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단지서 계약해지 신청 잇따라…손해배상 가능 여부는 미지수 |
[K그로우 이연진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일부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서 철근누락 사태가 벌어지자 입주민들이 공포와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철근이 누락된 단지에 거주 중이거나 입주 예정인 입주민들은 입주민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안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은 이번 부실공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소송대란이 예고하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철근 부실공사 아파트에 입주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발주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한 아파트 입주민은 "현재 보강 공사를 완료했다고 하지만 불안해서 더 살기 힘들 것 같다"며 "가능하면 입주를 취소하고 계약해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곳곳에서는 입주민이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과 음성금석LH2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철근 누락과 관련해 신속한 보강공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LH는 이날 금석2단지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LH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중 철근이 누락된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에 포함됐다.
금석LH2단지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101개 기둥 상부에 설치해야 할 전단보강근이 기둥 상부가 아닌 하부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민들은 "언제까지 보강공사를 할 것이고 무량판 구조 외에도 다른 시설엔 문제가 없는지 전반적으로 진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설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례가 거의 없긴 하지만 철근누락 시공을 뒤늦게 알게된 입주 주민들의 경우 집단소송 등을 통해 손해 배상이나 보수 비용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손해배상은 말 그대로 손해가 있었는지 개념으로 인정을 하는데, 철근 누락으로 실제 손해가 있었는지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하자담보책임을 요구한다면 하자라고 판단될 수 있어 하자보수청구권 정도는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철근누락 아파트 15곳에 대해LH가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철근 누락이 발견된 단지 15곳 중 4곳은 보강공사를 마쳤다. 나머지 단지도 입주민이나 입주예정자들과 협의를 거쳐 다음달 말까지 보강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보강공사 시공법은 전문가 자문과 한국콘크리트학회 검증을 거쳐 7가지로 결정됐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무량판 강재주두 보강공법'이다. 우선 기둥 상단 부위를 매끄럽게 표면 처리한 뒤 기둥과 천장이 맞닿는 부위에 강철판을 덧대고 에폭시와 방청·내화 처리 등을 거쳐 마무리한다.
또 정부와 LH에서는 입주민 불안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중 2개 단지의 보강공사 현장을 찾아 입주예정자와 입주민이 안심할 때까지 보강공사를 철저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장관은 경기 양주 회천 A15블록과 파주 운정 B34블록 현장을 차례로 방문해 지하주차장 보강공사 진행 현황을 보고받은 뒤 입주자 및 입주예정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양주 회천 A15블록은 88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 5개 동으로 구성되며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단지 지하주차장에서는 철근이 설치돼야 하는 기둥 154개 전체에서 누락이 확인됐다.
원 장관은 간담회에서 "보금자리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안전문제가 발생하게 돼 정책적 책임을 지는 부처 책임자로서 너무나 마음이 무겁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안전 확보 조치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보강 조치를 마치겠다"며 "보강공사는 콘크리트학회나 국제 공인된 기준에 의해 주민들이 일말의 불안감도 가지지 않도록 철저히 보강하고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한준 LH 사장도 "입주자들이 100% 만족할 때까지 무한책임을 지고 보강공사를 완벽하게 해 안전 문제는 없게 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입주민 입장에서 보상도 적극적으로 해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대책에도 입주민들은 계약 해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LH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LH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발표가 나온 후 나흘 간 12건의 계약해지 신청이 있었다.
해지 신청이 있던 곳은 모두 임대주택으로 입주 예정자의 신청이 8건, 현재 거주 중인 입주자의 신청이 4건이다. 계약 해지 사유가 철근 누락인지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철근 누락 15개 단지 중 임대단지는 10곳으로 절반 이상이지만, 임대주택 입주자·입주예정자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임대 단지의 경우 입주민들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입주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A씨는 "대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냥 입주하기로 했다"며 "임대단지는 사실상 소유가 아니고 임대이기 때문에 다른 방안이 없다"고 토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철근누락 아파트 입주대상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LH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입주 여부에 관계없이 계약해지권을 주고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이미 보증금을 납부한 세대에는 이자를 포함한 보증금을 돌려준다. 공공분양아파트도 입주 전이면 계약해지권을 보장한다.
LH는 이밖에도 이사비 지원, 다른 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LH는 사장은 입주민의 손해배상금 관련 질문에 대해 "기본적으로 보상을 다 하고 싶은 생각"이라며 "다만 자칫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법원에서 판결이 나오면 충분히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철근누락 사태는 지난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 붕괴사고를 시발점으로 무량판 공법을 적용해 LH가 발주한 전국 15개 아파트에서 철근누락이 발견되자 발생한 현상이다.
무량판 공법은 무량(無梁, 대들보가 없다)이라는 명칭처럼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대들보)가 없고, 수직재의 기둥(코어)에 슬래브(slab, 콘크리트 구조 바닥)가 바로 연결된 형식을 말한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면 슬래브에 발생하는 하중이 곧바로 기둥을 통해 바닥에 전달돼 지반으로 내려가게 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무량판 공법 자체는 문제가 없어 제대로 짓기만 한다면 다른 공법들에 비해 오히려 장점들이 많지만 철근을 빼고 지을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K그로우(http://www.kgr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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