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드로우)
.
.
"야!!! 빨랑 인나!!!!"
"우으으으음...."
"청아!! 심처엉!!!!"
무아지경의 잠 속에서 내 귓가를 간지럽히는 상당히 듣기 껄끄러운 목소리.
이윽고 그 목소리가 내 이름을 마구마구 불러대면
난 잠결에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져 서서히 잠에서 깨기 시작한다.
"열두시야 임마!! 맞아야 일어날래?!!"
"우오오오오오"
결국 난 늑대 울음소리 비스무레한 괴성을 지르며 일어났고
지금 내 차림을 깨닫지 못한채 정장차림의 봉길오빠를 넋놓고 쳐다봤는데..
10년 넘게 한집에서 살아왔어도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에 왁스칠까지 한 봉길오빠의 모습은
난생처음보는거라 적잖히 당황스럽다.
"뭐야..정장?"
"왜? 난 정장입으면 안되냐?"
"....아흐음~"
난 하마 버금가는 큰 입을 자랑하며 하품을 했고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봉길오빠의 시선이 내 사각팬티로 가는 순간
그제야 내가 난닝구에 사각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그거...."
"아..이거?
은근히 편하드라구. 으흐흐"
"그게아니라.. 내꺼아냐?"
"미, 미키마우스가 너무 귀여워서 그만.."
"......"
사실 내 옷장에 오빠의 사각팬티 세개가 더 있지만
일그러진 오빠의 표정으로 짐작하건데 들키면 난 맞아죽을지도 모른다.
그래.....
세번째 서랍속에 고이 잠들어있는 팬티 세장은 무덤까지 가져가는거다.
"맞다! 갑자기 정장은 왜 입은거야?"
"아...그게.."
...
내 주특기인 화제전환으로 당장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것 같고.
"실은 오늘 선보러가거든.."
"뭐어어어?!!!"
생각지도 못한 오빠의 대답에 깜짝 놀란 나는
다시 한 번 정장차림의 봉길오빠를 올려다보았고
오빤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
..
"우왓! 진짜루? 상대가 누군데? 예뻐? 나이는? 직업은?"
"....좋아하는 표정이네"
"물론이지!!! 이모는 알아?"
"엄만 몰라"
"그래그래. 모르는게 좋을거야.
이모 성격 불같아서 오빠 연애하는거 싫어하잖아."
"그..렇지..
나 이만 나가볼게. 한시까지 만나기루 했거든."
"선보러 가는 사람이 왜이렇게 기운이 없어!
맘에 들면 적극적으로 대쉬해. 알았지? 잘해!!!!"
정장입은 오빠의 모습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힘없어뵈는 오빠의 모습또한..
처음이였다.
* 2:35pm
봉길이 오빠가 선본여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금 이 시각,
이모가 차려놓고 간 아침식사를 오후 두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먹고 있는 나.
넓은 식탁에서 혼자 밥먹는것만큼 처량한게 없다지만
이미 숙달된 나로써는 훨씬 편하고 좋을정도다.
뭐랄까.
나 혼자 다 차지한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고 내 방에서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이 무렵.
...
.....
010-7538-****
손바닥에 적힌 열 한개의 숫자에 시선이 고정되고.
그 때부터 어제 노랭이와 있었던 일들이 내 머리속을 마구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거 내 번호니까 전화해요. 알았죠?! 콜콜!! 오케이?'
'오케이?'라고 묻는 노랭이에게 내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내 기억으론 '오케이'라고 대답한 것 같다.
절대는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들과 얘기하지 않겠다고
내 자신과 굳건히 약속했건만.
"휴우우..."
그리고 지금.
윙윙거리는 컴퓨터 소리만 나는 텅빈 방에서
노랭이의 번호를 꾹꾹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분명 수업시간이겠지만 이 녀석이 수업을 들을리 만무하고,
예상외로 수업을 듣는다고 쳐도 학교에 있기는 할지 의문이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숫자를 누르자 컬러링도 아닌 단조로운 신호음이 울린다.
삐이이...삐이이이....삐이이이이이...
찰칵.
받았다 받았다.
정말 학교가 아닌듯 세번의 신호음만에 전화를 받는 녀석.
"여보세요?"
"앗 여자야 여자야"
도데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건지
맞은편에선 감탄사를 포함한 거친 욕들과
전화를 건 주인공이 여자임을 알리는 노랭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음음. 누구세요?
저는 최강 꽃미남 윤천해에요!!"
"..아 전..그...돈까스.."
"예? 돈까쓰씨라고요?"
"아뇨오!! 어제 우신고 위치 물어봤던 사람인데요!!"
"아아.. 그분이시구나!
근데요 지금 서형이가 학교에 없어요.
같이 담 넘기로 했는데 반서형 그자식이 쌩까고 어디로 가버린거에요.
지금 우리도 서형이 기다리는 중인데 여기로 올래요?"
"아 예.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뭐"
"아 그러니까 지금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요..
....우신고 근처에 시계탑이 하나 있거든요?
그 시계탑 왼쪽 골목에 보면 빌딩 한개가 있는데요.
빌딩 지하 1층으로 오면 되요."
"앗 저기 전....!!"
뚜우...뚜우....뚜우우...
노랭아. 넌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쳤구나.
난...
우신고가 어딨는지 모른단 말이다.
...
..
.
다시 급하게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건 익숙한 여자의 음성뿐이였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이렇게 되면...
내 천재적인 머리로 직접 우신고를 찾아나설 수 밖에.
파란색 머리끈으로 머리를 질끈 묶고 자외선 차단 크림까지 바르면 준비완료.
모두들 기대해요.
나 지금 구천 오백원을 되찾으러 우신고로 가고 있어요.
그 어느때보다 당당하게
마치 범인을 잡으러 가는 형사처럼 늠름하게
난 그렇게 집을 나섰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 드로우 #3 】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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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
06.08.22 17:2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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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 있어요!! 눈물님 앞으로도 화이팅하세요!
폐인님 리플 감사드려요ㅠ 님덕에 화이팅하고 소설쓰고 있답니다=_=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