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절리 사이로 펼쳐지는 등반선
이곳은 난도를 a, b, c, d로 세분화 하지 않고 마이너스(a/b), 노멀(b/c), 플러스(c/d)로 표기 하고 있었다. 신체 사이즈 즉 손과 손가락의 크기가 난도에 영향을 미치므로 좀 더 넓게 난도를 적용하고 있다. 체감 난도도 지역과 암장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곳도 인디언크릭처럼 박하게 책정된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에게 중요한 건 하늘을 향한 수직 크랙을 오르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느끼는 일이다.
주상절리는 4~6각형의 긴 기둥 모양을 이루는 절리를 말하는데 그 생김새로 인해 스테밍 자세가 많다. 힙투토우(Hip to toe 5.11+)라는 루트는 둔각의 스테밍으로 30미터를 오르는데 골반과 종아리 펌핑이 어찌나 심한지 다리를 털고 골반을 두드려도 고통이 풀리지 않아 뛰어 내리고 싶은 유혹을 참느라 얘를 먹었다. 5.11급의 스테밍 루트보다 5.12급 핑거크랙을 온사이트 하는 게 더 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후일 이곳에 누군가 등반을 가고자 한다면 스테밍을 정말 많이 하고 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도중에 뛰어 내리고 싶을 수 있다. 꼭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프로젝트 등반을 하기에는 시간이 짧아 등반선이 유려한 5.11~12급의 마음이 끌리는 루트를 골라 온사이트 위주로 등반을 했다.
첫날 현지 클라이머들에게 인사를 건네도 데면데면하게 받아주곤 했었다. 동양인이 영어도 못하고 외소해 보여 그런가보다 했지만 등반을 하고 나니 친숙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이것저것 해보라고 한다. 클라이머는 등반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가장 친숙한 방법인 것 같다. 그렇게 며칠이 하루처럼 지나갔다. 이제 등반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해질 무렵 붉은색 주상절리에 저무는 빛을 더하니 마음까지 평온해져 온다. 캠핑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등반가들도 석양에 물든 벽과 광야에 잠시 눈길이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