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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 신고 1개월 걸려 주간 단위는 통계 현실반영 어려워
호가정보 의존한 구조적 한계…감정원도 회의론 대두
국토부 "통계의 연속성 확보위해 그대로 발표할 것"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공신력 있는 기관이 중개업소의 말만 믿고 시세 통계를 낸다면 민간 정보업체와 다를게 뭐죠?"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지난해부터 전국의 아파트 시세 변동률을 발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정확한 거래정보인 '실거래가'를 취합하는데 보통 1개월 가량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주간 단위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파악하기 위해선 거래정보를 알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의 '양심'에 기대야하거나 매도인의 거래 희망가격인 '호가'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통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본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실거래가격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갖고 있는 한국감정원조차 "주간 단위로는 기간이 너무 짧아 실제 거래가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 발표하지 않는게 낫다"는 자성론마저 나오고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유례없는 아파트 주간 시세 발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현재 KB국민은행을 비롯해 부동산정보업체들은 매주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변동률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몇주째 올랐다거나 전셋값이 역대 최장기간 상승하고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매주 지역별 시세 변동률은 소수점 두 자릿수까지 발표하고 있는 주간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동향에 한국감정원까지 가세하자 일각에선 공신력을 갖춘 공기업의 영역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내부조차 회의론이 대두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아파트 실거래가는 실제 계약일 이후 대게 1개월 뒤에 신고가 접수된다"며 "월간 단위가 아니라면 주간 변동률은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다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 통계에 미미하게 반영되는 구조여서 주간 시세를 발표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감정원은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업무를 넘겨 받아 전국의 주택 매매가와 전셋값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의 표본주택을 정한뒤 실거래가와 현장방문과 전화조사 등을 통해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주간 조사는 전국의 6228개 아파트를 표본으로 삼고 월간은 전국 아파트·연립·단독주택을 합쳐 1만9697개를 대상으로 삼는다.
한국감정원은 주간 시세의 경우 실거래가와의 시차 존재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통해 확인매물 정보를 활용하고 한국감정원에서 만든 아파트 시세정보 부동산테크와 민간정보업체인 부동산114의 가격 정보를 참조한다. 여기에 전문가의 현장 조사를 통해 가격을 산출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해당 표본의 실거래가 있으면 가격을 반영하고 거래가 없으면 같은 단지의 동일한 면적의 거래를 비교하며 층과 향(남향인지 북향인지)에 따라 비교분석해 적정가격을 산정하고 있다"며 "각 지자체별 재고주택의 가중치도 반영하고 있는데 이런 가격 산정 시스템은 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간 가격은 실거래와 시차가 발생하고 있어 시장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는데는 의미가 있다"며 "월간자료를 제외한 주간 시세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발표를 안하거나 아예 호가만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공표하는 편이 낫다"고 인정했다.
2006년 2월부터 도입된 부동산 실거래가는 거래 당사자나 중개업자가 계약후 60일 이내에 지자체에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지자체가 이를 확인하고 국토부 시스템으로 넘기면 정식 집계된다. 거래량이나 실거래가 등을 파악할 때 계약일자가 아닌 신고일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해당 시점의 시세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세가격의 경우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 보호를 위해 접수한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역시 보증금이 작을 경우엔 세입자가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거나 늦게 접수하기도 해 주간 통계치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주간 단위의 시세 수요가 있는데다 기존에 발표하던 정보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발표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의 변동이 심해 주간 시세를 알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며 "실거래가가 아니더라도 표본을 통해 주변의 가격을 가늠해보는 데 의미가 있고 기존부터 발표하던 통계를 갑자기 중단하는 것 자체가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주간 단위의 표본이 전국 6000여가구에 불과하고 이 중 실제로 거래된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간업체라면 모를까 월간도 아닌 주간 시세 변동률을 공신력이 있는 한국감정원까지 나서서 발표하고 있는 탓에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