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아침 편지-2405
범망계본172
동봉
-----♡-----
기포의 새벽 편지-1309
범망계본172
동봉
마흔여덟 가지 경구계
14. 방화하지 말라2
포살하는 보살들은 귀기울여 경청하라
옳지못한 마음으로 마구잡이 불을질러
산림이며 너른들을 마음대로 태우거나
싹이돋는 사월부터 열매익는 구월까지
일체모든 생명들이 생동하는 계절에는
산과들과 대지위에 불을놓지 말것이요
남의집과 성읍이며 절과암자 논과밭과
숲과곳집 성황당에 불을놓지 말지니라
살아있는 어떤것도 불태우지 말것이니
만약짐짓 불을놓아 생태계를 태운다면
보살계를 받았으나 보살계를 어김이라
열네번째 경구죄를 범하는게 되느니라
-----♡-----
가령 방화放火라고 하면
'불火을 놓다放'라고 해야 할까요
'놓아放준 불火'이라 풀어야 할까요
일반적으론 '불을 놓음'입니다
불이란 녀석이 제 멋대로 타오르게 끔
방비하지 않은 채 놓아 둠입니다
이른바 불이라고 하는 녀석은
저절로 타오르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부주의로 인한 상황이지요
방화放火란 사람이 일부러
건물이라든가 구조물 등 탈 것 따위에
불을 지르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자로는 놓을 방放에 불 화火 자입니다
그렇다면 목적어 불火은 나중에 보고
우선 동사에 해당하는 놓음放을 볼까요
놓을 방放 자는 등글월문攵이 부수며
총 8획으로 된 꼴形소리聲 문자입니다
여기에 담긴 뜻을 볼까요
놓다, 놓이다, 석방되다, 내쫓다, 추방하다
내놓다, 꾸어주다, 버리다, 달아나다
떠나가다, 널리 펴다, 넓히다, 꽃이 피다
빛을 발하다, 내걸다, 게시하다, 그만두다
내버려 두다, 방자하다, 멋대로 하다, 크게
어긋나다, 본받다, 본뜨다, 다다르다, 크다
배를 나란히 늘어놓다, 의지하다, 준하다
이르다, 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바라다
본보기에 비추어 그대로 좇다 따위입니다
이 밖에 기준으로 삼다, 서로 닮다
지급하다, 형벌刑罰의 한 가지
총포銃砲를 쏘는 횟수를 세는 말
한 발發, 두 발 따위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놓을 방放 자를 파자하면 간단합니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으로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 부수와
소릿값 방方이 만나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글자 오른쪽에 놓인 등글월문攵=攴은
'손으로 무엇인가 하다'에서 나중에
'뭔가 무리하게 시키다'의 뜻이 되었지요
소릿값을 나타내는 모 방方 자는
처음에는 '좌우左右로 점차 퍼지다'에서
중앙으로부터 떨어지다의 뜻이 되었으며
그러다가 나중에는 중앙으로부터
나쁜 사람을 쫓아내는 형벌刑罰이 되고
다시 또 뜻이 발전하여 나중에 내놓다
내버려 두다, 살짝 물건을 놓다 따위로
의미의 변천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놓다'는 '손엣것을 내려놓다'에서
마음까지도 내려놓다로 전해집니다
불교에서 쓰는 용어 중에
방하착放下着, 방하放下도 '내려놓다'며
이 방하착은 간화선看話禪의 화두로서
선계禪界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미들 알고 있다시피 방하착은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 용어입니다
따라서 '방하착放下着'보다는
'팡샤저放下着'가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샤팡윈똥下放运動'이
공직자들에게는 체험학습으로 되어 있지요
다음으로 목적어에 해당되는
불火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까요
불 화火 자는 불화火가 부수 자체입니다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이른바 그림象形문자文字입니다
불 화火 자에 담긴 뜻은 불, 열, 빛, 타는 불
화재, 화, 한의학 용어, 양, 태양, 화성
별 이름, 긴급함의 비유, 한패, 동아리,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동행자, 동반자, 급하다, 불사르다, 태우다
불에 태워 없애다 따위입니다
이 밖에도 화기를 비롯하여
오행의 하나로 두번 째에 해당하는데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두번 째지요
방위로는 남쪽에 해당하고
시절로는 여름이며
색으로는 붉음에 해당되고
요일로는 두번 째 화요일입니다
몹시 노염을 타거나
또는 못마땅해서
뜻대로 되지 않거나
언짢아 내는 성질을 화火라고 합니다
앞서 그림문자라 언급했듯이
불이 타고 있는 모양을 본떴으며
화산이 불을 뿜는 모양이라 일컬어집니다
나중에는 불 화火 자와 변화 화化 자의
소릿값 '화'가 동일하다고 하여
물건의 모양을 변경시키거나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하곤 했습니다
아주 옛날엔 헐 훼毁 자와 같은 음으로
'태워 없애 버리다'와 같이 쓰이곤 했지요
소릿값이 같으면 같이 쓰인 경우가
언어의 변천에서는 자주 있어왔습니다
불 화㶡 자는 불 화火 자의 옛글자로
불火은 바람几을 부르는 힘이 있습니다
물리학적으로도 불이 타오르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오르게 마련이고
그 빈 자리를 찬공기가 채웁니다
으레 바람을 불러올 수밖에 없지요
또한 불 화火는 불 화灬 자와 같은 글자로
불 화灬는 부수 '연화발灬'로도 일컫습니다
화火라고 하는 말은
주로 화기火氣를 일컫습니다만
2차적인 뜻은 '성 내다'의 그 '화'입니다
심지어 '불같이 화를 내다'라고도 하는데
불같이의 불火과 화내다의 화火가
한자에서는 같은 글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앵거anger, 레이지rage
패씬passion이나 뢔wrath라고도 하고
또는 인디그내이션indignation
디스플레슈어displeasure
리젠트멘트resentment로 쓰기도 합니다
이들 영어로 쓰여진 용어 속에도
노여움, 화, 성, 격노, 비롯하여
분노, 노발대발, 격정, 격렬한 감정
노여움, 복수, 분개, 비분, 의분
불만, 불쾌, 화냄, 언짢음과
적의, 원한 따위에 이르기까지
매우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을 놓다'라는 '방화放火'속에는
여러 가지 물질세계를 태운다고 하는
가장 일반적 뜻도 들어있습니다
하나 이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면
자연발화가 아닌 인위적 방화放火에는
정신적 피폐가 가득 담겨있다 하겠습니다
실로 방화는 자연발화와는 달리
고의성이 들어있는 까닭에
그것이 선의적이든 생계를 위한 것이든
피해는 피해대로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리적 화火인 불꽃의 세계는
인화물질을 태워버리는 데서 그치지만
정신적 화火인 분노의 불꽃 세계는
생명계를 파괴해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73주년 광복절입니다
또한 이는 1975년 월남전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30년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비극의 역사가 시작된 시기입니다
환희와 함께 찾아온 이데올로기 전쟁은
끝내 하나된 조선을 남북으로 갈랐고
동족상잔의 피비린내를 남겼으며
아직까지 그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광복은 빛의 회복光復이 아니라
곧 미치광이狂의 혼돈複이었습니다
[사진/하남 상불사 극락전에서]
08/15/2018
제73주년 광복절에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
-----♡-----
08/17/2021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