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간 날씨는 또 갑자기 여름을 만난 듯하였다. 그 푸근한 날씨 통에 배꽃 복사꽃 여기에 모란꽃까지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이번 주에 그리기로 계획한 안성의 배꽃이 만개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야수회도 풍경화가회도 모두 이번 주에 배꽃을 그리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두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문제는 복사꽃이다. 화요일쯤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노라 는 정보를 감곡 현지 식당 주인에게 들어 확인하고 있던 차였는데 어제 토요일 다시 전화를 걸어 꽃 소식을 되물으니 80%가 피어났다한다. 그렇다면 이번 일요일이 만개 시기가 될 것은 요 몇 일간의 개화 속도로 짐작하면 확실해진다. 다음 주에 복사꽃을 그리기로 계획을 잡아두었는데 다음 주면 그 꽃들이 어쩌면 다 지고 말 터이니 큰 일 난 것이다. 토요일 저녁 8시쯤이었다. 부리나케 감곡 사곡리에 있는 식당에 전화를 걸어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니 12시에는 예약 손님이 있다한다. 그렇다면 1시에라도 좋으니 자리 잡아 줄 것을 부탁하고 이번엔 안성 배꽃 농장 근처의 식당으로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내일 식사예약을 취소 시켜야 했다.
오늘 날씨는 청명하게 맑았다. 낮 기온이 28도에 이를 것이란 일기예보를 듣고 가벼운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30호 캔버스 두 장 20호 캔버스 두 장, 도합 4장이 들어간 캔버스 백이 묵직하여 러시안 이젤 박스가 들어간 왼쪽 어깨의 가방 무게와 균형이 맞는다.
감곡 사곡리에 도착하였다. 보이는 족족이 복사꽃 천지다. 예상한대로 가지마다 포도송이가 박혀있듯 촘촘하게 복사꽃이 완전 만개하여 동네 일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과 들은 연록이요 하늘은 파랑이다. 그 천지간을 장식하는 모든 것이 복사꽃 일색이니 무릇 여기가 무릉도원이 아니고 어디이겠는가? 점심식사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부침개에 막걸리를 배달시켜 모처럼 고수레를 즐겨본다. 춘풍에 취흥이 절로 하니 붓이 저절로 얼씨구 춤을 춘다. 인생 백년 산다 해도 오늘 같은 날을 그 며칠이나 맞을 손가! 애해라 오늘 같은 날에는 점심도 푸짐하게 즐겨볼 일이다. 오리를 끓여내고 오리를 철판에 두루치기로 구워내 막걸리 한 사발을 냅다 부딪혀보며 지화자를 선창하니 뜻이 맞는 화우들의 “좋다” 복창이 감곡 사곡리에 쩌렁한다.
오후 두 시에 다시 붓을 들고, 오후 네 시에 붓을 놓았다. 4시30분에 정확하게 사생 지를 떠났다. 다음 주에는 어떤 꽃을 그려야 하나? 시절이 하수상하니 꽃 소식도 종을 잡을 수가 없어 또 일주일을 이리저리 기웃거려야 할 판이다
2012.4.29
첫댓글 도원(桃苑)에서 노닐다 보니 이 곳이 선계(仙界). 선계에 선녀까지 있으니 내가 신선. 도화(桃花)에 취하고, 감주(甘酒)에 취하니 그림은 뒷전
그냥 그 선계에서는 그렇게 노닐고만 있어도 마냥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언제 막걸리랑 부침게 먹었지. 억수로 먹고 싶었는데......ㅠㅠ 아~ 억울하다.
죄송합니다. 언제 제 스피커 보륨이 이렇게 약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동네 마을 스피커를 빌려서 방송이라도 해야 할 듯합니다. ㅠㅠ 아~ 하루하루가 틀려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