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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393(부저추신(釜底抽薪))-10
흑독애를 감시하는 비연대로부터 급보(急報)가 날아왔다. 맹수(猛獸)들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지옥혈룡이 비상을 알리자 초지(初地) 곳곳에서 쉬고 있던 무사들이 무기를 챙겨 정렬(整列)했다. 소하는 혈영검과 십대사왕을 대동하고 망루로 올라갔다. 호랑이, 늑대, 표범 등등 멀리 덩치 큰 맹수(猛獸)들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온다. 보기에는 평범한 맹수(猛獸)같지만 독(毒)이든 고기들만 먹고 자라서 몸뚱이가 강철(鋼鐵)같고 성격이 흉폭(胸幅)하다고 들었다. 소하는 정렬(整列)한 연무군을 살펴봤다. 몽령첩 때문에 구토와 어지럼증에 시달려 피곤한 기색이 역역하다. 맹수(猛獸)들은 모두 합쳐야 백여 마리 정도로 보인다. 비록 숫자는 많지 않지만 독물(毒物)들이나 마찬가지라 이빨이나 손톱에 상처라도 입게 되면 치료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기.........교주님! 저걸 보세요.”
혈영검이 맹수(猛獸)들을 가르치며 소리쳤다. 맹수(猛獸)들 몸에 하얀 물체가 매달려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벌거벗은 여인들이다. 이건 또 뭐하자는 수작(酬酌)일까?
“혈영검! 연무군에게 후퇴하라고 하세요. 저는 잠시 다녀올게요.”
소하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는데 순식간에 검은 안개가 뭉클뭉클 피어나 온 몸을 보호한다. 혈영검이 잠시 주춤하다가 부하들에게 달려갔다. 교주를 따려가려다가 명령이 우선이라 부하들에게 달려간 것이다. 맹수(猛獸)들을 향해 바람처럼 날아간 소하가 품속에서 설비(雪匕)를 꺼내 기(氣)를 주입했다. 설비는 교주의 이대신물 중 하나이며 무림 십대기병의 하나로 금강불괴도 두부처럼 베어버린다.
“차얍~”
힘찬 기압소리와 함께 검은 덩어리가 선두(先頭)로 달려오는 호랑이를 향해 떨어진다.
“카아아앙~”
일척(30.3cm)이상 늘어난 설비(雪匕)가 하얀빛을 뿌리자 호랑이의 머리가 날아가며 붉은 피를 뿌린다. 소하는 호랑이 등에 매달려 있는 여인을 독수리처럼 체서 다시 솟아올랐다. 흑독애 놈들이 무슨 흉계(凶計)를 꾸미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의도(意圖)부터 파악해야 한다. 혈영검의 명령에 연무군이 후퇴하고 배교의 술사들과 십대사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연무군이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줄 모양이다. 맹수(猛獸)들보다 먼저 검은 덩어리가 날아와 술사들과 있던 천독마가주 앞에 떨어졌다.
“이 여인을 살펴주세요.”
소하가 조심스럽게 여인을 바닥에 눕혔다.
“누구죠?”
가주가 눈살을 찌푸리며 질문한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흑독애 놈들에게 잡혀갔던 여인 같아요.”
“그래요! 음!”
가주는 약을 묻힌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쭈그리고 앉았다. 대충 보아도 독(毒)에 중독된 상태라 혹시 몰라 호흡기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생기(生氣)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호흡도 미약하다. 눈꺼풀을 벌려보니 초점(焦點)도 없고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 독(毒)이 골수(骨髓)까지 침입한 모양이다. 가주는 한숨을 쉬고 여인의 몸을 살펴보았다. 입술이 통통 부었고, 여기저기 시퍼런 멍이 가득한데 특히 젖가슴과 음부(陰部)는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가주는 마지막으로 여인의 맥을 짚어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늦었어요.”
“전혀 구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소하의 질문에 가주가 냉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가망이 없다는 뜻이다. 가주와 멀지 않은 곳에 금막비와 당령도 있었다.
“비랑~ 뭘~ 그렇게 보세요. 돌리지 못해요.”
금막비가 여인의 사타구니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 당령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잠시만! 조금 이상한 것이 있어서.........!!”
금막비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가죽장갑을 끼고 여인의 겉으로 다가갔다.
“제가 한번 살펴봐도 될까요?”
“아! 그렇게 하세요.”
금막비의 말에 가주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금막비가 여인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 음부(陰部)를 유심히 바라보니 구멍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금막비가 망설임 없이 손가락으로 음부(陰部)속을 파보니 하얀 애벌레들이 끌려나왔다.
“가주님.......이게 뭔지 아시겠어요.”
“이건.......애벌레 같은데.........!!”
가주가 애벌레를 잡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빨을 악물었다.
“벌의 유충(幼蟲)입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여인의 생식기(生殖器)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 기생벌인 가망성이 많습니다.”
“기생벌?”
“쉽게 설명하면 여자가 숙주(宿主)가 되고, 기생벌은 숙주의 영양분을 먹이삼아 성장하는 겁니다.”
“빠드득~ 이런 죽일 놈들~”
금막비가 이를 갈며 주먹을 쥐었다. 한편 소하일행이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에 맹수(猛獸)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먼저 막아보겠습니다.”
배교의 술사들이 손을 땅바닥에 붙이고 무언가 중얼거리자 맹렬하게 달려오던 맹수(猛獸)들 앞에 빼족한 창(槍)들이 솟구친다. 금(金)의 술사들이 술법을 펼친 것이다.
“카아앙!”
호랑이만한 덩치의 늑대가 앞발을 휘두르자 창(槍)들이 수수깡처럼 부러진다. 술법도 맹수(猛獸)들 앞에서는 힘을 못쓰는 모양이다.
“크아앙~”
술사들이 계속해서 창(槍)들을 만들어내고 십대사왕이 각자의 장기를 살려 맹수(猛獸)들의 앞을 막고 있는 사이에 금막비가 결단(決斷)을 내렸다.
“교주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죽어야 합니다.”
“뭐........뭐라고요? 죽어요? 저 많은 여인들을 죽이자는 말씀인가요?”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었어요. 저 대로두면 애벌레들의 먹이만 될 뿐입니다.”
“이........이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거죠?”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지체하면 할수록 피해만 커질 겁니다. 어서 결단(決斷)을 내리세요.”
금막비가 다그치자 소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음이 아프지만 여인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도화선(導火線)에 불을 붙이고 모두 후퇴하세요.”
소하의 명령에 연무군이 불을 붙이고 빠르게 후퇴한다. 소하는 금막비와 당령만을 대동하고 배교 술사들이 있는 최전선으로 달려갔다.
“곧 화약이 폭발(暴發)합니다. 술사님들도 이제 그만 후퇴하세요.”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저와 사왕들은 할 일이 있어요. 우리들 걱정은 하지 마시고 빨리 가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술사들이 후퇴하자 맹수(猛獸)들이 달려온다. 소하가 설비(雪匕)로 원을 그리자 무수한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맹수(猛獸)들을 향해 날아간다.
“윙이이잉~”
금막비의 손을 떠난 유성우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맹수들을 향해 날아가고, 당령이 주머니에서 암기를 꺼내 뿌리자 작고 가느다란 암기들이 맹수들을 향해 날아간다. 십대사왕들도 각자의 장기을 살려 맹수(猛獸)들을 공격한다. 술사들이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주어야 한다.
“크아앙~”
검은 표범이 앞발을 들어 날아오는 유성우를 내리쳤다.
“사사사삭~”
두 개의 앞발이 바닥에 떨어지며 표범이 울부짖는다. 유성우는 사천당가의 절대 암기로 무림 십대기병에 필적한다.
“이제 됐어요. 폭발 범위 밖으로 물려 후퇴하세요.”
소하가 설비(雪匕)를 뿌리며 후퇴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뒤를 따른다.
“치이이익~ 치이익~”
“크앙~”
푸른 초지(初地)위에 넓게 퍼진 도화선(導火線)들이 불꽃을 일으키며 타들어 가고, 방해꾼이 사라지자 맹수(猛獸)들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온다.
“콰아아앙~ 꽝앙앙앙~”
최초의 폭발은 가장 먼 곳, 즉 맹수(猛獸)들이 술사들이 만든 창(槍)과 싸우던 곳에서 터졌다.
“쾅~ 쾅~ 쾅~ 꽈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땅바닥이 솟아오르고, 사지가 찢어진 맹수(猛獸)들의 사체(死體)들이 날아간다. 연무군이 시차(時差)를 두고 불을 붙였기에 폭발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하는 복받치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달린다. 귀가에 여인들의 비명소리가 윙윙거린다. 마음이 무겁다보니 환청(幻聽)이 들리는 모양이다.
“우르르르~ 꽈아아아앙~”
땅바닥이 진동(振動)하는 커대한 폭음과 함께 맹수(猛獸)들 전체가 화염(火焰)에 휩싸였다. 흑독애가 자랑하던 야수당 맹수(猛獸)들이 힘도 써보지 못하고 불타는 것이다.
“지글지글~”
“크아아앙~”
역겨운 살타는 냄새와 함께 맹수들의 울부짖음이 초지(初地)에 가득하다. 불쌍하고 처연(凄然)하다. 화염(火焰)속에 불쌍한 여인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감상(感想)에 젖어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소하는 이를 갈며 생각에 잠겼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한 놈도 절강성을 빠져나기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짓밟아야 한다. 소하는 입고 있던 치마를 찢어 급하게 두통의 서찰을 섰다.
“지옥혈룡! 이걸 수석장로님과 혈장장로님께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소하는 무사들을 동원하여 부상자들을 수습하는 한편 혹시나 살아 있을지도 모른 여인들을 찾아보았다.
사인마도는 철기군과 합류(合流)한 다음 넓게 우회(迂回)하여 흑독애의 후방으로 이동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목표지점에 도착한 사인마도가 철기군의 상태를 점검했다. 온주에서 출발할 때는 일천오백이었는데, 지금은 일천이백만 남았다. 삼백이 지옥나방과 몽령첩에 당한 것이다.
“철기대장!”
사인마도의 부름에 철기대장이 달려왔다.
“10명 정도 추려서 흑독애 놈들을 감시하게 하고, 나머지는 무장을 해체하고 휴식한다.”
정찰대(偵察隊)가 출발했다. 정찰대는 군마(軍馬)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말굽도 푹신한 가죽으로 감쌌다. 적(敵)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최대한 소리를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량으로 아침식사를 때우고 있는데 교주에게 급전(急傳)이 왔다. 사인마도는 정찰대(偵察隊)를 불려들었다.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지?”
정찰대(偵察隊)는 자신들이 목격한 사실을 가감(加減) 없이 설명했다. 소하가 급전(急傳)을 보낸 이유를 알 것 같다.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는 심산 같은데 언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소하는 사려(思慮)깊고 현명한 아이다. 쓸데없이 이런 지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인마도의 입가에 얇은 미소가 피어난다. 소하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재 흑독애 놈들은 뭐하고 있어?”
“군막(軍幕)을 접고 짐들을 마치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래? 가장 빠르고 튼튼한 기가 어느 기지?”
“그거야 당연이 제1기입니다. 철기대는 철저하게 실력 순으로 편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좋아. 1기에서 5기까지 출격(出擊)준비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뭐합니까?”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1기는 일백의 인마(人馬)로 구성된다. 사인마도의 명령에 오백의 무사가 무장을 갖추고 길을 나섰다. 조금만 더 가면 흑독애 군영이다. 사인마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쯤이면 비연대도 공격(攻擊)준비를 마치고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작전(作戰)을 설명하겠다. 조금만 기다리면 비연대가 흑독애 놈들에게 화살을 퍼부을 것이다. 우리는 놈들이 당황하는 사이 각기별로 돌격(突擊)하여 마차만 박살내고 후퇴한다.“
“사람이 아니라 마차를 때려 부수라는 말씀입니까?”
“부저추신(釜底抽薪)! 놈들의 힘은 독물(毒物)들에게서 나온다. 그 독물(毒物)들부터 제거해야 한다.”
“아!..........이제 알겠습니다.”
“대장은 미리 각기별로 공격목표를 정해서 수하들에게 숙지(熟知)시켜라. 그래야 최단시간에 공격을 마칠 수 있다.”
“알겠습니다.”
대장은 사인마도의 지시대로 각기별로 공격목표를 정해 무사들에게 알려주었다.
사사비연대를 책임지고 있는 현장장로에게도 소하의 급전(急傳)이 왔다. 장로는 오백의 비연대에게 튼튼한 활과 화살을 지급했다. 교주가 전면전(全面戰)을 각오한 것이 아니기에 오백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작전은 간단하다. 가져간 화살을 모두 퍼붓고 돌아온다. 중간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후퇴해라. 자~ 출발”
오백의 비연대가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시원한 해풍(海風)을 타고 비행(飛行)하던 비연대가 연무군 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흑독애 군영(軍營)쪽으로 날아간다. 소하는 불타는 맹수(猛獸)들의 사체(死體)들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돌아섰다.
“지옥혈룡!”
“예! 부르셨습니까?”
“또 다시 양민(良民)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몸이 빠른 연무군 30명을 선발해서 후방(後房)에 있는 마을로 파견하세요.”
“알겠습니다. 모두 대피시키면 되는 겁니까?”
“양민(良民)들이 모두 대피하면 식량이 될 만한 것은 모두 불태워버리고 우물 같은 식수도 막아버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혈영검! 후퇴합니다. 너무 멀리는 아니고 한식경(30분)쯤 거리면 적당할 겁니다. 모두 서두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소하는 미련(未練)없이 후퇴를 결정했다. 흑독애는 이곳 지리에 어둡다. 놈들이 가진 식량이나 물품도 한계가 있다. 시간은 사사천교의 편이다. 차근차근 놈들이 가진 무기와 식량을 없애다보면 언젠가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몽몽은 최근 들어 자신의 마차에만 틀어 박혀 있었다. 혁린무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의 사랑을 갈구했다. 신강에 있는 배화교까지 그를 찾아갔고, 폐인(廢人)이 되어 돌아온 혁린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독해담의 독(毒)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혁린무가 역겨울 정도로 흉(凶)하게 변한 것이다. 사랑도 변하는 것일까? 성심(聖心)을 다해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의 외모가 변하자 마음도 멀어졌다. 무엇을 사랑한 것일까? 그의 껍데기를 사랑한 것일까? 그의 능력을 사랑한 것일까?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사랑한 것일까? 모르겠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흑아(黑兒)! 집에 가고 싶지 않아? 나도 그래. 그냥 모두 잊어버리고 집에나 갔으면 좋겠다.”
몽몽이 목에 매달리니 흑아가 가슴에 고개를 비벼준다.
“그만! 간지럽단 말이야.”
몽몽이 머리를 쥐어박으니 흑아가 창문을 보며 끙끙거린다. 마차 안에만 있으니 답답한 모양이다.
“답답하구나. 좋아! 우리 잠시 산책이나 하자!”
몽몽이 문을 열어주자 흑아가 재빨리 빠져나가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와 보니 아저씨들이 분주하게 짐을 챙기고 있었다.
“아저씨! 뭐해요?”
몽몽의 질문에 마차로 짐을 옮기고 있던 무사가 허리를 숙인다. 공식적인 직함 같은 것은 없지만 애주의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 흑독애 무사들 전부가 상전으로 모시는 몽몽이다.
“궁주님께서 철수(撤收)준비를 하려고 하셨습니다.”
“휴~ 그럼 또 이동?........재미없어.”
몽몽이 앞에 있던 돌부리를 걷어차며 툴툴거린다. 예전에는 깜찍한 외모에 붙임성도 좋아 무사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는데, 최근 들어 무엇에 심통난 건지 모르겠지만 만사에 불만투성이다. 무사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자 몽몽이 쓰게 웃으며 흑아와 함께 주변을 산책했다. 이상하다. 흑아의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딜 갈 것일까?
“헉~ 저게 뭐야. 비상........비상! 적(敵)이 나타났다.”
군영(軍營)전체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이 분주해졌다. 무사들의 고함소리와 병장기 소리가 난무하더니 갑자기 하늘에서 화살들이 쏟아진다. 몽몽이 무의식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서 시커먼 박쥐들이 화살을 쏘고 있었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아가씨~ 피하셔야 합니다.”
무사 한명이 급하게 달려와 몽몽의 손을 잡아 마차 밑으로 밀어 넣었다. 화살들이 난무(亂舞)하는데 나무 한그루 찾기 힘든 초지(初地)라 몸을 숨길만한 장소가 마차 밑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몽몽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내밀어보니 진짜 박쥐들이 큰 박쥐들을 향해 날아올랐다. 아버지가 흡혈박쥐를 풀어준 모양이다.
“두두두두두~”
지축(地軸)을 울리는 말발굽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갑옷으로 무장한 기마병(騎馬兵)들이 몰려온다. 저놈들은 또 누굴까?
“사사철기군이다. 야수대는 놈들을 막고, 충영대는 혈봉(血蜂)을 풀어라.”
아버지의 다급한 고함소리와 함께 혈봉(血蜂)들이 날아올랐다. 몽몽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흑아가 등을 두드린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흑아! 왜 그래.....!!”
흑아가 짧은 가죽치마를 물더니 밖으로 나가자고 보챈다. 몽몽은 멍한 상태에서도 흑아와 마차 밑에서 기어 나왔다. 흑아의 본능을 믿기 때문이다.
흡혈박쥐들이 몰려오자 사사비연대는 가지고 있던 화살을 모두 소비하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철기군이 창을 세워 흑독애 놈들을 향해 돌격(突擊)하고 있다. 철기군이 출격(出擊)한 이상 더 이상의 공격은 무의미하다.
“모두 단검(短劍)으로 몸을 보호해라. 후퇴! 후퇴한다.”
사사비연대가 바람을 타고 돌아서니 박쥐!이 뒤를 따른다.
“사사~사사삭~”
단검(短劍)이 빛을 뿌리자 가까이 접근한 박쥐가 가라지며 피를 뿌린다. 하지만 모든 박쥐들을 죽일 수는 없다.
“빌어먹을........떨어져~ 떨어지란 말이야!”
후미(後尾)에 처진 비연대의 몸에 박쥐들이 달라붙어 목과 얼굴 등을 깨물기 시작했다.
“이놈의 쥐새끼들 당장 떨어지지 못해”
겉에 있던 동료가 소리치며 다가오지만 자신 또한 박쥐들을 막기 급급하여 도와줄 여력(餘力) 따위는 없다.
“모두 후퇴, 뒤처진 비연대는 각자 박쥐들을 물리치고 귀환(歸還)해라. 모두 나를 따르라~”
대장이 선두(先頭)에서 소리치자 나머지 비연대도 뒤를 따른다. 마음 같아서도 함께 싸우고 싶지만 박쥐들의 숫자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자칫 충돌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들까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가라. 여긴 우리가 막겠다.”
후미(後尾)에 처진 비연대가 자꾸만 돌아보는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피하긴 늦었다.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
사인마도는 직접 선두(先頭)에서 사사철기군을 지휘했다. 비연대의 공격이 시작되고 흑독애 놈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공격(攻擊) 명령을 내렸다.
“모두 돌격(突擊)”
“두두두두두~”
오백의 기마(騎馬)이 일제히 돌격(突擊)하자 방패와 검(劍)으로 무장한 건장한 무사들이 방어선을 구축했다.
“윙~ 윙~”
무사들의 뒤쪽에서 벌들이 나타나 철기군을 향해 날아온다.
“모두 무시하고 마차를 향해 돌격(突擊)~”
사인마도가 애병을 껴내 좌에서 우로 크게 휘둘렸다. 동작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사사무량도법 중에서 가장 힘차고 무거운 초식으로 만년거석도 한방에 밀어 붙일 수 있다. 하얀 빛의 덩어리가 날아가자 흑독애 무사들이 방패를 앞세워 앞을 막는다.
“콰~아아앙~”
“헉~ 이거 뭐야~”
무사들이 주르르 밀려나고, 그 틈을 비집고 철기대기 무섭게 돌격(突擊)한다.
“두두두두두두~”
“허억~ 피........피해라”
창(槍)을 앞세운 철기대가 눈앞까지 다가오자 흑독애 무사들이 주춤거리고, 철기대는 그들을 본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通過)하여 마차를 향해 달린다.
“마차를 박살내고 그대로 통과한다. 돌격(突擊)~”
“두두두두~ ”
“콰아아앙~”
“키이익~ 두둥~”
창(槍)과 말발굽에 의해 마차들이 넘어지고, 뒤따라온 기마대가 짓밟고 지나가니 마차와 함께 실려 있던 상자들이 조각조각 부셔진다.
“쾅~ 파파파팍~”
상자들이 박살나며 그 속에 들어있던 온갖 독물(毒物)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것뿐이 아니다. 창라봉의 숙주들을 담아(?) 놓았던 상자들까지 박살이 나며 여인들의 사체(屍體)들까지 짓밟히고 있다.
“헉~ 저건........상자들을 보호해라. 독물(毒物)들을 보호해. 어서~”
“저기.........혈봉들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혈봉(血蜂)들이 철기군의 뒤를 따르고 있기에 흑독애 무사들도 접근이 쉽지 않다. 혈봉(血蜂)은 사육사 외는 모두 적(敵)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혈봉들을 불려들여.........빨리 독물들을 보호하란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군사가 급하게 소리치자 사육사들이 혈봉들을 불러들이고, 나머지 무사들이 마차들을 향해 달려가지만 이미 사사철기군은 각자 담당한 마차들을 박살낸 이후 그대로 도망(?)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뿌연 흙먼지와 함께 사사철기군이 바람처럼 도망친다. 놈들은 처음부터 마차를 노린 것이다. 애주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몸부림치다가 무사들을 독려(督勵)하여 독물(毒物)들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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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허고 갑니다
자신만의 취지대로 되는 전쟁은 없지요.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