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통상명칭)은 시그너스. 여름철 북쪽 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인 백조자리다. 그런데 나는 백조도 별자리도 아니다. 난 공군 소속의 군용기다.
내가 하늘을 뜨고 내리는 모습이 백조와 닮았다. 또 공중에서 다른 군용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모습이 마치 백조 때가 V자 모양으로 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시그너스가 이름이 됐다.
내 군번(고유명칭)은 KC-330. K는 공중급유를, C는 수송을 뜻한다. 병과(전력명)는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2018년 11월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는 병과가 공중급유기였는데 지난해 12월 지금으로 바뀌었다.
내 원형은 중장거리 민간 여객기였다. 유럽의 에어버스의 A330에다 공중급유 장비, 통신 장비 등을 달았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사촌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나와 세 명의 동생이 공군에 입대하자, 공군은 무척 반겼다. 우리 4형제가 급유를 해주면서 독도와 이어도에서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전투기가 더 오래 작전할 수 있게 되면서다.
게다가 원래 여객기였으니 266명을 태울 수 있다. 비좁게 앉으면 300명 이상도 가능하다. 화물칸에는 47t까지 실을 수 있다. 한 번에 최대 1만 5000㎞ 넘게 날아갈 수 있다.
공중급유에 인원 수송, 화물 수송까지 할 수 있으니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란 병과에 딱 들어 맞는다.
이 때문에 나는 대한민국 국민과 국군 장병을 위해 한반도와 그 주변은 물론 전 세계를 누볐다. 지난해 6월 24일 북한에서 발굴돼 미국 하와이로 옮겨진 6ㆍ25 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147위를 내가 한국으로 모셔왔다.
같은 해 7월 24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즘(코로나19)의 위협에 시달리던 국민 290여명을 태우고 귀국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임무를 완수했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그래서 이번에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임무를 중단한 청해부대 34진 301명을 태우고 왔을 때도 박수를 받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해부대 관련) 보고를 받으시자마자, 참모 회의에서 바로 ‘정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행기 2대를 보내서 다 후송했다. 공중급유 수송기를 급파하라고 지시하셨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행기’와 ‘공중급유 수송기’는 나다.
그런데 나는 원래 지난해 6월 합동참모본부가 해외 파병부대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일어날 경우 이들을 한국으로 실어 나르기로 돼 있었다(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서 군 당국자들은 이런 사실을 감춘 채 ‘문비어천가’를 합창한 셈이다.
아덴만의 회군을 "군사 외교력이 빛을 발휘한 사례"라고 홍보하기 바빴던 군 당국자들에게 직언을 바라는 건 무리인가 보다.
그러니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졌고, 애먼 나도 유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머나먼 나라에서 장병을 안전하게 데려왔는데도 내가 고개를 들 수 없다니 황당할 뿐이다. 재주는 곰이 넘는데 돈은 사람이 버는 꼴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나 시그너스는 죄가 없다. 돌은 묵묵히 일한 나를 못살게 군 사람에게 던져라.
첫댓글 곧 胃大恨 문똥님 소리가 나오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