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는 청소년 미사와 주일학교의 시계를 멈추게 했다. 사진은 수원교구의 한 본당 청소년들이 청소년 미사 중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고 있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
코로나19로 청소년 미사뿐 아니라 주일학교 개학이 무기한 연기됐다. 청소년 담당 사목자와 주일학교 교사들은 유튜브와 SNS에서 청년ㆍ청소년 미사를 라이브로 생중계하고, 온라인 주일학교를 시도하는 본당도 있다. 가톨릭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주일학교 교리교육의 현주소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일학교 신앙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주일학교 아이들은 지금…
5년간 복사단 활동을 해온 백 라파엘(중1, 수원교구)군은 “처음 성당에 못 갈 때는 허전하고, 이렇게 안 가도 되나 싶었는데 이제는 주말에 시간이 많은 게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복사단으로 교구 예비신학생반에 소속돼 있는 백군은 “단톡방에서 자모회 어머니들이 신부님 강론과 교리를 담은 영상을 공유해줘서 들어가 보기도 한다”며 “친구들과 신부님, 수녀님이 보고 싶을 때는 성당에 더 가고 싶지만, 솔직히 안 가서 좋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세 자녀(고1, 초3, 7살)를 키우는 손 율리안나(의정부교구)씨는 “에너지가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일 저녁에 모여 같이 대송을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처음에는 방송 미사를 틀어놨는데 아이들이 지루해해서 함께 기도문을 외우는 것으로 바꿨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이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부모들은 코로나19로 학교가 온라인 수업과 격주 수업을 병행하면서 사실상 함께 기도를 바치는 것 외에 신앙교육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컴퓨터의 작은 화면 안에 갇혀 온라인으로 학업을 대체하는 자녀에게 이어서 가톨릭 콘텐츠를 담은 교리 영상을 보여주기란 버겁다.
주일학교 교리교육의 한계
코로나19가 청소년 미사와 주일학교의 시계를 멈추게 했지만, 이 공백기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동안 주일학교를 둘러싼 청소년 사목에 대한 방향을 더 본질에서 고민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교에서 청소년 사목과 교리교육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진옥(페트라,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청소년 주일학교의 방향을 틀 기회를 줬다”고 단언했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디지털 시대를 10~20년 앞당겼고, 코로나를 확산하는데 기폭제가 된 신천지 교인 중에 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20대 청년이 많았다는 점은 기존의 주일학교 교리교육이 올바른 신앙관을 갖게 해줬는지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시대에 깨야 할 청소년 사목의 고정관념으로 △신앙교육은 교리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심이다 △주일학교는 성당에서 해야 한다 △교리교사는 교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성당에 가야 성직자와 수도자를 만난다는 점을 꼽았다.
주일학교의 교리교육 방식은 시대 흐름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비판도 적지 않다. 신앙교육의 핵심이 교리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무게 중심이 있었고, 그 전달 방식은 학교 교육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일부 청소년 사목자들이 신앙을 전수하는 측면에서 주일학교의 체제를 비판하는 이유다.
대구대교구 4대리구 복음화담당 마진우 신부는 “기성세대가 해온 주일학교의 교리교육 자체가 일종의 학원 개념이었다”며 “온라인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주일학교 시스템을 돌아보고, 근본적인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