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슈츤 운스 (Wir schützen uns).
독일어로 된 이 주문은 '우리가 우리를 지킨다'라는 뜻입니다.
헌터걸과 헌터보이가 초록눈과 피리부는 사나이를 무찌르기 전에 외우는 주문이지요.
이번 겨울, 도서관에서 동성오빠와 아이들은 헌터걸 하룻밤 책모임을 했습니다.
수요일과 금요일 1시간씩, 헌터걸 1권을 돌아가며 낭독했습니다.
그렇게 읽은 헌터걸 책을 기반으로, 선택활동이 다 끝난 1월 21일 밤 헌터걸 하룻밤 했습니다.
저와 지헌이는 헌터걸 책모임 구성원은 아니었지만,
헌터걸 책모임 구성원이 만든 헌터걸 하룻밤 시험을 치르고 하룻밤에 함께했습니다.
시험 문항은 아이들과 동성오빠가 함께 구성했다고 했는데, 5권까지 완독한 제게도 꽤나 어려웠습니다.
하마터면 함께하지 못할 뻔 했으나.. 영광스럽게도 아이들이 합격시켜줬습니다.
즐거웠던 헌터걸 하룻밤,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1. 헌터걸 헌터보이처럼 활쏘기
헌터걸 강지의 주된 기술은 활쏘기입니다. 재인이가 가져온 활과, 민영이가 그린 표적 판으로
헌터걸처럼 연습 훈련 했습니다.
표적이 너~무 작아서 비록 맞춘 사람은 한명도 없었지만,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2. 헌터걸 마피아
헌터걸의 주된 등장인물을 마피아의 역할로 대체하여 게임했습니다.
헌터걸, 강지 할머니, 초록눈이 각각 경찰, 의사, 마피아였습니다.
소헌이가 전체적인 게임 구상과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게임을 하며 헷갈리고 어려운 부분들은 그때그때 토의하며 수정해서 놀았습니다.
게임을 하며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아이들이 너무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하나, 초록눈을 다 무찔러야 하나 속으로 고민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마피아를 하고 있는 동안, 정운용 선생님께서 오셔서 간식 선물해주셨습니다.
초코맛 붕어빵 아이스크림과 다른 과자 간식들 마음껏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3. 감자 뇨끼와 완두콩 스프 만들기
책에서 강지네 아빠는 엄청난 요리사로 등장합니다.
그중 차갑게 식은 완두콩 스프와 감자 뇨끼가 1권에 소개되어, 각자 재료를 준비해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재인이가 찾아 적어준 레시피를 기반으로 각자 동분서주 움직였습니다.
감자 뇨끼를 만들 때 저와 지헌이가 감자를 깎고, 미영이가 달걀 노른자를 분리해서 담아주었습니다.
이후 전분과 파마산 가루 등 재료를 더 넣고 기름에 부치는 건 동성오빠와 재인이가 했습니다.
감자 뇨끼 소스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재인이가 삶은 감자를 다지기 위해 탁자로 옮기다가, 쿡쿡방에 그대로 엎었습니다. 재인이도 놀라고 우리 모두가 놀랐습니다.
한참을 놀라서 가만히 있다가, 다함께 감자를 치운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3초는 지났지만 그래도 먹어도 된다고 하면서요.
이후 다진 감자에 노른자를 1개 넣은 반죽을 부쳐야 했는데, 반죽을 보니 노래도 너무 노랬습니다.
어떻게 된건가 하고 봤더니, 노른자를 10개나 넣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수습할 수가 없어서 그냥 부쳤습니다. 그랬더니 감자 뇨끼라기보다는 감자달걀부침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케찹과 설탕을 뿌려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완두콩은 보아가 삶았습니다. 삶으면서도 이게 익은건지 아닌지 헷갈려서 한참을 삶았습니다.
보아가 완두콩을 두고 어딘가 갔다 온 사이,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부르는 소리에 가봤더니, 완두콩이 살짝 탔습니다.
완두콩이 많이 타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며 넘어가려 했는데
"아 김보아 사고쳤다. 어떡하지? 아 김보아 어떡하냐 사고쳤다" 보아가 말했습니다.
심각하던 보아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냥 귀엽고 웃겼습니다.
이후 물을 더 넣고 푹 끓인 다음 스프를 만들려고 했는데, 믹서기가 없어서 제대로 스프처럼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숟가락과 컵으로 콩을 다지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콩죽 같은 비주얼로 완두콩스프가 완성되었습니다.
4. 헌터걸과 비슷한 영화 '마틸다' 보기
아이들과 자기전 마지막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요리할 때엔 다들 피곤한 눈과 몸짓이었는데
영화는 꽤 집중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나중에는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5. 아침식사
원래의 계획은 차가운 완두콩 스프와 오므라이스였지만,
아이들이 완두콩스프를 강력히 거부했고..
오므라이스를 만들 요리팀은 일어나기를 거부했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우유와 시리얼을 선택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후 믹서기를 어딘가에서 가져와 갈아서 완두콩 죽을 스프로 만들었음에도,
아이들은 잘 안먹고 해리포터가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6. 기록
하룻밤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무엇인지 적고 그렸습니다.
민영이와 소헌이가 그린 그림을 구경하기도 하고 서로 글을 보며 하하 웃기도 했습니다.
헌터걸 하룻밤,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헌터걸을 재밌게 생각하고 읽었던 것이 신기합니다.
최근 완독한 책이 별로 없다던 지헌이는 벌써 5권까지 다 읽었고,
무진이도 최근 헌터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철암도서관에 '헌터걸' BOOM을 일으킨 헌터걸 하룻밤팀 고맙습니다.
나중에 헌터걸처럼 재밌는 책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세요.
첫댓글 헌터걸 하룻밤, 정말 즐겁게 놀았구나! 사진에서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계획한 것들을 재밌게 누리는 게 보여서 얼마나 재밌었을까 상상하게 돼.
그때 그때 논의하며 놀이도하고 음식도 만드는 아이들이 너무 멋있다!!
30기 광활에서 아이들과의 추억 공유해줘서 고마워~
맞아. 오빠 말대로 난 정말 아이들과 동성오빠가 준비한 대로 따라 놀기만 했던 하룻밤이었어.
오빠의 댓글 읽으니까 그날 밤이 그리워진다!
빌 슈츤 운스 !
헌터걸 붐을 일으킨 헌터걸 책읽기와 헌터걸 하룻밤
아이들과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자 자랑입니다.
꼬~소한 완두콩 스프 생각나요~ 두 그릇 먹었어요.
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