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모든 것을 잃더라도 다 해주고 싶었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관심關心
아무 것도 뿌리 내리지 못할 것만 같던 집채만한 바위덩이에 어느 사이인가 조그마한 금이 가고 금이 간 그 틈바구니에 낙엽이 떨어지고 산비탈 어디선가 바람결에 날아와 흙먼지가 쌓이고 날아가던 이름 모를 산새 용변을 떨어뜨리고
홀로 외롭던 민들레 홀씨 가녀린 새싹을 틔우네 (정세훈·시인, 1955-)
+ 작은 관심
내가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비싼 옷 사주는 것도 고급스런 음식도 보석반지는 더욱 아닌
가끔은 부엌에 쌓아놓은 밥 먹은 그릇을 그대가 모르는 사이에 씻어 치우는 것
수돗물 시원한 흐름에 마음을 함께 씻어 밥그릇 국그릇 숟가락 젓가락 나란히 놓아주는 것일 뿐 (동호 조남명·시인)
+ 관심은 사랑
가슴에 사랑이 느껴질 때 그 기쁨은 말할 수 없고 사랑의 정감은 행복, 그 이상의 느낌이 들지요
사랑은 상대성이어서 고상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관심을 두게 될 때 사랑이란 두 글자를 얻지요
따스한 시선으로 만나 정이 오고가게 되고 가슴에는 비로소 사랑의 꽃이 피기 시작하지요
사랑의 시작은 관심이에요 관심을 둘 때 그 관심은 엷은 빛으로 다가와 사랑의 열매로 밝게 맺지요 (김덕성·시인)
+ 무관심 속 - 송장벌레
이런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내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몇이며 내가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몇인지 너 죽기를 바라는 사람도 얼마 안 되지만 너 살기를 바라는 사람도 얼마 안 된다는 사실 대부분의 무관심 속에 네가 있고 내가 있는 거다 그러고 보면 무관심이란 살아가는데 편리한 조건 유독 송장벌레만이 너의 죽음을 손꼽아 기다린다 해도 성급하게 네 목을 조를 놈은 아니다 더욱이 그놈마저 네게 무관심이면 너도 죽음을 인질로 삼을 필요는 없다 (이생진·시인, 1929-)
+ 관심 밖
멀리 산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서서 겨울의 추위를 생각하다가 나는 보았습니다 그 산 속에서 서성거리는 하얀 토끼 한 마리.
우리들이 난롯불이나마 쬐고 앉아 있을 때 눈동자 빨간 토끼는, 축축하고 추운 산 속에서 이 겨울을 지낼 것입니다 우리들이 호주머니 속에서 잔돈 몇 푼을 만지고 있을 때 도토리를 찾아 눈밭을 뒤척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관심 밖 아, 우리들의 관심 밖, 겨울은 우리들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그곳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너와 내가 서로의 관심 밖에 있을 때 너와 내가 서로의 겨울인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들의 관심 밖의 공중에는 아직도, 눈보라가 된 이 겨울의 하얀 토끼들이 무수히 무수히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박상천·시인,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