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2015년 04월 29일 방송
' 깊이 숨을 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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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숨을 쉬라
숲의 생명들을 스치운 차고 맑은 바람을 통해 봄소식을 전해 듣는다. 코끝에서 들고 나는 숨이 한결 부드럽고 따뜻해 졌다. 이런 날 숲 길을 거닐며 호흡을 바라보는 일은 그 어떤 종교적인 의식 보다도 더 신성하게 느껴진다. 내 나이만큼의 세월동안 숨을 쉬며 살았지만 이렇게 숨을 깊이 쉬어 보는 일은 근래에 들어와서다.
보통 우리는 몸이라는 것이 따로 있고, 내 몸 밖의 대상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몸도 외부의 대상도 그저 텅 비어 있다. 안팎의 분별이라는 게 공허한 것이다. 이 법계에서 본다면 안이라는 것도 밖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호흡을 할 때 코를 통해 바람이 움직일 뿐. 그저 저쪽 산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와 우리 뺨을 스치고 다시 다른 쪽으로 불어가듯, 우리 몸 또한 코를 통해 그저 바람이 인연 따라 불어오고 불어갈 뿐이다. 호흡이 끊어지면 그냥 우리 목숨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호흡관呼吸觀이 중요한 것이다. 호흡지간에 생사가 달려있으며, 나아가 그 속에서 해탈에 이르는 빛을 발견할 수 있다. 호흡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일이며, 깨달음도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발견되기 때문이다. 일체를 다 놓아버렸을 때, 오직 지금 이 순간에는 들고 내는 숨만이 적요한 침묵으로 피어오른다. 바로 그 숨을 놓치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이처럼 대지의 바람이 코라는 문을 통해 들고 나듯, 우리 몸의 여섯 기관 즉 눈귀코혀몸뜻 또한 다만 나와 대상을 이어주는 문일 뿐이다. 그러나 그 문은 안과 밖이 따로 없는 그저 인연 따라 열리고 닫기는 공한 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는 실체가 이러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있고, 상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여섯 기관六根을 통해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의 여섯 대상六境이 실체 없이 인연 따라 들고 날 뿐이다.
참고로 육근이란 우리 몸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인 안이비설신의 즉, 눈귀코혀몸뜻을 말하고, 육경이란 색성향미촉법 즉, 육근의 대상인 색과 소리, 향기, 맛, 촉감, 법을 말한다. 그러니 육근六根을 '나'라고 고집할 것도, 육경六境을 '상대'라고 나눌 것도 없다. 우리 몸도 공하고 바깥 대상도 다 공할 뿐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텅 비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여섯 가지 여닫이 문을 잘 관觀하고 그 여섯 가지 기관으로 들락날락하는 것들을 잘 관해야 한다.
수문장이 졸고 있으면 성 안에 있는 온갖 금은보화를 누가 훔쳐 가는지 어찌 알겠는가. 여섯 가지 우리 몸의 기관을 잘 관하지 않고 놓치고 산다는 것은 이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이 여섯 가지 기관을 졸지 말고 잘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육신의 기관도 실체가 없고, 대상도 실체가 없으며, 오고 가는 것 또한 실체가 없다. 다만 변화할 뿐이다. 인연 따라 다만 변화해 갈 뿐이다. 바로 그 움직임, 변화를 놓치지 말고 알아차려야 한다. 그랬을 때 안팎이 따로 없는 온 우주 법계의 본래 성품을 볼 수 있다.
알아차릴 때 우리 몸은 깨어난다. 우리 몸과 마음은 가장 이상적인 기운으로 넘친다. 성 안의 모든 것들도 공하고, 성 밖의 모든 것들도 공하며, 성문으로 들고 나는 모든 것들 또한 공하고, 성문이라는 자체 또한 다 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안팎의 차별이 없기에, 내가 곧 우주가 된다. 여섯 문을 잘 지키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존, 호흡...알기 쉽고 명쾌한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_()_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