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한지 넉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서울특별시립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영상 디자인 작업장에서 공부하고 있다. 하자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배우는 동안 내가 얻은 것은 '세상을 낯설게 볼 줄 아는 힘'과 '혐오할 것을 혐오할 줄 아는 예민함', 그리고 '나의 언어'이다. 십 년이 넘는 학교생활 동안 내 몸은 온통 싫다고, 여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나의 교육 받은 이성은 그걸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했다. 언론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들어대고 있는 제도교육의 모순에 관한 이야기는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 죽은 말이다.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의 입에서 학교의 역겨움과 남성주의와 안이함과 무지에 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때,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언론과 학교에 의해 세뇌된 죽은 언어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슴으로 느끼고 찾아낸 자신만의 언어일 때 학교는 쓸모 있는 배움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다. 이제, 힘겹게 찾은 내 언어로 말한다 - "학교는 늙은 아버지 같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세상의 모든 늙은 아버지들이 당대비평을 내던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왜 아버지를 비판할 수 없나? 나는 왜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야만 하나? 나는 왜 아직도 아버지의 인생경험에 근거한 삶을 살아야만 하나? 아버지와 다른 꿈을 꾼다는 이유로, 아버지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이해와 동의를 빌어야만 하며, 그 모든 짐을 혼자 져야만 하나? 아버지는 세상을 잘 알아서? 아버지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서? 이유는 하나뿐이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라는 이름 뒤에 쌓인 권위의 무게와 전통은 너무나 엄청난 것이어서 그 내용이야 어떠했든 나는 존경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앞에서 "내가 학교에 안 가려고 발버둥쳤던 건 거창한 명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학교가 너무너무 싫고 내가 더 이상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다만 인정하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나로 하여금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 그것은 바로 학교의 권위다. 그것도 현실을 편견 없이 볼 줄 아는 능력 따윈 잊어버린, 다양한 생각과 언어를 길러내는 힘 같은 건 알지도 못하는, 무능하고 늙은 권위다. 그리고 아직도 학교 안에 있는 수많은 '나'들은 권위의 족쇄에 온 몸과 마음과 정신을 사로잡힌 채 괴로워하고 있다. 또는 착각하고 있다. 이제, '나'들의 언어를 찾기 위해 말한다. '나'들은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들은 스스로의 몸으로 삶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나'들은 스스로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나'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는 '나'들의 이야기를 인정해야 한다. '나'들이 숨쉴 수 없는 사회, '나'들이 깨달을 수 없고 성장할 수 없는 사회, '우리'가 아닌 '당신'이 지배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학교라면, 학교는 반드시 붕괴되어야 한다.
내 친구 중에도 중학교 때 벌써 메갈리안 가입해서 활동할 정도로 의식이 뜨여 있고 행동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성인 될 때까지 예민하다는 피드백을 듣고 자랐어. 심지어 친한 친구들조차도 말을 어렵고 세게 하는 걔를 어려워했고. 그런데 성인 되고나서 보니 걔 말이 다 맞아. 절대 예민한게 아니라 그냥 맞는 말 한 건데 다들 어려서 몰랐고 눈가리고 아웅이라 모른 척했던게 보이더라고. 친구는 고등학교에서 적응하고 지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좁은 시야로 순간만 집중하는 주변 친구들이 다 유치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 마치 유치원에 다니는 대학생처럼 말이야.
나 중딩일때 우연히 엠넷에서 아이엠쌤이란 프로를 봤는데 여기서 원쌤이란 이름으로 강의해준 샘한테 완전 폴인럽했었거든ㅋㅋ 검색하다가 이분이 하자센터 출신이고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는 거 알게 돼서 오랫동안 몰래 짝사랑했었어ㅋㅋ 원샘이 쓴 글도 다 읽고 독립 영화제 출품한 영화도 보고 ㅋㅋ 성인되고 잊고 살다가 최근에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영우 작가님이시더라고!! 완전 깜놀ㅋㅋㅋ
내가 정말 사랑하고 동경하던 분이 우영우 작가님이라니ㅜㅜ 너무 놀랬던 기억 ㅎㅎ 이 글도 자퇴 고민할 시기에 필사까지 할 정도로 읽고 또 읽었던 글인데 ㅎㅎ 여시에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ㅜㅜ 영원한 나의 원샘 ㅜㅜ 내 첫사랑 ㅜㅜ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셨으면.. 정말 뜨겁게 사랑했다 ㅜㅜ
ㄹㅇ 학교는 꼭 졸업해야한다 이 명제가 넘 좆같음... 나도 엄마가 끝까지 반대해서 적응 못하던 고등학교 자퇴 못하고 꾸역꾸역 졸업했는데 내 인생 다 망가졌어ㅋㅋ 엄마가 그렇게 무서워하던게 남들 다 졸업하는 건데 너도 해야지... 이거였음 그게 뭐라고 고작 그런 이유 덕분에 그 분기점으로 내 인생 좆창나서 자살할 곳만 찾는 삶 살고있음. 자퇴했다면 변하는게 없었더라도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첫댓글 크어 쩌네
라고 이 글에 대한 감상을 쓰는 내가 싫다 ㅠ
이 글을 내 청소년기에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너무 좋은 글이다
와...일찌감찌 깨어있었고 똑부러졌네
난 대박이란 말밖에 할 수 없는데..
선구자란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건가봐! 사고의 틀이 형성되는 시기가 정말 빠르다.
내 친구 중에도 중학교 때 벌써 메갈리안 가입해서 활동할 정도로 의식이 뜨여 있고 행동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성인 될 때까지 예민하다는 피드백을 듣고 자랐어. 심지어 친한 친구들조차도 말을 어렵고 세게 하는 걔를 어려워했고.
그런데 성인 되고나서 보니 걔 말이 다 맞아. 절대 예민한게 아니라 그냥 맞는 말 한 건데 다들 어려서 몰랐고 눈가리고 아웅이라 모른 척했던게 보이더라고.
친구는 고등학교에서 적응하고 지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좁은 시야로 순간만 집중하는 주변 친구들이 다 유치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 마치 유치원에 다니는 대학생처럼 말이야.
우와.. 혹시 그 친구는 현재 뭐하구 살고계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하다...
@Whatiwantt 그러고 보니 그 친구도 예술계 일하네! 창작자야
….! 너무 멋있음
앞으로 많은 창작 활동 해주세요
와 미쳤다... 존경
고등학교를 자퇴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걸 더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고등학교 3년이 너무너무 싫었어..
나 중딩일때 우연히 엠넷에서 아이엠쌤이란 프로를 봤는데 여기서 원쌤이란 이름으로 강의해준 샘한테 완전 폴인럽했었거든ㅋㅋ 검색하다가 이분이 하자센터 출신이고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는 거 알게 돼서 오랫동안 몰래 짝사랑했었어ㅋㅋ 원샘이 쓴 글도 다 읽고 독립 영화제 출품한 영화도 보고 ㅋㅋ 성인되고 잊고 살다가 최근에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영우 작가님이시더라고!! 완전 깜놀ㅋㅋㅋ
내가 정말 사랑하고 동경하던 분이 우영우 작가님이라니ㅜㅜ 너무 놀랬던 기억 ㅎㅎ 이 글도 자퇴 고민할 시기에 필사까지 할 정도로 읽고 또 읽었던 글인데 ㅎㅎ 여시에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ㅜㅜ 영원한 나의 원샘 ㅜㅜ 내 첫사랑 ㅜㅜ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셨으면.. 정말 뜨겁게 사랑했다 ㅜㅜ
신기하게 이 글을 읽으니까 한국에서 아버지라는 대상이 얼마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 느껴짐...
와… 역시 우영우를 만든 분이다
이야..
ㅁㅊ 28인 나보다 잘씀 대박적
와… 18살때썼다고..?
글만보고 멋지다고생각들다니.. 계속 작품 열심히내주세요!!
와 글 너무 잘쓰신다.. 공감10000개
방국뽕 캐릭터가나온 이유를 알겟구먼..
22 나도 글 읽으면서 방구뽕 생각남..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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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늙은 아버지 맞다...
와 우영우를 쓴 사람답다 진짜 멋지다... 열여덟에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쓰다니
18살에 이정도 필력과 통찰력이어야 사회를 변화시키고 한꺼풀 벗겨내는 수준의 드라마를 쓸수 있구나..그것도 기민하고 까탈스러운 한국대중에게 사랑받는 신드롬으로서....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더대단하네
난 여시 문장력에 감탄중...
대단하다 정말 ...
우영우가 그냥 세상에 나온게 아니였구나
와 진짜 저 글을 자퇴하고 쓴거라니…
멋있다.. 나는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는걸 고대로 흘려보내는데 저 분은 확고한 자신의 생각이 있다는게 부럽고 멋있어
글을 진짜 잘 쓴다는게 이런건가봐. 글에서 확고한 힘과 똑부러짐이 확 느껴져. 멋있다.
10대에 이 글을 썼다고? 와 진짜 대단하다
천재다...
본인의 가치관과 생각의 뚜렷함이 너무나 잘보인다. 그저 부럽네..
와....
진리지!!
와....
늙은 아버지라는 표현에 머리가 띵해졌어 근데 이 표현을 십대 때 한거라니…진짜 멋있다
격공이다… 고등학교때 학교에대한 생각 아버지에대한 생각 다떠올라…
ㄹㅇ 학교는 꼭 졸업해야한다 이 명제가 넘 좆같음... 나도 엄마가 끝까지 반대해서 적응 못하던 고등학교 자퇴 못하고 꾸역꾸역 졸업했는데 내 인생 다 망가졌어ㅋㅋ 엄마가 그렇게 무서워하던게 남들 다 졸업하는 건데 너도 해야지... 이거였음 그게 뭐라고 고작 그런 이유 덕분에 그 분기점으로 내 인생 좆창나서 자살할 곳만 찾는 삶 살고있음. 자퇴했다면 변하는게 없었더라도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전문 꼭 읽어봐도 좋을 듯!! 정말 좋은 글이다!!!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