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 칼럼] 부동산거래 신고제도의 악용방지책

[야운처사 위이환]

▲德川 위철환(33세, 미발협 회원)
(양곡공파, 1958년, 장흥출신, 변호사, 前대한변호사협회장,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객원교수, 민주당 윤리심판원장)

"최근 동네 아파트 매매가격이 종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 신고되었으니 그것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 수는 없지요."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을 때 어느 집주인이 한 말이다.

투명한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부동산거래 등의 신고 및 허가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은 부동산 투기 및 탈세의 원인이 되는 이중계약서 작성을 금지하고 실거래 가격에 기초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법 제3조에는 ‘거래 당사자는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실제가격 등을 거래계약의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그 권리의 대상인 부동산 등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공동으로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3조의 2는 ‘거래 당사자는 부동산 거래신고를 한 후 해당 거래계약이 해제 무효 취소된 경우 해제 등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관청에 공동으로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위 규정에 따라서 신고관청에 부동산 거래가 신고되면 국토교통부는 신고받은 사항을 토대로 국토교통부 공개시스템을 통하여 거래가격을 포함한 매매계약 내용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원래 부동산시세의 투명성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일부 사람들이 실제거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진정한 계약이 체결된 것인양 신고하는 방법으로 부동산의 호가를 높이는데 악용하는 바람에 그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달 14일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서울아파트 계약이 해지된 거래 2,099건 가운데 43.7％인 918건이 최고가거래였다. 전국적으로는 계약해지 거래 총 4만 1,020건 가운데 7,280건(17.7％)이 최고가에 거래된 뒤 계약이 해지되었다. 또 경기도는 계약해지 거래 중 23％가, 인천은 그것의 26％가 각각 최고가에 거래된 뒤 계약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계약신고 시로부터 계약 취소신고 시까지 기간이 1년 이상인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그 예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한 아파트 84㎡는 2021년 1월 30일 당시 최고가인 15억3천만 원에 거래되었다가 1년이 경과한 지난해 2월 8일 취소되었다. 또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광교 중흥 아파트 전용 84㎡는 2021년 8월에 18억 원에 계약 신고 되었지만 1년 4개월을 넘긴 지난 해 12월 27일에 계약이 취소신고되었다.

위와 같은 자료에 비추어 볼 때, 실거래가가 시세 판단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이고 나중에 이를 취소신고하는 이른바 ‘집값 띄우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물론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신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된 계약이 허위거래라는 사실을 적발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에 그치고 그 행위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훨씬 많다고 할 것이어서 그러한 행위를 근절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허위 신고는 소유권이전 등기없이 계약서 작성만으로 실거래 등록이 되고 나중에 이를 이유 없이 취소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고 비용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와 같은 허위 신고로 인하여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미치는 피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형성된 거래가격은 특별한사정이 없는한 하방경직성이 있고 심리적으로 나비효과가 발생하여 그 파장은 빠르고 넓게 작용한다. 그로 인하여 특히 서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젊은 청년 세대에게는 절망감을 안겨 주게 된다. 그러므로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부동산 가격 띄우기에 대하여 효과적인 방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거래신고를 악용한 시세농락을 막기 위하여는 부동산 매매계약의 실거래가의 신고시기를 계약 시에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날부터 30일이내에 하도록 변경하고,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할 목적으로 거래신고하는 행위자에게는 엄한 형벌 규정을 마련하여 처벌하는 한편 그 재물이나 이득을 필수적으로 추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집값을 왜곡시키는 행위에 대하여 철퇴를 가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