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감 상 문
[작성자 : 이송희]
도서명 |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지은이 | 황보름 | 출판사 | 클레이하우스 |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굵직한 서사나 커다란 사건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휴먼다큐멘터리 같은 소설이라 핵심 주제를 딱 한 문장으로 집어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이 소설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축약해야한다면 “내가 ‘나’인 채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대로 꽤 괜찮은 삶이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소설 초반에 사회에서 관습적으로 요구되거나 소위 성공한 삶이라 할만한 삶의 모습에 본인을 끼워 맞추려 노력하다 좌절하거나 괴로워했다. 휴남동 서점의 대표인 영주는 과거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가세가 기운 이후,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로 학생시절부터 직장인이 될 때까지 인생에 쉼표 없이 성공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어느 날 영주는 공황 증상을 느끼며 그동안 본인의 삶에서 자기 자신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도 이혼을 하게 되었다. 꿈 많던 중학생 시절의 영주는 책을 좋아하던 소녀였고 오랜 꿈이던 서점을 열어 운영하기로 마음먹는다. 휴남동 서점에서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하는 직원 민준은 오랜 기간 취업 준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지쳐있던 중에 우연히 휴남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서점에 원두를 납품하는 고트빈 대표 지미로부터 커피에 대해 배우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서점 대표 영주를 보며 점차 본인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방향을 깨닫게 된다. 휴남동 서점이 처음 개업했을 때부터 단골손님이었던 희주는 고등학생 아들 민철이 뚜렷한 꿈이나 장래희망도 없고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재미없어 하는 태도 때문에 아들 걱정뿐이다. 민철이가 어떤 것에든 흥미를 가졌으면 해서 학원을 보내지 않는 조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휴남동 서점에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라는 숙제를 준다.
민철은 휴남동 서점의 영주와 민준과 이야기도 나누고 서점 단골 손님인 정서, 작가 승우를 만나게 되면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떤 것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고민도 해보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면서 삶의 방향을 잡아나간다.
삶이란 너무나도 복잡해서 답이 없는 연속되는 물음표와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학생은 학생답게 공부를 열심히해야하고 적정 나이가 되면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는 듯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고 생각도 다른데 부모님의 기준이나 타인의 기준을 잣대로 자신의 삶을 맞추어 사는 것이 자연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비슷한 갈등을 하고 좌절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형태의 삶을 살든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사는 삶, ‘나’인채로 살아가는 삶이 결코 틀리지 않다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담긴 책이라 보는 내내 힐링되어 마음이 훈훈했다.
소설책 32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그리 길게 산 인생은 아니지만 35년 내 삶도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IMF시기에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힘들어하셨던 부모님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일찍 든 편이었는데 부모님이 평탄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 내내 내 장래희망은 교사였다. 부모님께서 바라왔던 교사라는 직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공부했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말수가 적고 생각이 많았던 나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내가 그리는 미래에 교사가 된 내 모습이 과연 어울릴까?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몇 개월을 고민하던 끝에 나는 사범대 대신 무역학과에 지원하게 되었고 대학 졸업 후에 무역회사에서 해외영업팀에서 3년 간 근무를 했다. 비록 월급은 적었지만 일하는 게 재밌었고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나도 소설 속 영주처럼 어느 순간 현실 자각 타임을 갖게 되었다. 나는 해외출장 기간동안 혼자 있는 시간동안 다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내 성향과 성격과 가장 잘 맞으면서 이상적인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직업,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바로 회사를 관두었다. 또 다시 새로운 목표를 위해 시작한 공부는 꽤 재미있었다. 덕분에 1년 만에 합격했고 지금은 4년차 공무원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이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학창시절과 직장인이 되었을 때 내가 품어왔던 정답은 지금 내 인생에서 오답으로 남겨졌고 지금 또 다른 정답을 안고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틀렸고 지금의 내가 맞는 게 아니라 매순간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살아온 내 자신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안다. 과거의 경험과 실패로 인해 나는 더 단단해졌고 좀 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해보고 실험해보길 바란다.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바뀌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