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센터에는 이상한 물건들이 자주 들어왔다.
오정훈은 그걸 11년 동안 봐왔다.
지갑. 우산. 운동화. 휴대폰.
가끔은 틀니나 유골함까지 들어온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걸 잃어버렸다.
그리고 대부분은,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아갔다.
“정훈 씨, 이거 등록 좀 해줘요.”
낮 근무 직원이 플라스틱 보관함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렸다.
투명한 상자 안에는 낡은 MP3 플레이어 하나가 들어 있었다.
검은색.
액정은 금이 가 있었고,
이어폰 선은 반쯤 끊어져 있었다.
몇 년은 된 물건 같았다.
정훈은 습관처럼 접수표를 확인했다.
- 습득 장소 : ○○역 선로 인근
- 습득 시간 : 오후 10시 42분
“선로?”
“기관사가 발견했대요.”
직원이 하품하며 말했다.
“떨어진 건지 버린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상태가 좀 이상하더라고.”
정훈은 MP3를 손에 들어봤다.
차가웠다.
마치 비 맞고 오래 방치된 물건처럼 축축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충전은?”
“안 돼요. 완전 방전.”
정훈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런 물건은 며칠 지나면 폐기 처리된다.
요즘 누가 MP3를 찾으러 오겠는가.
직원이 퇴근한 뒤, 유실물센터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벽시계 초침 소리.
낡은 형광등 진동음.
멀리서 지하철 지나가는 둔탁한 소리.
밤 근무는 늘 그런 식이었다.
정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접수 목록을 정리했다.
그러다 문득, 책상 구석에 놓인 MP3를 다시 바라봤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는 괜히 전원 버튼을 눌러봤다.
당연히 반응은 없었다.
“역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내려놓으려던 순간.
치직.
작은 잡음이 들렸다.
정훈의 손이 멈췄다.
검게 죽어 있던 액정 위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왔다.
배터리 표시 없음.
재생 시간도 없음.
그런데 화면에는 단 하나의 파일명이 떠 있었다.
- 10월 17일.mp3
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이어폰에서는 작은 숨소리 같은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비 엄청 온다 진짜...”
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이어폰 볼륨을 낮췄다.
녹음 상태는 좋지 않았다.
지하철 안내방송 소리. 사람들 발소리. 멀리서 들리는 웃음소리.
누군가 일상적으로 녹음한 파일 같았다.
여자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또 걱정하겠네.”
철컹.
전철 문 닫히는 소리.
잠시 정적.
그리고 다시 목소리.
“이번엔 꼭 집에 일찍 가야지.”
파일은 거기서 끝났다.
정훈은 한동안 이어폰을 빼지 못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딱히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냥—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자꾸 귀에 남았다.
“이번엔 꼭 집에 일찍 가야지.”
정훈은 화면을 다시 봤다.
재생 종료.
그리고 액정이 꺼졌다.
완전히.
마치 처음부터 전원이 들어온 적 없다는 것처럼.
정훈은 한동안 MP3를 내려다봤다.
아무 버튼을 눌러도 반응은 없었다.
액정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그는 괜히 뒤쪽 배터리 커버를 열어봤다.
비어 있었다.
배터리 자체가 없었다.
정훈의 표정이 천천히 굳었다.
“...뭐야 이거.”
그는 다시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당연히 켜지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들었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정훈은 잠시 고민하다 MP3를 다시 보관함 안에 넣었다.
피곤해서 헛것 들은 걸 수도 있었다.
밤 근무를 오래 하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정훈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새벽 1시.
마지막 전동차가 지나간 뒤,
유실물센터 주변은 더 조용해졌다.
사람 소리가 끊긴 지하철역은 이상할 만큼 텅 빈 느낌이 났다.
정훈은 의자에 기대어 편의점 커피를 마셨다.
모니터에서는 CCTV 화면이 조용히 넘어가고 있었다.
빈 승강장.
닫힌 개찰구.
비에 젖은 계단.
그러다.
치직.
정훈은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도 같은 잡음이었다.
책상 위 플라스틱 보관함.
그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장이 이상하게 불편하게 뛰었다.
그는 말없이 MP3를 꺼냈다.
이번엔 액정에 다른 파일명이 떠 있었다.
10월 18일.mp3
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잠시 잡음.
그리고 다시 그 여자 목소리.
이번엔 숨이 조금 가빠 보였다.
“와...사람 진짜 많네...”
지하철 안내방송.
환승역 특유의 소음.
누군가 뛰어가는 발소리.
여자는 작게 중얼거렸다.
“아 맞다.”
잠시 뒤,
멀리서 통화 연결음이 들렸다.
그리고.
“엄마?”
“응, 나 아직 지하철.”
“아냐, 금방 가.”
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이어폰 너머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생생했다.
정말 누군가의 하루를 몰래 듣는 기분.
여자는 잠시 웃었다.
“알았어. 이번엔 안 늦는다니까.”
그 순간.
쿵.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녹음이 심하게 흔들렸다.
사람들 비명.
급정거 소리.
그리고—
파일 종료.
정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어폰 안은 다시 조용했다.
정훈은 천천히 재생 시간을 확인했다.
02:17.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파일 생성 날짜.
3년 전.
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곧바로 컴퓨터를 켜서 당시 사고 기록을 검색했다.
○○역.
3년 전 10월.
선로 사고.
검색 결과는 금방 나왔다.
“20대 여성 선로 추락 사망”
정훈은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기사 아래 첨부된 흐릿한 사진.
비에 젖은 승강장.
노란 통제선.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은 MP3 플레이어 하나.
정훈은 말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그 순간,
책상 위 MP3 액정이 다시 희미하게 켜졌다.
아직 아무도 누르지 않았는데.
새로운 파일 하나가 추가되어 있었다.
10월 19일.mp3
정훈은 한동안 손을 뻗지 못했다.
유실물센터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형광등이 한 번 희미하게 깜빡였다.
책상 위 MP3만 작은 불빛을 내고 있었다.
- 10월 19일.mp3
분명 방금 전까지 없던 파일이었다.
정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재생.
치직.
거친 잡음이 먼저 흘러나왔다.
바람 소리.
멀리서 들리는 지하철 진입 안내방송.
이번 녹음은 이전보다 훨씬 불안정했다.
숨소리도 가빴다.
여자는 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늦었다...”
발소리.
계단을 급하게 내려가는 소리.
이어폰 선이 옷에 부딪히는 마찰음.
그리고.
“이번엔 진짜 혼나겠다...”
작게 웃는 목소리.
그런데 이상했다.
어제 사고가 났다면, 오늘 녹음이 있을 리 없었다.
정훈은 점점 손끝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녹음 속 여자는 계속 중얼거렸다.
“엄마 미역국 했으려나...”
지하철 진입음.
강한 바람 소리.
순간 녹음이 크게 흔들렸다.
누군가 놀라는 비명.
급하게 숨 들이쉬는 소리.
그리고.
쿵.
이번에는 더 선명했다.
이어폰 너머로 금속 긁히는 소리와 사람들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이어폰을 빼버렸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하지만 파일은 끝나지 않았다.
이어폰 밖으로도 희미하게 소리가 새어나왔다.
누군가 울고 있었다.
멀리서 역무원 무전 소리.
“119 빨리—!”
잡음.
끊김.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훈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 이어폰을 귀에 댔다.
그때였다.
아주 작은 목소리.
거의 숨소리처럼 약한 음성.
“...엄마.”
정훈의 눈이 천천히 흔들렸다.
그리고 마지막.
정말 희미하게.
“나 곧 도착한다고 했는데...”
파일 종료.
유실물센터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정훈은 한동안 이어폰을 빼지 못했다.
밖에서는 막차 지나가는 진동이 희미하게 울렸다.
그는 천천히 MP3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컴퓨터 화면 한쪽에 떠 있던 사고 기사 속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 사망자 소지품 일부 분실.
정훈은 무의식적으로 MP3를 다시 바라봤다.
이 물건은—
3년 동안 돌아오지 못했던 걸까.
그는 말없이 접수 기록을 다시 열었다.
- 습득 장소 : ○○역 선로 인근.
- 습득 시간 : 오후 10시 42분.
그리고 하단 메모.
- 기관사 진술 : “선로 쪽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정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치직.
MP3 액정이 다시 켜졌다.
마지막 파일.
- 재생 목록 100% 완료
그리고 그 아래,
처음 보는 문장이 천천히 떠올랐다.
- 목적지 도착.
[세번째 부재중. 유실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