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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샘/ 최 덕 용 목사
- 문경새재-
경상도 부산의 한 젊은 선비가 과거를 보려고 길을 떠났다. 문경의 새재를 넘어가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마침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나타났다. 대문 앞에 서서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불러도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다시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하고 더 큰 소리로 불렀으나 아무 응답이 없었다. 대문을 밀어 보았더니 그냥 열렸다. 그 순간 수 십 마리의 이리떼가 나타나 선비를 물고 뜯어 도망을 쳤다. 제3관문에서 제1관문까지 도망쳐 숨을 고르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몸은 이리 이빨자국으로 상처투성이였다. 과거 시험도 포기하고 집으로 간 이 선비가 이리떼에 복수하기 위해 무술을 연마했다. 1년이 지나 다시 작년의 그 길, 문경 새재로 갔다. 예의 그 집에 서서 “이리 오너라” 고함을 질렀으나 아무 기척이 없었고, 대문을 발로 뻥 차고 들어가 보니 이리떼가 보이지 않았다. 대청마루 밑에 이리 비슷한 것이 있어서 끄집어내어 몽둥이로 개 패듯했는데 그것이 깨갱하면서 “나는 이리가 아니고 갠디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는 장로님이 그 문경 제3관문 지역에 자기 집(별장식 주택)이 있다며 가서 쉬라고 해서 간적이 있다. 별장이 있는 그 마을은 숲속에 있었다. 그 동네에 유명한 건물은 금란서원인데, 이대 총장이 사용하던 건물이고 현재는 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금란서원 옆집이 장로님 댁이었다. 해가 질 무렵 그 곳에 도착했는데 너무 아름답고 좋은 곳이었다. 저녁에는 밝은 달과 별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별장 앞에는 텃밭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식물이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대부분 녹아버렸다. 오이, 토마토, 참외, 수박이 녹아버리고 흔적만 남았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식물이 살지 못한다. 비가 적당히 내리고 태양이 내리 쬐면 식물은 잘 자란다. 식물의 성장에는 비와 태양이 다 같이 중요하다. 비가 너무 와도 문제지만, 비가 내리지 않고 태양만 내리 쬐어도 문제다. 일 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지역을 가 본적이 있다. 이집트의 남부 나일강의 상류지역에 고대 테베 지역인 룩소르 지역에서 지중해 연안의 카이로까지 기차로 갔는데 나일 강변을 따라 가는 코스였다. 강변은 비옥한 땅이었지만 강을 10km만 벗어나면 황량한 광야이다. 기차 차창 너머로 그 끝없는 광야가 펼쳐져 있었다. 비옥한 땅과 광야는 물이 있느냐의 차이다. 연간 강수량이 200-300mm 정도인 이 지역은 대부분 사막이다. 날이 항상 맑고 하늘은 코발트 빛깔처럼 파랗지만 땅에는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사막의 밤하늘은 너무나 많고 밝은 별로 아름답지만 대지는 황폐해지는 것이다. 같은 비가 내려도 북한에 내리는 비는 재앙이 된다. 조금만 많이 내리면 홍수가 나는 건 산에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때를 따라 내리는 비는 축복이고, 때를 따라 비치는 햇빛도 은총이다. 그런데 축복과 은총이 지나치면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축복과 은총을 담는 그릇이 불량해도 재앙이 될 수가 있다. 자연은 우리 인생에 깊은 통찰을 준다.
인생에 맑은 날, 행복한 날만 계속되면, 아무 걱정 없이 살게 되면, 하나님에 대하여 무심해지고, 신앙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사라져, 그 영혼이 사막처럼 황량해질 수가 있다. 비오는 날이 많게 되면 식물이 자라지 못하거나 아주 무성하게 되는데, 비는 우리 마음의 고통과 슬픔을 상징하기도 하고 은총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의 슬픔과 고통은 은총과 행복의 관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상도에서 부귀영화 누리는 서울로 가서 과거를 보려면 조령의 제1, 제2, 제3 관문을 통과하고야 서울에 다다르는 것처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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