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미영이(18)는 조용히
화장실로 갑니다. 그러고는
변기를 붙들고 더 나올 게 없을 때까지 신물을 토합니다. 어느새 투박한 손길이 등을 두드립니다. 할머니(68)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일이지만 오늘 새벽 할머니의 손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미영이는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미영이는 '신(腎)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신증후군이라는 병 때문에 미영이는 소변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수업 중에 옷을 버려 조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구토·잦은 기절
가난에 할머니 직장암 치료도 중단
두 살 아래 동생엔 늘 미안한 마음
여고 졸업반 소녀에게는 정말 치욕적인 일입니다. 그런 날에는 꼭 할머니께 화풀이를 하게 되네요.
"지긋지긋하지. 내가 없었으면 좋겠지? 젊을 땐 자식 뒷바라지하다가 이제는 손녀들 뒤치다꺼리까지 하려니 징그럽지." 할머니에게 모진 소리를 퍼붓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할머니도 직장암으로 수술을 세 번 받으셨습니다. 지금은 돈 때문에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수술 후유증인지 모르겠지만 원인 모를 복통이 가끔 찾아와 진통제로 버틸 뿐입니다.
할머니가 진짜 견딜 수 없는 건 다른 것입니다. 미영이가 학교에서 쇼크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그 때마다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미영이 엄마는 미영이가 두 살 때 가출했습니다. 이어 아빠도 집을 나가셨습니다. 엄마는 연락이 안 되고, 아빠는 몇 년 뒤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마저 6년 전 뇌진탕으로 세상을 등졌고요. 지금은 미영이, 동생 미진이(16) 그리고 할머니랑 삽니다.
미영이의 꿈에 나오는 아빠는 할머니가 가끔씩 꺼내보는
사진 속 젊은 얼굴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두 살 때 가출한 엄마는 꿈에서조차 볼 수가 없습니다.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가족을 버리지 않았을까?" 두 살 때부터 병을 앓아온 미영이는 엄마의 가출이 꼭 자신의 탓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동생 미진이를 볼 때면 미안함이 앞섭니다.
입원하면 몇 십만 원씩 들어가는 미영이의
병원비는 정부보조금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먹는 약이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부담이 더욱 큽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미영이가 기절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 할머니 이마에
주름은 늘어만 갑니다.
미영이가
생각하는 행복은 단출합니다. 가족이 아프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그 이상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멋진 집에서 사는 것, 좋은 직업을 가져 떵떵거리며 사는 것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미영이가 소박한 바람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세요. 미영이가 오늘도 꿈꿀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손을 내밀어 주세요.
△문지나 부산 부산진구청 당감1동주민센터 051-605-6754.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441-9423~4.
△지난달 28일 진희 이야기 67명의
후원자 267만 6천 원.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9시30분에 방송됩니다.
↓ 이렇게 됐습니다
1월 14일 자 철수 씨 이야기
금정산 움막에서 사는 철수 씨 사연이 소개된 뒤 57명이 250만 6천 원이라는 거금을 모아주셨습니다. 철수 씨는
임대주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고, 수돗물이 나오는 집에서 살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철수 씨는 소중하고 귀한 돈이기 때문에 헛되이 쓰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하십니다. 관심 갖고 도움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