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烏龍)
까마귀와 용을 합친 말로, 충견(忠犬)이나 차(茶)를 이르는 말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멍청하다', '흐릿하다', '그르치다'의 뜻이 있다.
烏 : 까마귀 오(灬/6)
龍 : 용 룡(龍/0)
출전 : 수신기(搜神記)
까마귀와 용을 합친 단어 오룡(烏龍)은 중국에서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첫째, 미더운 개 충견(忠犬)이다.
중국 진(晋)나라 때 강남 회계(會稽) 땅에 장연(張然)이란 사람이 살았다. 부역에 징발돼 여러 해 집을 비웠다. 그 사이 부인이 노비와 사통(私通)했다. 장연이 돌아오자 불륜을 들킬까 두려워한 노비가 살인을 계획했다.
장연은 개 한 마리를 키웠다. 이름은 오룡(烏龍)이다. 영리한 오룡은 노비가 손을 쓰려는 찰나에 몸을 던져 주인을 구했다. 중국 설화집 '수신기(搜神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로부터 오룡이 충직한 개의 대명사가 됐다.
會稽人張然, 滯役經年不歸. 婦與奴私通, 然養一狗, 名曰烏龍. 後然歸, 奴懼事覺, 欲謀殺然, 狗註睛視奴, 奴方興手, 烏龍蕩奴. 奴失刀仗, 然取刀殺奴.
(續搜神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오룡이 누워 태연자약하고, 푸른 까마귀 차례로 날아가네(烏龍卧不驚, 靑烏飛相逐)'라며 봄날을 노래했다.
둘째, 중국 푸젠(福建)에서 나는 차(茶)의 이름이다.
옛날 이 지역서 찻잎을 따던 농장 주인이 검은 뱀(烏龍)을 보고 놀라 도망쳤다. 며칠 후 돌아와 보니 떨어진 찻잎이 반쯤 발효돼 맛과 향이 근사했다. 이에 이름을 우룽차(烏龍茶; 오룡차)라 불렀다고 한다.
반(半) 발효차를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이 오룡이었다는 설, 찻잎이 까마귀같이 검고 용의 발톱처럼 생긴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셋째, 뜻밖에 저지른 실수를 말한다.
자살골이 중국어로 '우룽추(烏龍球)'다. '오룡'은 광둥(廣東) 사투리로 '잘못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게다가 발음이 영어 '자살골(own goal)'과 비슷하다. 1960년대 어느 홍콩 기자가 'own goal'을 한자 '오룡(烏龍)'으로 번역해 보도한 데서 유래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 '올림픽 오룡' 사건이 화제였다.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 선정 1차 투표 결과 2, 3위의 득표 수가 같았다. 1위 일본 도쿄를 제외하고 터키 이스탄불과 스페인 마드리드가 2차 투표에 들어갔다.
여기서 이스탄불이 이기자 전후 맥락을 놓친 중국 국영 통신사 기자가 속보로 '이스탄불 승리, 도쿄 탈락'을 타전했다. 마감에 쫓긴 한 중국 신문이 이를 받아 1면에 대형 오보를 냈다.
한국에서도 오래전 '오룡 행정' 사건이 터졌다. 법무부가 성남 보호관찰소를 야반(夜半)에 기습 이전했다가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시위에 부닥쳐 이를 백지화했다. 나라님 눈치를 보느라 주민 여론을 무시한 꼼수는 결국 자충수(自充手)가 됐다.
▶️ 烏(까마귀 오, 나라 이름 아)는 ❶상형문자로 乌(오)는 간자(簡字)이다. 까마귀는 몸이 검어서 눈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鳥(조; 새)의 눈 부분의 한 획을 생략한 글자이다. 따라서 鳥(조)部에 들 글자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내려온 관례에 의해 부수(部首)는 연화발(灬=火; 불꽃)部에 포함시키고 있다. 음(音)을 빌어 감탄사, 또 의문, 반어(反語)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烏자는 '까마귀'나 '탄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러니 烏자에 쓰인 火(불 화)자는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烏자와 鳥(새 조)자는 매우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다만 몸이 까만 까마귀는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기에 鳥자의 눈부분에 획을 하나 생략한 烏자는 '까마귀'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까마귀는 우두머리가 없다. 그래서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고 하면 질서가 없이 우왕좌왕하는 병졸들을 일컫는다. 그래서 烏(오, 아)는 ①까마귀 ②어찌 ③탄식(歎息)하는 소리 ④환호하는 소리 ⑤검다 ⑥탄식(歎息)하다, 그리고 ⓐ나라의 이름(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조사 어(於), 탄식할 오(於), 갈까마귀 아(鴉)이다. 용례로는 까마귀를 오아(烏鴉), 까마귀와 까치를 오작(烏鵲), 까마귀들이 모이는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임을 오집(烏集), 까마귀들이 모이는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임을 오합(烏合), 글자가 서로 닮아 틀리기 쉬운 일을 오언(烏焉), 어찌 있으랴 또는 사물이 아무 것도 없이 됨을 오유(烏有), 슬플 때 내는 감탄사를 오호(烏呼), 바탕이 단단하지 아니하고 빛이 검은 파리 광택의 바윗돌을 오석(烏石), 작고 검은 색을 띠는 대나무의 한 가지를 오죽(烏竹), 검붉은 빛의 구리를 오동(烏銅), 토란의 한 가지를 오파(烏播), 털이 온통 검은 닭을 오계(烏鷄), 검은 구슬을 오옥(烏玉), 털빛이 검은 소를 오우(烏牛), 검은 머리털을 오발(烏髮), 먹구름을 오운(烏雲), 눈이 가렵고 아프며 머리를 돌이키지 못하는 병을 오풍(烏風), 은혜 갚음할 줄 아는 새라는 뜻으로 까마귀를 달리 일컫는 말을 자오(慈烏), 태양을 달리 부르는 말을 직오(織烏), 태양의 딴 이름을 금오(金烏), 옛 중국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친 흰 까마귀를 백오(白烏), 새벽녘에 울며 나는 까마귀를 서오(曙烏), 글자가 서로 닮아 틀리기 쉬운 일을 언오(焉烏), 까마귀가 모인 것 같은 무리라는 뜻으로 질서없이 어중이 떠중이가 모인 군중 또는 제각기 보잘것없는 수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오합지졸(烏合之卒),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혐의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가 새끼 적에 어미가 길러 준 은혜를 갚는 사사로운 애정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려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오조사정(烏鳥私情), 까마귀 얼굴에 따오기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주려서 매우 수척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오면곡형(烏面鵠形), 까마귀와 까치가 둥우리를 같이 쓴다는 뜻으로 서로 다른 무리가 함께 동거함을 이르는 말을 오작통소(烏鵲通巢), 거짓이 많아 처음에는 좋았다가 뒤에는 틀어지는 교제를 일컫는 말을 오집지교(烏集之交), 오는 해이고 토는 달을 뜻하는 데에서 세월이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오비토주(烏飛兔走), 날고 있는 까마귀가 모두 같은 빛깔이라는 뜻으로 모두 같은 무리 또는 피차 똑같다는 말을 오비일색(烏飛一色),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시비를 판단하기 어려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오지자웅(烏之雌雄), 사랑이 지붕 위의 까마귀에까지 미친다는 뜻으로 사람을 사랑하면 그 집 지붕 위에 앉은 까마귀까지도 사랑스럽다는 말을 애급옥오(愛及屋烏), 사랑하는 사람의 집 지붕 위에 앉은 까마귀까지도 사랑한다는 뜻으로 지극한 애정을 이르는 말을 옥오지애(屋烏之愛) 등에 쓰인다.
▶️ 龍(용 룡/용, 언덕 롱/농, 얼룩 망, 은총 총)은 ❶상형문자로 竜(룡)의 본자(本字)이다. 머리 부분에 辛(신) 모양의 장식이 있는 뱀을 본떠 용의 뜻을 나타냈다. 몸체(月=肉)를 세우고(立) 꼬리를 흔들어서 날아 오르는 용의 모양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龍자는 '용'이나 '임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용은 소의 머리와 뱀의 몸통, 독수리 발톱과 같이 다양한 동물들의 신체를 조합해 만든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신비의 동물이자 신성함을 상징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용을 신비의 대상으로 삼아 수많은 신화나 전설을 만들어냈다. 龍자는 바로 그 전설의 동물을 문자화 한 것이다. 갑골문에 처음 등장한 龍자는 용의 머리와 몸통이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문자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서 다양한 글자가 조합되었다. 따라서 龍자에 쓰인 立(설 립)자나 月(달 월)자는 단순히 용의 모습을 한자화한 것일 뿐 글자가 가진 의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龍(룡, 롱, 망, 총)은 ①용(龍: 상상의 동물) ②임금, 천자(天子) ③임금에 관한 사물(事物)의 관형사 ④비범한 사람 ⑤훌륭한 사람 ⑥명마(名馬) ⑦별의 이름 ⑧파충류(공룡) 그리고 ⓐ언덕(롱) 그리고 ㉠얼룩(망) 그리고 ㊀은총(恩寵)(총)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입신 출세의 관문을 용문(龍門), 옛날 임금이 타던 수레를 용거(龍車),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물받이로 되어 있는 깊은 웅덩이를 용소(龍沼), 용의 아들을 용자(龍子), 용의 형상을 새긴 종을 용종(龍鐘), 전설에서 말하는 바다 속에 있다고 하는 용왕의 궁전을 용궁(龍宮), 용의 꼬리를 용미(龍尾), 용이 소리를 길게 뺌을 용음(龍吟), 숨어서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은 용을 잠룡(潛龍), 누워 있는 용을 와룡(臥龍), 애꾸눈인 용이라는 독안룡(獨眼龍), 용문에 오른다는 등용문(登龍門),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뜻으로 시작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의 비유 또는 처음 출발은 야단스러운데 끝장은 보잘것없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용두사미(龍頭蛇尾), 용문 아래에 모인 물고기가 뛰어오르면 용이 되고, 오르지 못하면 이마에 상처만 입게 된다는 뜻으로 과거에 낙방한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용문점액(龍門點額), 용 고기로 맛을 낸 요리와 봉새로 끓인 탕이라는 뜻으로 맛이 매우 좋은 음식을 가리키는 말을 용미봉탕(龍味鳳湯), 용이 서리고 호랑이가 웅크린다는 뜻으로 지세가 험하여 적을 막기에 좋은 환경을 일컫는 말을 용반호거(龍蟠虎踞),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두 강자가 서로 승패를 다툼을 이르는 말을 용호상박(龍虎相搏), 용처럼 날뛰고 범 같은 눈초리로 쏘아보다는 뜻으로 기개가 높고 위엄에 찬 태도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용양호시(龍驤虎視), 용이나 호랑이의 행보라는 뜻으로 위풍당당한 행동을 이르는 말을 용행호보(龍行虎步), 용과 뱀이 하늘로 날아오르다라는 뜻으로 살아 움직이듯 매우 활기찬 글씨를 일컫는 말을 용사비등(龍蛇飛騰), 용과 봉의 모습이라는 뜻으로 모습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남을 이르는 말을 용봉지자(龍鳳之姿), 용이 그의 못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영걸이 제 고향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용반기연(龍返其淵), 용의 눈동자와 봉황의 목이라는 뜻으로 매우 잘 생긴 귀인의 얼굴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용동봉경(龍瞳鳳頸), 용문에 오른다는 뜻으로 입신 출세의 관문을 이르는 말 또는 뜻을 펴서 크게 영달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등용문(登龍門), 용을 죽이는 기술이라는 뜻으로 용이 이 세상에 없는 동물이므로 세상에 쓸모 없는 기술을 이르는 말을 도룡지기(屠龍之技), 큰 일을 하려다가 그 일을 이루지 못할 때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 한 가지의 작은 일도 이룰 수가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화룡유구(畫龍類狗), 장승요가 벽에 그린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은 즉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라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어 완성시키다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화룡점정(畵龍點睛)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