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시장에서 금호역으로 조금 올라가면 신금호역으로 빠질 수 있는 삼거리가 있다.
그 곳에서 지리파악하는 중 신금호역-신길동 오더를 캐취~
7~8백미터의 거리라 10분을 고지해놓곤 뛰다 걷다해보지만 오르막길이라 제법 숨가쁘다.
알려준 정확한 장소에서 평범한 차림에 야구모자를 쓴 젊은 손은 서금서금한 소형차안에 앉아 네비 설정중이다.
"네비 안 맞추셔도 됩니다. 목적지만 대략 알려주삼~" 하며 슬쩍 보니 PDA이다.
'기사출신인가? 현역인가?' 궁금증은 생기지만 그에관한 언급은 도착때까지 서로 하지 않게된다.
출발하자마자 손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대략 다음 내용의 통화를 하곤 끊는다.
"아, 친구가 한잔 더하게 되어 취소합니다. 죄송합니다~ 가게되면 다시 신청하겠습니다."
폰 저너머에선 희미하게 "기사님이 지금 가고 있을텐데 그러시면 됩니까? 헛걸음하실텐데..." 라는 말이 얼핏 들린다.
강변북로 들어서며 문득 이건 투 콜중 하나를 취소한게 아니라 내 콜을 취소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지금 혹시 제 콜을 취소하셨습니까?"
"네~ 그러면 기사님은 콜비가 절약되자나요~~ 전 늘 그래요. 그래서 많은 상황실에 불량으로 등록되어 있을걸요? ㅋㅋ"
짧은 대화가 끝날 찰라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오고 받아봤더니(콜 잡고 12분쯤 지난 시각)
"기사님, 신금호역 잡으셨죠? 취소되었으니 진행 멈추세요. 곧 다시 신청하거나 주변의 다른 콜 있으면 알려드릴테니
근처에 계시기 바랍니다." 라는 아쉬움과 미안함 묻은 낯선 목소리의 여자가 말한다.
잠간의 침묵 후에 난 심드렁한 목소리로 짧게대답했다.
"네,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물게 '콜 취소시켜드릴까요?' 라든가 '콜 취소시켜드릴께요~' 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첨이다.
내게 제안을 했다면 마음만 받겠다며 정중히 사양하겠지만 이건 내 의사는 관여할 여지도 없이 일이 진행되어버렸으니...
손의 생각과 호의가 익히 짐작되는 바 면전에서 콜을 되살리기는 난감하다.
여러 상념은 도착 때까지 끊이질 않아 손과의 대화는 건성이지만 무난한 정도로만 이어간다.
도착후..... 손은 택시비라며 웃돈까지 얹어주곤 웃으며 손을 흔들고 돌아서 사라지고
담배한 대 피워물며 켠 PDA의 화면에는 콜은 이미 빠져있고 아무런 정보도 없다.
핸폰의 통화기록을 찾아 좀 전의 상황실로 연결하곤 그 손님에게서 직접 연락이 와 운행마쳤으니 오더 다시넣고
완료좀 시켜달라는 요지로 말을하니 폰 너머의 목소리는 뜻밖의 횡재라는듯 기쁘게 고맙고 수고했다며 수락을한다.
다시 켜 본 플의 완료오더창에서 방금의 그 콜이 빙긋 웃고 있음을 확인하곤 위치설정을 새로이 한 뒤
슬렁 슬렁 걸으며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캔슬되었다가 다시 살게된 한 오더에 대한 복잡한 사연을 모두 아는 이는 세상에 내가 유일한 인물일 것이다.
깊이 빨아들여 내쉬는 담배연기가 유달리 폭신하게 보인다.
첫댓글 잘하셧습니다
굳 입니다.
good~~이런 분들이 훨 많은 세상~~
잘하셨습니다 만약 아무런 행동을 취하시지않고 그냥 꿀꺽하시면 체해요 ㅋㅋ^^/^^.
감사 합니다,나물 뜯으러 함 가시지요.
혹 드릅 많은 곳을 아시는지요? 이젠 고향에서도 보기 힘들어진지라~~~ ^^ 뜯는 것보단 먹는걸 좋아합니다. 점봉산산채식당과 오색약수터의 산채비빔밥을 아주 좋아합니다.
봄에 광덕고개로 초대 해 비빔밥 대접해도 될런지요?
불감청이언정고소원........... *^^* 이왕이면 상해봉도 구경시켜주세요~
두메 형님...짱~~멋쪄여~~~흐흐
뭐가 필요하세요? (은근슬쩍 겁먹고 있음)... 과하지 않은걸로 말씀하삼~~~
두메형님 다음에 뵙게 되면 저 술한잔만 따라 주세여...흐흐~
님 많이 짱이신듯합니다.^^
움.... 짱난다~~의 "짱"은 설마 아니시겠죠? *^^*
나같음 꿀꺽 했겠구만....멋있는 분이시네........쩝.....
순간적인 유혹과 갈등....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 상황실의 마음 씀씀과 말투가 고마웠고 꿀꺽한다면 아무도 모르겠지만 믿음에 배신하는 것이라는 양심의 소리가 더 컸을 뿐인거죠. 네가지 없는 상황실였다면 저 역시 아무 조치 취하지 않았을것입니다.
멋지십니다~~ 상황실에 믿음을 심어주신 두메님의 처리결과에 흐믓한 기분이 듭니다 *^^*~ 요즘같은 처지에 상황실과 대리기사간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기사를 믿어주는 상황실도 제 기억에는 참 많았습니다. 캔슬된 오더 되살렸을 때 고생하셨다는 따뜻한 말과함께 수수료는 놔두라는 상황실도 제법 있었구요. 오가는 정과 믿음이 실린 말한마디, 그 것으로 만족하며 보기좋은 실랑이를 한 기억도 꽤 있답니다.
멋지시네요.. 난 저럴수 있을까? ?? 취소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그러지 말라고 한적은 있지만.. 이미 취소된것을 다시 복귀? 흠.. ;;;
받은데로 돌려줬을 뿐입니다. 무형의 것을 유형의 것으로 대체한 것만 다를 뿐....
마음 참 고운 분이 십니다.... 이세상은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입니다...
저도 가끔 취소시켜준다는손 있으면..."손님... 제가 가다가 과속카메라에 찍히기리도 한다면.... 그거 보상 못받습니다..." 하고 거절합니다. 노,사 간의 분쟁은 많지만... 그래도...걔들도 영업하느라고 고생할텐데..... 같이 먹고 살아야죠...
아~,, 이래서 반짝인데니까요......
두메님 살아가시는 마음가짐에 가슴속 깊이 요동치는 이마음 두손모아 감사드립니다...저 나이 들수록 하루에도 수차례씩 눈가가 붉어집니다...
저도 취소되었던콜 손 한테 연락와서 가기전이나 오다 완료후 상황실에 연락 해줍니다. 그래야 나도 속이 편해서리.. 이런경우가 가끔있죠.. 상황실에선 좋아라 하죠
관록이 있으시네요... 벼는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저는그런경우 상황녀와 통화할때 "네? 무슨말씀이세요?? 저잘가고있는디요"" 합니다 손이 대리기사이거나 출신이거나하는 냄새가나면 무안하게 만드는편이고 아닌경우는 그런콜취소에대한 폐해에 대해 반드시이야기합니다 그손은 그게 습관이되면불렀다취소하는것에대해 아무런죄책감도 가지지않게될것이고 결국은 나에게 돌아오더군요 이유야 어찌되었든 정해진 "룰"이란건 있는것이니까요 아~! 상호를 기억하고있는 평소얄미운업체나 양아업체에게 그런경우는 반드시 꿀~꺽~!합니다 저는 아직 익을라면 멀었나봅니다...
가끔 그런 일도 있습니다. "........기사님, 콜 취소됐습니다~~ " 취소가 손의 의사와 관계없는 다른 합당한 이유일 경우에는 당연히 운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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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잡는 순간요? 저 역시 핸들 잡기전에 취소된 콜이라면 당연히 그리합니다. 제가 여러 상념에 사로잡혀 운행한 이유이기도 하죠. 어이하는게 그 순간에 가장 좋은 방법일까.... 마음 다치는 이 없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였답니다.
한마디면 될것 같습니다...."굿"....
상황실도 마음을 잘썻네요 상부상조 보기좋읍니다
상부상조.... 주고받기... 더불어살기... 말한마디로 천냥빚갚기... 호의에는 호의로 보답하기... 머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거죠. 핵심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신 분들과 손수 댓글 다는 수고를 해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본의아닌 휴지기를 거쳐 오늘부터 현장에 복귀한답니다. 안전운전하시고 흐믓한 하루를 만드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좋으신 생각과 멋진 행동이십니다.. 근데 콜 잡으신 곳을 정확히 알겠는데 신금호역까지 뛰셨다는게.. 금호사거리에서는 저도 뛰어 봤는데 그 쪽이 훨씬 멀기도 하고 난 코스죠..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 한 상황과 복잡한 심경으로 운행하셨겠네요..님 스스로 떳떳하고 뿌듯하셨으리라 믿어집니다..
따뜻한 마음은..나눌수록 커지고..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몸소 실천하시는 두메님같은 분이 있는 한...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우~굿따빡!!!!!!!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