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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님 .어머님 .잘 다녀왔습니다 "
" 그래 . 고생했다 "
신혼여행을 다녀 온 첫날이었다
여행에 돌아 온 신혼의 그들에게 .아니 윤 슬 에게는 충격이었다. 시어머니는 짧게 한마디로 그녀의 인사를 받고 그들의 방으로 들어 갔다.
처음엔 무엇을 잘못했나 싶었다.
적어도 며느리가 된 그녀에게 거창한 환영을 바란것도 아니지만 한 집안의 식구로 들어온 여자끼리 만의 따듯한 말 한마디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그녀였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집안의 며느리로서 첫날의 차가운 느낌은 평생 그녀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결혼 전 몇 번이나 왔었지만 시댁의 분위기는 윤 슬의 친정과는 그 밝기나 색깔이 달랐다.
아파트의 높은 층에서 오밀조밀 바닥에 깔린 거리를 바라보며 살던 그녀였다 비록 현대식으로 뜯어고쳤다 하지만 키 낮은 단독주택은 답답하기만 하였고 그들이 지내는 신방은 좁고 어두웠다. 담장을 끼고 꽃밭과 몇 그루의 나무가 이파리를 떨어뜨린 마당은 가을의 정취는 커녕 을씨년스러운 음울한 기운만 감돌았다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항상 밝고 따뜻한 그녀의 가정과 전혀 다른 환경은 맞지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맞추려고 열심히 노력을 하였다.
시아버지 되는 사람은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오다 퇴직을 하고 관련 계통 회사의 촉탁직원으로 옮겨서 가정을 이끌고 있었고 시어머니는 평생 집안일만 해온 주부였다 . 시동생 둘이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었으므로 대화를 나눌만한 시누이 하나 없음이 아쉬운 정도였다
가풍이랄까 그 집에 이어져온 내력과 습성들은 혼란을 주었지만 슬기롭고 활기있는 그녀의 성격상 동화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우선 그 집안의 식생활부터 예를 들어 보면
하루의 일과가 엄격하게 시간을 맞춰서 아침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 6시면 식구들이 모여서 아침을 먹는 습관은 그녀에게 너무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
5시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되 밥과 국은 언제나 따듯하게 새로 지어야 했다
음식 만드는 일이 익숙치 않은 그녀에게 식구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시험이었다 .
정답을 알수 없는 까다롭고 갑갑한 시험을 매일 아침 저녁 치루는 심정을 그 누가 알까 .
밤이 되서야 들어 오는 남편은 예전의 데이트 할 때와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 .
그녀의 성격상 종알종알 참새처럼 말을 쏟아
내야 직성이 풀리고, 몇 마디 댓꾸에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는 차츰 침묵하는 남자 앞에서 서서히 말을 잃어 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윤 슬은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아침이면 새로운 하루를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식구 아니 자신의 가정을 위해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집안의 관습을 따라가며 생활을 하였다.
자신이 그렸던 미래의 모습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 . 오직 집안의 일원으로 시집의 관습과 가풍에 맞추려 뒤쳐진 자신을 동질화 시키는것에 온 정신을 쏟을 뿐이었다 .
그즈음 그녀는 첫 아이를 갖게 되었다.
생리가 끊어지고 배가 조금씩 불러오자 웬지 임신의 기쁨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 오빠 . 나 아이 갖은 것 같아 "
" 그래 ?. 애기 같은 여자가 애기를 갖았구나.
슬아 ~ 고마워 "
남편은 그녀를 품에 안고 토닥여주었다
" 어떻하지 ?"
" 뭘 어떻게해 . 어머니한테 말씀드려야지"
다음 날 아침이었다.
" 어머니 . 저 첫째가 들어 섰나봐요 "
늘 어렵기만 한 시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임신 사실을 말하였다
" 그래 . 시집을 왔으면 아이 낳아야 하는건 당연한 일인데 웬 호들갑스럽게 그래 . 몸조리 잘하고 태아한테 주의하고 ...."
시어머니는 축하의 말 커녕 되려 그녀가 언행을 가볍게 나무라듯 말했다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첫 아이를 갖고도 자꾸 서글퍼지던 날이었다.
자신에게 몸조리 잘하고 영양보충 잊지 말라는 그런 흔한 말 한마디 없었다
" 엄마 . 나 아이 가졌어 "
" 어머 . 우리 딸이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그래 . 축하한다 . 몸은 괜찮고 잘 멋어야 너도 아이도 건강한데 "
전화기를 타고 흘러 오는 친정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윤 슬은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 여보 여보 . 슬이가 첫애를 가졌대요 ."
" 그래 . 아이구 . 이제 어른이 되었네 어서 전화 바꿔줘요 "
친정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 아이야 . 몸은 건강하고 ? "
" 네 "
윤 슬은 스무 다섯해를 듣고 살았던 다정하고 따듯한 아버지의 음성을 듣자 오열하듯 흐느꼈다.
자신의 우주였고 들판이었으며 커다란 고목이었던 사람 . 그녀의 아버지.
세상 어떤 남자보다 더 멋있는 남자. 아버지는 윤슬의 어릴적 첫번째 결혼 상대였다.
" 나 아빠하고 결혼할거야 "
다섯살짜리 윤 슬이 그의 무릎에 앉아 까칠한 수염을 만지던 그녀의 최초의 남자.
" 슬아 .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애비가 당장 사다 주마 . 알았지 "
" 네 ~"
그녀는 눈물을 보일 수 없어 이내 끊고 말았지만 같은 서울 하늘이 이리도 넓고
내 살던 곳이 그리도 먼 곳인지 이제야 알았다
참기 힘든 입덧도 억지로 버티고, 임신때의 먹고 싶은 것이 있는 특이한 식욕도 시댁 어른들 눈치가 보여 동치미 국물 한 번 못먹었다. 새해가 바뀌며 첫 아이가 태어났다.
" 수고 했다 "
단 한마디 . 무뚝뚝한 말 한마디가 가장의 권위를 나타낸다고 믿는 시아버지의 한 마디였다 . 시집오면 애 낳고 집안 살림하고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키우는 것만이 여자의 길이라고 철썩같이 생각하는 시어머니는 아이만 들여다 보고 그녀에게는 어서 집으로 돌아 오라는 말 만 던지고 돌아갔다
같은 여자로서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따듯한 말 한마디 기대한 자신이 바보 같았다.
침대에 누워 몸을 풀면서도 아이를 낳은 기쁨보다는 다가올 암담하고 공포스럽기만한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무겁게 짓눌러 왔다 .
친정 부모는 출산의 기쁨을 축하해 주었지만
그림자가 깃든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 알 수없는 불안을 느꼈다.
재진의 돐이 가까워질 때 쯤이었다
" 오빠 . 우리 나가서 살면 안될까 ?"
" 지금 우리 입장에서 분가해서 살 돈도 없잖아.그리고 부모님 뜻도 알아 봐야 하고"
" 그러니까 오빠가 말 좀 해봐 "
" 여기가 그렇게 싫으니 ?"
" 응. 정말 싫어. 숨이 막히는것 같아 . 재진이도 내 품을 떠나서 어머니가 기르시잖어. 이게 무슨 엄마야 . 내 아이한테 엄마 사랑도 알게 해 주고 싶은데 ....."
" 알았어 . 내가 말은 해 볼께 "
" 정 안되면 친정에서 돈을 빌려볼께 "
결국 그 일로 큰 사단이 나고 말았다.
" 에미 이리 오너라. 무엇이 그렇게 너를 힘들게 하느냐 .? 여자라는 것은 시집을 오면 벙어리 삼년. 귀먹어리 삼년. 소경 삼년이라고 했단다. 네가 무었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길은 남자의 앞길이 펼쳐질 수 있도록 조용히 숨은듯이 뒷바라지를 하는거야.
그리고 너희들이 나가 살면 쉬울것 같으냐.
요즘 세상이 너무 경박해 빠지고 예의와 질서가 무너졌는데 그런 천박스러운 곳에서 살아가게 할 수 없다 ."
윤 슬은 무릎을 꿇고 꼼작없이 시어머니의 훈계를 들어야했다 .
" 또 너의 집안이 사위 집칸을 마련해 줄만큼 부유한지 모르겠지만 . 우리 가뭉은 처가살이 할 만큼 허물어지지 않았다. 그런것 가르쳐 준것도 너의 부모님들이냐 ? "
차갑기만한 시어머니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기어이 뱉지 말아야 할 말까지 내 뱉고 말았다
" 그리고 너 . 네 남편한테 오빠가 뭐냐 ! 그 동안 참고 참았는데 어느 쌍놈의 집안이 지 오래비와 접 붙어 사는지 좀 알아 보자꾸나 "
윤 슬은 그만 숨이 멎는듯 했다.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는데 우리 부모님까지 욕을 들어야 하는지 .
주위가 노랗게 물들고 어지러웠다.
그때 . 재진이가 시어머니의 큰 소리에 놀라 자지러지게 울고 말았다.
재진이 엄마 품에 있을 때는 오직 젖을 먹일 때 뿐이었다.
퉁퉁 불어 오른 젖을 물고 행복감에 젖은 아들을 보면 그때마다 눈물이 쏟아졌다
시어머니는 수유가 끝나면 다시 노인네 방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어릴 때 부터 조부모에게서 가정교육을 받아야 옳바른 사람으로 자란다는 이해 못할 괘변을 늘어 놓으면서 그녀에게서 떨어뜨렸다.
그날 남편은 시부모에게 불려 들어가 한참을 야단을 맞고 돌아 왔다.
풀이 죽어 들어온 남편이 불쌍해 보였다.
" 오빠 . 배고프지 ? 저녁 차려 가져 올까 ?"
" 아니 .배 안고프다 "
대신 남자는 윤 슬을 끌어 안았다.
" 미안하다 슬아 ."
한동안을 그렇게 안고만 있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 슬아 . 내일 오빠한테 와 "
" 어떻게 나가 "
" 급한 일이라고 전화 할게"
얼마만의 외출인지 몰랐다.
재진이를 갖고 친정에를 한번 간것이 가장 먼 외출이었다 . 잘해야 시장에서 장보는 것 . 뱃속에 재진이를 갖고 다니던 산부인과 . 가끔씩 들르던 은행이 그녀의 생활반경이었다.
처녀때의 옷이 맞는 것이 없었다.
품이야 대충 맞아도 거울 속의 여자는 그 예전의 윤 슬이 아니었다.
결혼식 때 사신은 구두만이 아직 광채를 잃지 앉고 있었다.
" 여기예요 "
남자는 일찍 퇴근을 하고 그녀가 기다리는 커피숍으로 달려왔다.
" 슬아 . 나가자 "
그녀는 남자의 손에 잡힌채 거리로 나왔다
아직 해가 서쪽으로 넘으려면 많은 시간이 남았다.
남자는 먹고 싶은 것을 물었다.
윤 슬은 전혀 시장끼를 느끼지 못했다.
오랜만에 단 둘의 시간이 꿈만 같았다.
" 슬이 저거 좋아하지?"
남자는 제과점 진열장 너머로 보이는 치즈케잌을 가르켰다.
그러나 윤 슬은 케잌의 맛조차 잊어 버렸다.
재진을 임신 했을때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것중에 하나가 치즈케잌이었다.
" 아니 ~ "
윤 슬은 고개를 저었다.
"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
윤 슬은 남자의 눈을 바라 보았다
" 응 . 바다 . 동해바다 "
순간 남자는 머뭇거리다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 그래 가자 "
택시를 잡아 타고 고속 터미널로 향했다 .
파랗게 펼쳐진 바다
하늘과 맞닿는 곳이 어딘지 몰라도 좋다.
끝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
코끝을 스치는 싫지 않은 바다의 냄새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바람
윤 슬은 크게 바다를 들여 마셨다.
자꾸 자꾸 밀려오는 바다의 공기를 마셨다.
쌓였던 가슴 속의 응어리들이 하나 하나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
그리고 한껏 소리쳐 외쳤다.
" 윤 ~~ 슬~~~~~"
" 윤 ~~~슬 ~~~~~~"
눈물이 쏟아져도 좋았다
잃어버린 자신을 외치며 불러 보았다
생각지도 않은 긴 외출이었기에 그녀에게 바다가 주는 시원함은 그녀의 죽은 세포를 모두 되살리게 하였다 .
" 오빠 . 너무 좋다 . 이런데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남자도 구두를 벗고 따라 걸었다
파도가 그녀의 맨발을 핧았다
하얀 포말이 꺼지면서 햇볕에 모래가 반짝이고 있었다.
단 한 순간이지만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 .
" 오빠 . 이쪽으로 전근오면 안될까 ?"
" 여기는 지사가 없어 ."
" 에이 ~ 나 여기 너무 좋은데 "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 사라졌던 꽃이 피어났다.
포구는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
윤 슬은 시장통을 돌아 다니는 내내 남편의 팔을 꼭 잡고 다녔다 .
" 오빠 . 나 저거 먹고 싶어 "
" 응 ? 그래 먹자 나도 "
길거리에서 숯불로 구워내는 통통한 피데기를 한마리 손에 쥐고 두사람은 서로 먼저 먹기에 바빴다 .
" 깔깔깔깔 "
남자의 얼굴에도 어느새 웃음꽃이 피었다.
좌판에서 직접 잡아주는 생선회를 골고루 샀다
두 사람은 생선회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 갔다
" 슬아 . 그러고 보니 우리 결혼하고 이런 여행은 처음이네. 미안해 . "
" 오빠 . 나 오늘 정말 너무 즐거워. 그런 말 하지마 또 돌아가면 암흑같은 곳으로 돌아 가잖아 .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그냥 즐겁고 싶어 . 옛날의 오빠를 만난 것 같아. 그러니 깨지 않게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아주면 좋겠어 .부탁이야 "
" ....... 그래 . 오늘은 그전처럼 돌아가자 "
" 나 술 얼마만에 마시는 건지 모르겠어 "
" 그래 마음껏 마시자 . 나도 마시고 싶다 "
두 사람은 잃어 버린 시간을 되돌리고 있었다.
방파제끝부터 어둠이 깃들어 오고 있었다
산그림자 길게 드리운 바닷가에는 슬슬 어둠이 찾아오고 포구의 술집들은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
잔 파도위에 불빛이 어우렁거리고
먼 수평선부터 진한 어둠으로 덮여 가고 있었다
" 오빠 가야지 . 서울. 재진이가 보고 싶어 "
" 아니 오늘은 못가 아니 안가 ."
" 안돼 "
" 오늘 밤은 우리 둘만의 시간이야 .슬아 정말 미안해 "
" 아냐 나 때문에 오빠가 힘들었잖아 "
윤 슬은 어젯밤 초라해진 얼굴로 들어오던 남자의 얼굴이 떠 올랐다 .
" 여기까지 와서도 그렇게 두렵니 ?"
남자는 윤 슬을 품에 안았다
모텔방은 베란다로 향한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술 탓으로 열기가 오른 얼굴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 왔다.
" 슬아 ~ 맥주 한 잔해 "
앙증맞은 테이블위에 언제 사왔는지 남자는 긴 종이컵에 맥주를 따랐다
" 슬아 . 하루 하루가 벅차고 힘에 겨운것 잘 알아 . 우리 조금만 더 참자."
남자는 그렇게 그녀를 위로하며 달래는 말을 시작했다.
" 우리가 계속 이렇게 살겠니 ? 부모님 더 나이 드시면 고행으로 가시고 그때는 우리의 시대가 오지 않겠니. 내가 슬이의 바람막이가 되줄께
그동안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던 나를 이해해줘
이젠 우리 슬이 . 나의 아내 . 재진의 엄마로서의 자리를 잡게 해 줄께 . "
" 무슨 자리 ? 난 그런것 바라지 않아 . 오빠를 남편으로 모시면서 재진이에게 엄마의 사랑과 정으로 키우고 싶고 . 또 잃어버링 나를 다시 되찾고 싶어. 언제부터인가 윤 슬이는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것 같아. 남아 있는건 며느리라는 껍데기 . 밥하고 빨래하고 시부모님 마음에 꼭 맞춰야하는 길들여지는 로보트 같은 며느리.
내가 소망하고 것과 나만의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야 .
오빠 나 한테 그랬지 . 나 대학원 간다 할때 내게 어떤 확신을 주지 못했지만 난 오빠 믿고 사랑했기에 그대로 따랐어 .
이제 몇해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그 약속은 이미 사라져저린 꿈이 되었어.
원망해야 하지만 오빠 사랑했기에 참고 참고 살았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우리부모까지 그렇게 모욕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
" 슬아 "
" 오빠하나 믿고 감옥처럼 깜깜하고 답답한 곳에서 오년을 보냈어. 정말 싫어 . 다시 돌아 가기 싫어 . 내가 그렇게 잘못 한거야?"
" 미안해 .슬아"
"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 그 말 할거면 나를 거기서 빼내 주겠다는 말을 해 . 나에게는 오직 당신 . 내 남편인 오빠가 희망일 뿐이야 "
" 그래. 슬아 . 이세상 모두 다 아니라고 하더라도 난 너의 편이 되어줄 께. "
" 몰라 . 나도 몰라 . 왜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 사랑에는 희생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배웠어. 난 오빠 집안의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어. 사랑하고 살고 싶었어
허나 돌아 오는것은 나를 잃어버려야 하고 지워야 하는 강요밖에 없었어. 생각을 바꾸고 마음의 문을 열면 얼마든지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었는데 "
" ....... "
술에 취한 그녀은 숨겨 왔던 자신의 생각들을 봇물 터지듯 터뜨리고 있었다 .
남자는 윤 슬에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아침의 태양이 붉은 빛으로 바다에서 떠올랐다
윤 슬은 오랫만에 늦잠을 잤다
남자는 까칠해진 그녀의 등을 매만졌다
붉은 빛이 창을 너머 두 사람의 침대를 밝히고 있었다.
그녀는 비늘이 솟구치는 생선과 건어물을 샀다
시부모의 압맛에 맞을 젓갈도 몇가지 챙겨 담았다. 남자는 처가에 가져다 줄것도 챙기라고 했다.
겉으로는 아니라 했지만 그런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
오랫만에 눈치 보지않고 먹어보는 아침밥이었다.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안에서 윤 슬은 남편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
다시 들어 가고 싶지 않은 媤家였지만 지금 내가 기대고 있는 이 사람만이 나를 지켜줄 것이기에 두려움도 이겨 낼 수 있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 낼 수있는 위대한 것이다.
명절에도 자주 들르지 못했던 친정을 들렀다.
갑작스런 방문에 놀라시는 엄마는 윤 슬의 얼굴을 보고 다소 마음이 놓이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급히 귀가를 하셨다.
손주가 보고 싶으셨는지 오자마자 재진을 찾으셨다. 그래도 딸 부부가 찾아 온것에 그 서운함은 감추셨다.
엄마는 오랫만에 정말 너무 오랫만에 찾아 온 사위를 위해 저녁을 차린다고 정신이 없으셨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신의 엄마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버지와 남편은 무려 오년만에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밤이 깊어갔다.
엄마는 자고 가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섭섭해 하시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문을 나섰다
엄마는 언제 준비했는지 홍삼선물을 보자기에 싸들고 내려 오셨다
" 얘 . 시집살이 고생이 심한지 나도 안다. 그래도 참고 재진이 크는것 보면서 살아라. 세월이 대답해 줄거야 . 이건 시부모님 드릴 선물이다 ."
그리고 윤 슬의 주머니에 봉투 하나를 찔러 넣어 주었다
" 네 아빠가 주시는거다 . 먹고 싶은것 사먹고 그러렴 "
엄마의 눈에 이슬이 촉촉히 맺혔다.
아파트 정문까지 따라 오신 부모님은 그들이 탄 택시가 멀어질 때 까지 서서 있었다.
남편과의 하루의 숨트이는 여행을 다녀온 후 남편은 그녀의 편이 되어 주었다.
우선 안방에서 자는 재진을 데려와 그녀 옆에 재웠다.
그리고. 월급날이 지나면 그녀에게 일정한 돈도 분홍색 봉투에 담아 사랑의 메세지와 함께 주었다 . 토요일 시간이 나면 재진을 데리고 친정을 다녀오고는 하였다 .
엄마보다도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몰랐다. 재진이를 한시라도 놓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부터 바랐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동해에 다녀 온후 몸에 이상이 생겼다.
어느 사이 뱃속에는 둘째가 자라나고 있었다
윤 슬은 행복했다.
남편은 시간을 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산부인과를 다녔다 .
재진을 임신했을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이제야 신혼의 기분이 느껴지는 듯 하였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어둠도 깊어진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옛날 20년전쯤의 시대적 배경 ㅎㅎㅎ
옛날 생각나는 군요
시집살이 하던 ㅠ
기운내세요 ~
먹구름 걷히면 밝은 날이 옵니다 ~
그날을 위해 건강하게
자신을 만들어 갑시다 ^^*
이래서 소나기 내리기 직전 우중충시컴헌 날씨를 사흘 굶긴 시어머니 얼굴을 가르키는 비유가 생겼구먼.. 에휴...
시어머니는 시어머니 대로 인생이 있겠지요
문제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한데에서 ~
감사합니다 ㅡ
더워집니다.
건강 잘 지키세요 ^^*
시엄씨 쌍아리 같은 날 이라고 하지요
@수보리 ㅎㅎㅎ 시엄씨 쌍아리? 워디 말이래유? ㅎㅎㅎ
전나도요 ㅎ
전 경상도 랍니다
@수보리 참으로 우리 사투리가 재밌습니다. 절대로 사투리가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될 것입니다. ^^
시방도 임자는 내 꺼랑께. ㅎ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ㅋ
@수보리 ㅎㅎㅎㅎㅎ
그 낫짝에 땡빛이
웃으면 복이와요 ㅎ
저는 장인 인데 사위 눈치 보고 살아요
1. 딸 결혼 하고 3년 쯤 지났는데 사위가 아직도 아버님이라고 안하고 장인어른 이라고 합니다(자기 친아버지 아니라 이거지요)
2. 한번은 제가 딸 집에 놀러갔을 때 사위가 출장 갔다 왔는데 인사를 하는둥 마는중 하고 마루에 벌러덩 드러눕길래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빨리 가줬으면 좋겠거든 하는 뜻같아서 나와버렸습니다
3. 요새는 일이 있어서 2번 갔는데 사위가 아예 팬티만 입고 몸도 제쪽으로 향하지 않고 얼굴만 삐딱하게 돌려서 인사를 까딱하네요
4. 저는 장인 어른 살아계셨을땐 이틀이 멀다 하고 저희 집에 오셔서 술상 차려오라고 하시고 하셔도 제가 술을 못 마셔도 기분 다 맞춰드리고
해서 표면적으로는 친딸(전처)보다 더 친애하셨었지요 우연히 장인어른 묘소가 저희 아버님 묘소와 약 200미터 이내 라서(두분다 모란공원 3단지)전처와 같이 살땐 서열이 시댁 먼저니까 저희 아버님 묘소 먼저 들리고 그 담에 장인 어른 묘소 들렸는데 갈라서고 나니 인간이 간사한지라 자기 친아버지 묘소만 간신히 찾아서 들리고 장인 어른 묘소는 못 찾아서 마음속으로 아버님 오늘은 아버님 유택 못 찾고 갑니다 다음 절기 때 꼭 찾아뵙겠습니다 하고 기도 하고 가려는데 바로 그때 환청 비슷하게 제 귀에 지금 있는 데서 뒤로 돌아서 쭉 올라오면 내 집이다 라는 소리가 들려서 첨엔 무서웠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장인께서 살아있는 사위를
해치시겠나? 생각이 들어 환청이 안내하는대로 쭉 올라가보니 전처의 가족묘가 나오고 비석에 장인어른 성명과 사위@@ 이라고 제 성명이 있어서 소주 한병 부어드리보 아 돌아가신 장인 께서 갈라섰지만 엣 사위가 찾아왔는데 그냥 돌아가는게 아쉬우셔서 저에게 환청을 일으키신게 아닌가 생각하고 돌아왔지요
미소년님 이야기 들어보니 저 역시 마음이 아픕니다.
가신분들은 이니 떠났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살아있는대로 굿굿한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미소년님도 더 넓게 다니시면서
혼자의 삶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
건강과 행복이 님에게
항상 머무르길 기원합니다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ㆍ
근데 마음어 짠하네요ㆍ
그렇지요 .
그런 삶을 사는 사람도 았지만 항상 죽으란 법은 없더라구요 .감사합니다 ^^*
너무 글을 잘 쓰시네요. 지금 막 살아서 움직이는 현실감이 납니다.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 좋은 더 깊이있는 소재로 다가 가겠습니다
고견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는 날 되세요 ^^*
너무나 생생하게 우리들이 시집살이 당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셨지요~~??
많은 글에 공감하면서 제
얘기 같습니다~~ㅎ
그러셨군요 .
매운 고추보다 더 맵다는 시집살이 ~
이제 편안하게 좋은 세월 맞으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부모님하고 오년을 살다 나왔는데 우린 마눌은 안나간다고 오히려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나네여.
잘해 주지도 안았는데.오분전님은 그리 여자 시집살이 와 마음을 그리 잘알아여 ..ㅎㅎ 신기해여 작가님이라 그런가여..ㅎㅎ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눈으로 보면은
다 알 수 있겠지요 .
내 누이 . 내 어머니 . 나의 딸이라 생각한다면
가까이 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ㅎ % 알려하면 어렵고
사랑하면 쉬이 알수 있겠지요 .
건강 잘 챙시는 계절 되세요 ^^*
사랑의 댓가가
혹독하네요
요즘
이렇게하며 살 여자하나도
없을듯
ㅎㅎ ~ 20년전쯤이면 IMF 터지기전쯤 이니까 ~ 사회적 배경을 생각하면 ~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ㅎ
작가님으로 손색이 없으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만 .
아직 멀었습니다 ~^^*
더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하는데 ~ 많이 부족합니다 ^^*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오분전 겸손의 말씀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바쁜 일정인데도 선배님 덕분(때문?)에 자꾸만 '쉼터'에 들락거립니다.
인물, 사건, 배경, 주제, 구성, 문체, 문장력, 관찰력, 등장인물의 성격 등...
참 섬세하시군요.
선배님의 필력이 부럽습니다.
부럽긴요 ㅠㅠ
그저 졸문이나 벗어나려 발버둥 칩니다.
괜히 귀한 시간이나 빼앗는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그러게요~!!!
부러워 죽겠어요~^^
@이븐파 ^^*~ 6월 1일날 되어요 ㅎ
그런데 돌아가시지는 마세요 ㅋ
@오분전 ㅎㅎ~네~~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