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79.. Special Assist
비행기 날짜가 코 앞이다. "갈 수 있겠지?" " 힘들어 못 갈까?" 전 날까지도 결정을 못 내리다가 드디어 가기로 결심을 굳힌다.
24시간 진통제라고 누가 준 작은 약 한 알이 있다. 그리고 내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이 있다. 매 식후에 먹으라는 약과 잠들기 한 시간 전에 먹는 약, 또 취침 바로 전에 먹으라는 캡슐이 있는데 세 가지가 다 어지럽다. 특히 취침 전 약은 빙빙 돌다가 잠들어 버린다.
밤 비행기 타기 바로 전에 먹고 잠들어 버리면 될 것 같다. 믿는 건 그 약 뿐이다. 용기를 낸다.
다섯시 반에 저녁을 먹고 24시간 진통제 약과 식후에 먹으라는 약을 먹어둔다.
7시 반에 집에서 떠나 Glak이 운전하는 밴을 타고 이불을 깔고 뒷좌석에 누워 두어 시간 가까이 공항으로 이동한다.
가로수가 지나고 전깃줄들이 보이고 높은 건물의 간판들이 지난다. 한 시간쯤 지나자 아직 마닐라의 외곽조차 못 왔는데 나는 멀미를 한다.
어지러운 약 때문일까? 누워서 온 때문일까? 허리가 아픈 것 이상으로 괴롭고 힘들다. 이미 지치고, 참고 또 참으며 공항에 도착한다.
e티켓을 보이고 공항 entrance에 들어서자 각종 에어라인으로 너무나 복잡하다.
Special assist를 요청하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복대에 지팡이를 짚은 내 모습을 본 서비스 직원이 먼저 달려온다.
휠체어 서비스를 요청하니 바로 도움을 준다. 길게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과 별도로 티케팅을 해 주고 Immigration도 지체없이 통과해 준다.
아직도 보딩시간이 꽤 남아서 일단 면세점이 있는 구역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한 시간 후에 그가 다시 오겠다고 한다. 이름이 이안이다.
긴 의자에 앉았다 누웠다 기다리는데 좀체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는다.
정확히 한 시간 후 이안이 돌아왔다. 아직 한시간도 더 남았지만 내가 미리 게이트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게이트의 웨이팅 룸 안에 데려다 놓고 그는 유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드디어 내게 문제가 생긴다. 토할 것 같다. 죠셉이 데스크의 여직원에게 내 상태를 말하니 황급히 문밖의 이안을 부른다.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보더니 이안이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마구 달린다. 공항 여직원도 옆에서 뛰고 가방을 멘 죠셉도 뒤에서 같이 뛴다.
그들은 나를 응급실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응급실은 가까이 있지 않다. 짐 찾는 사람, 나오는 사람, 이리저리 헤쳐가며 응급실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나는 치근히 설명을 한다. 의사가 준 어지럽다는 약을 먹고 두 시간 밴을 타고 오는 동안 차멀미가 심했다. 토할 것 같지만 토하지 않았으며 소화제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곳의 책임자는 내가 마지막 음식을 먹은 시간이 이미 5시간이 지났으므로 문제는 없을거라며 아주 작은 소화제 한알과 어지러움을 없애주는 약을 한 개 더 먹으라고 한다.
다시 웨이팅 룸에 돌아와 의자에 잠시 누워 있다가 보딩 시간이 된다. 유리 밖에 서 있던 이안이 다시 나를 태우더니 비행기까지 데려다 준다.
너무나 고마워서 나는 그에게 300 페소를 팁으로 주며 고맙다고 말한다. 이안 역시 아주 깎듯이 감사함을 표한다.
비행기 좌석은 1번, 맨 앞이다. "살다 살다 별 일을 다 겪네" 죠셉이 나를 돌아보며 웃기는 하는데 아직도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첫댓글 고생은 많이 하셨어도
어느곳에서나 필요한때
도움을 잘 받으셔서 그래도 다행 이었네요.
고생많이하시네요
도움절차가 확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