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동남쪽 메르주가는
거대한 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곳이다.
사하라 사막 중심부에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으니,
사막의 초입에 텐트 숙소같은 간단한 시설물을 설치해 놓고 여행자를 맞이했다.
말로만 듣던 사하라를 직접 가볼 수 있다니...
오, 인샬라!
그러나 시작부터 문제였다.
사하라 사막을 들어가려면 낙타를 타야 했다.
어쩐지 동물학대 관광이 먼저 떠올라서 어쨌든 피하고 싶었다.
앞서 마라케시 도심에서 진행되는 마차 투어는 타지 않았고,
낙타 투어도 빠지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혼자 사막에 남아서 방울뱀과 전갈에 물릴 수 있고 이미 돈을 지불했다고 했다.
할 수 없이 타기로 했다.
여행에서는 협동, 공동체 정신도 중요하니까.
우리 일행인 아이들은 낙타 투어를 엄청 기대했지만
정작 가까이에서 거대한 낙타를 보고서는 ‘얼음!’ 상태가 되어 쉽게 타질 못했다.
사람이 타면 잘 훈련된 낙타는 벌떡 일어섰다.
뒤에 있는 낙타부터 사람이 타면 순서대로 차례차례 일어섰다.
당당샘은 맨 앞에 타야 하니 결국 내가 가장 먼저 타기로 했다.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꽤 높았다.
일어설 때와 내릴 때 손잡이를 꽉 잡아야 안전하다.
그리고 천천히 사막을 걸었다.
예전에 아라비아 상인들이 낙타를 타고 이렇게 사막을 횡단했겠지?
흔들흔들 뒤뚱뒤뚱, 승차감은 별로지만
낙타가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겨야 한다.
사막의 반가운 식물들, 조림사업 중인지 나무를 심은 곳도 보였다.
숙소까지 이르는 중간지점에서 내려 노을이 질 때까지 한참 놀았다.
사막을 걷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고,
몸을 파묻어 보기도 하고, 동물 발자국을 관찰해 보기도 하고...
다시 낙타를 타고 우리 숙소 텐트에 도착했다.
마당에는 화려한 장식과 등으로 꾸며져 있고,
모로코 전통 의상을 입은 젊은이가 우리를 환영했다.
환영의 민트차를 따라주었다.
텐트 숙소를 운영하는 젊은 남성 5명은 부지런했다.
우리를 위해 식사를 차려주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공연도 해줬다.
다음날이 되자 텐트 수리와 장식을 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했고,
텐트 주변의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일도 했다.
여행자들의 무거운 짐을 실어나르기도 하는 등
정말 열심히 사는 모로코 젊은이들이었다.
텐트 숙소는 석유와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고, 물이 귀한 곳이라 아껴 써야 한다.
텐트를 관리하는 젊은 남성 직원 5명은 요리하랴, 연주하랴, 수리하랴, 정말 부지런했다.
다음날에는 하루종일 사막에서 놀았다.
오전에는 사막이나 텐트에서 쉬고,
오후에는 높은 사막까지 한참을 걸어가서 보드를 타고 놀았다.
사막의 모래는 아주 부드럽고 고왔다.
내 생애 언제 다시 사하라를 올 수 있을까?
사막을 한참 걸어보기도 했다.
그러자 옷의 주머니와 신발 등 곳곳에서 모래가 쏟아졌다.
열심히 털고 씻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모래가 묻어났다.
사하라를 보고 나자 다른 유명 관광지가 어째 시시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강렬했던 사하라, 너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