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끔,
오래전 꿈 하나를 평생 잊지 못한다.
민우에게 그 꿈이 그랬다.
정확히 몇 살 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초등학생이었는지,
중학생이었는지조차 흐릿했다.
다만 그 시절,
자주 어울리던 자매가 있었다는 건 선명하게 기억났다.
어머니끼리 친했다.
명절이면 같이 밥 먹고,
여름이면 계곡도 갔고,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았다.
특히 동생은 유난히 잘 웃는 아이였다.
조용한 언니 옆에서
혼자 계속 떠들고 웃던 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평소와 조금 다른 목소리였다.
“교통사고가 났대.”
민우는 방문 틈으로 어머니 얼굴을 바라봤다.
“많이 위험한가 봐...”
그날 집안 분위기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민우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이상한 꿈을 꿨다.
밤이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는데,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시외버스 같은 느낌이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사람들이 하나둘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다.
민우도 줄을 따라 걸어갔다.
신기하게도 버스 안에는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학교 친구.
오래전에 이사 간 옆집 아저씨.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전부 이상할 만큼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버스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리고 마지막.
정류장에는 민우와 그 여자아이만 남았다.
버스 문이 열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민우는 먼저 계단에 발을 올렸다가 뒤를 돌아봤다.
“빨리 와.”
아이는 가만히 서 있었다.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었다.
민우는 다시 말했다.
“출발한대.”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난 못 타.”
“왜?”
“다음에 갈래.”
민우는 이해하지 못했다.
“같이 가자.”
아이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 먼저 가.”
버스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앞만 보고 있었다.
민우는 몇 번 더 같이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끝까지 타지 않았다.
결국 민우는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천천히 닫혔다.
버스가 출발했다.
창밖.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아이가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점점 멀어졌다.
민우는 그 순간 이상하게 불안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버스는 이미 어두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우는 잠에서 깼다.
새벽이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창밖엔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이상한 꿈이었다.
너무 선명해서,
한동안 멍하게 천장만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례식장.
울고 있는 어른들.
검은 옷.
국화 냄새.
전부 흐릿하게만 기억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꿈만큼은
지금까지도 선명했다.
왜 자신은 버스를 탔는지.
왜 그 아이를 두고 먼저 출발했는지.
왜 끝까지 같이 남지 않았는지.
만약 같이 왔다면 살아있을까.
내가 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우는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그 꿈을 떠올린다.
늦은 밤 버스를 탈 때면,
문득 창밖을 보게 된다.
혹시 아직도 어디선가,
그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리고 아주 가끔은,
그때 들었던 마지막 목소리가
꿈처럼 다시 떠오른다.
“너 먼저 가.”
- 네번째 부재중. 막차.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