 지리산 자락에 자생하는 찻잎을 따다 제다 실습하는 차인들이 차를 덖고 있다. 한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 여러 공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는 계기는 차의 소중함을 아는 시간이라 한다./ 변희석 기자

차맛 변화의 요인

차의 맛은 똑같은 성분의 같은 차라고 해도 담는 그릇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도자기가 아닌 금이나 은 등의 금속이나 플라스틱 또는 음용 종이 등으로 만든 잔으로 차를 마셔보면 도자기 잔을 사용했을 때와 차맛이 다른 것을 곧 알 수 있다. 이런 맛의 차이는 첫째는 도자기로 만든 다기에서 발생하는 원적외선 때문이고 두번째는 다기의 광물질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온 차의 성분과 만나 일으키는 화학 반응이 그 원인이다.

▲ 돌확을 이용한 찻자리. 여름 시원함이 한잔의 찻잔에 담겨 있는 듯하다./ 변희석 기자

원적외선이란 ?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광선을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고 한다. 이 가시광선 중에 파장 이 가장 짧은 광선은 보라색 광선이고 가장 긴 광선은 적색 광선이다.

그러나 우리 눈으로 는 볼 수 없는 더 긴 파장의 적색 광선이 있다.

이 같은 장파장가운데 눈으로 볼 수 없는 불가시(不可視) 광선을 적외선이라 한다. 적외선은 파장 길이의 긴 순서에 따라 근적외선, 적외선, 원적외선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25 마이크로 미터 이상의 긴 파장의 광선을 원적외선(遠赤外線)이라고 한다. 원적외선은 열을 많이 내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열선(熱線)이라고 하며 몇 가지 특별한 성질이 있다.

▲ 비온 뒤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맛을 변화시키는 원적외선과 분자운동

도자기를 구성하고 있는 광물 성분은 일반적으로 다른 물질에 비해 더 많은 원적외선을 낸다. 또 같은 물질이라도 원적외선의 방사량은 온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상온(常溫)에서 내는 원적외선의 방사량은 매우 적다. 그러나 물질의 온도가 높아지면 그 양이 증가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광물성 점토로 만든 도자기 그릇에 차를 넣고 더운물을 부으면 뜨거워진 다기는 더 많은 원적외선을 방사한다.

바위같은 무생물이나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거나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의 분자는 고유의 진동 운동을 하고 있다. 도자기 다기에서 방사된 원적외선 또한 파장이라는 진동이다. 이 원적외선의 파장이 찻물(물에 차의 여러가지 성분이 녹아 있는 상태)분자의 진동에 흡수된다. 원적외선의 파장이 찻물을 구성하고 있는 각 성분 분자의 진동과 합쳐서 공명하고 이 공명(共鳴)이 더 큰 공진(共振)운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것이 찻물을 활성화시킨다. 이 분자들의 공명(共鳴)과 공진(共振)운동이 차맛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 도자기를 구성하고 있는 광물 성분은 일반적으로 다른 물질에 비해 더 많은 원적외선을 낸다. / 변희석 기자

맛을 바꾸는 원적외선의 수화성(水和性)

빛은 파장이 짧으면 잘 반사되고 파장이 길수록 물질에 잘 흡수되는 성질이 있다. 물질에 잘 흡수된다는 것은 어떤 물질에 깊이 침투된다는 뜻이다. 적외선의 주파수는 물질을 구성 하고 있는 분자의 고유 진동수와 거의 같기 때문에 물질에 부딪치면 잘 흡수되어 공명하는 성질이 있다. 이 공명현상으로 진동이 점점 증폭하게 되어 공진(共振)을 일으킨다. 이때 증 폭된 진동에너지 중 일부는 열로 변하고 일부는 분자운동을 활성화시키는 활성에너지로 작 용하게 된다. 특히 원적외선은 찻물 같은 유기화합물 분자에 대한 공명 및 공진 작용이 커 서 수화성(水和性)을 높이게 된다. 수화성이 높다는 것은 물의 분자와 차를 구성하는 각종 성분의 분자가 짧은 시간 내에 고루 잘 섞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차맛과 물맛이 겉돌지 않아 차맛이 부드럽고 조화로워진다.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원적외선

자갈 위에 구운 고구마는 타지 않으면서 구수한 맛이 난다. 자갈이 뜨거워지면 자갈로부터 침투력이 강한 원적외선이 많이 나와서 고구마의 겉과 속이 동시에 같이 익기 때문에 타지 않고 맛을 좋게 한다. 일반 불로 고구마의 속까지 익히려면 겉이 먼저 많이 타게 되므로 자갈이 내는 원적외선의 열과 침투력을 이용한 것이다. 이때 열은 고구마 속 40-50 미리 정도까지 전달된다. 요즘에 쓰는 전자렌지도 마찬가지 원리를 이용한것이다.

이런 원적외선의 성질은 우리 몸으로 직접 느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이 30도의 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따뜻하다는 느낌을 거의 못 느낀다. 그러나 같은 온도의 햇볕을 쐬 고 있으면 따스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물은 몸 표면만 덥게 하지만 햇볕 속의 원적외선은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열을 내기 때문이다.

다기와 찻물과의 화학반응도 맛을 바꾼다

원적외선 외에 차맛을 변화시키는 다른 원인으로는 다기의 태토에 함유된 광물질 성분과 물에 녹아 나온 찻잎의 성분들이 일으키는 화학 반응이 있다. 은수저가 계란의 노른자와 접촉하면 순간적으로 검게 변하듯이 다기에 찻물이 담겨도 매우 빠른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도자기와 찻물과의 화학반응은 찻물이 유약의 빙열을 통해 태토에 잘 스미는 기공이 발달한 도질자기(陶質磁器) 경우에 더 현저하게 나타나고 차맛의 변화 또한 크다.

그러나 청자와 백자는 태토가 치밀하게 자화(완전히 녹은 상태)되어 있어 찻물이 스미지 않는다. 다만 유약의 유리질과 찻물이 화학 반응을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원적외선의 효과를 제외하고 화학반응 효과로만 말한다면 청자나 백자의 경우 차맛이 우리가 느낄 만큼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차맛은 찻잎 속에 포함되어 있는 각 성분 분자의 떨림[振動]과 도자기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광물 성분의 각 분자의 떨림 그리고 원적외선 파장의 떨림이 같이 떨면서[共鳴] 울림[共振]이라는 대합창이 만들어 내는 맛의 교향악이다.

차에 따라 다기 골라쓰기

다관의 경우, 안에 유약을 바른 것보다는 바르지 않은 것이 태토와 찻물이 직접 반응하므로 맛을 더 순하게 만든다. 또한 태토에 함유된 광물의 구성 성분에 따라서도 그 영향이 달라진다. 그러나 차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진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고급 녹차처럼 맛이 섬세하고 담백한 차는 그 맛이 너무 순해지면 싱거워지고 자칫 미묘한 본연의 풍미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의 특성에 따라 알맞는 다관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도 차 생활의 지혜 일 수 있다. 화학적 변화 측면에서 볼 때 청자나 백자다기는 기공이 없어 비교적 차맛에 영향을 덜 주므로 고급 녹차를 마실 때 사용하면 좋다. 또한 보온성이 떨어져 찻물이 빨리 식으므로 여름에 쓰도록 한다.

다공성의 도질 자기로 만든 다기는 맛이 강한 발효차나 맛이 덜한 하급 녹차류를 우려도 풍미가 좋아진다. 그리고 보온성이 좋으므로 겨울에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김동현 (차문화 연구가)

김동현은 다회(茶會) '작은 다인들의 모임' 회장이고 차문화 공예연구소 운중월(雲中月)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흙과 나무로 차 생활에 소용되는 기물을 만들며 그 것들을 사용함으로써 생활이 생기 있고 아름다워지기를 원한다.

(출처: 조선일보 200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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