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물밥에다 퍼지지도 안았는데, 국맛은 그래도
보리를 섞은 쌀,
된장국을 꿇이려
감자 ,다마네기(양파)와 마늘,
그리고
반찬으로 먹으려고 오이도 다섯개나 담고
등짝에 베낭을 짊어지고 대문밖을 나서는데,
"재미있게 놀다 와'라고
마누라 순신이 어메가 손 흔들며 전송하더라.
슈퍼에 들려
왜된장에 쌈된장을 하나씩 사서
추가로 담고
입가심으로 과자도 두 봉지나...
친구들과 넷이서 바둑을 뒤었는데
쉬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조용함과 여유로움이 깃든
대국실 어디(?)...
야외 대국실에 바둑판을 깔아놓고
서로 잘 뒨다고 약을 올리면서
국수전을 벌렸다.
시간이 얼마나 된지도 모르고 바둑에 열중하고 있는데
"밥 주지 않을거야, 배에서 꾸루루 꾸루루 소리가 나는데"라고
대국자들이 점심 밥 얼른 하라고 조른다.
집에서 가져 온 베낭을 풀어서
코펠을 깨끗이 씻고,
쌀을 잘 씻고 난 후
뚯물(뜬물)을 빼서 다른 그릇 담아두고,
쌀 속에 돌이야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행여나 하는 심정으로
손바닥 옹그려 만든 손 복조리로 쌀을 일었다.
버너를 꺼내 조립하여
쉬- 불소리, 들리게 만들어 놓고
버너의 삼발 위에 쌀 냄비를 얹었다.
냄비 속 쌀 위에 손바닥을 납짝하게 집고
손등을 살폈다.
냄비속 물이 손등위에 찰랑하기에
물을 약간 퍼내고 냄비뚜껑을 덮었다.
쌀뚯물(뜬물?) 받아 논 냄비에 된장을 풀고
송송 베껴 놓은 감자와 양파를 물로 씻어
도마 위에 얹어놓고 싹싹싹 잘게 썰어놓고,
된장을 한 수저 퍼서 손으로 주무럭 주무럭,
한참을 주무르고 나서 된장맛을 맛을 보니
약간 싱겁기에
된장을 더 풀어 넣었다.
그런데도 어째 맛이 별로이기에
쌈된장을 한 수저 푹 퍼서 풀고
맛을 다시 보니
이제서야 맛이 제대로 난다.
"빨리 빨리 밥이나 채리지,
된장냄새만 계속 풍기면 어쩌자는 거야, 라고
바둑 뒤는 사람들 밥 재촉하기에
바쁜 마음에 밥냄비 뚜껑 열고 보니
보리쌀은 크게 자라지도, 익지도 않고 처음에 넣었던
그대로인체 쌩밥이다.
"밥이 절 됐는데, 하면서
물을 한 그릇 더 붓고 깨스불을 올리고
기다리는데...
조금 지루해서
바둑 뒤는 판세를 한번 둘러보고 나니
이제는 밥 타진 냄새가 진동하다.
다급한 마음으로
얼른 뚜껑 손잡이를 잡고 여는데
뜨거운 냄비뚜껑이 육고기가 없다고
내 몸에 붙어있는 손가락 살을 뜨겁게 익힌다.
"아이고, 뜨거워"라고 소리 질겁하는데
"누가 밥 하라고 했지, 손가락 구우라고 했나"라고
바둑뒤는 사람 빈정거린다.
한쪽에서 신선들 바둑을 뒤는 데
처량한 이놈은
쌀밥에 된장국이나 끓이고 있으니,
소대장 전령이 윤기 자르르 나게
밥 지어 가져준 군대시절 항고밥이
생각난다.
물기가 덜 내린 밥을 보더니
"배고프면 그것이 반찬인데"라고 한마디 내뱉더니
코펠냄비에서 밥주걱으로 밥을 푹푹 퍼서
밥그릇에 담아 내놓으면서
"된장국이나 얼른 떠"라고 재촉까지 한다.
"에라 모르겠다.
퍼진 밥이면 뭐하고, 안 퍼진 밥이면 뭐하고,
된장국이 짜면 뭐하고, 안 짜면 뭐하냐, 라는 식으로
감자국을 밥그릇으로 한 그릇씩 팍팍 퍼서
배고픈 그들 앞에 내 놓았다.
"밥은 물밥에다 퍼지지도 않았는데 국맛은 그래도 일품이네"라고
방랑삿갓 사주 이놈을 힐끗 쳐다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위로 추겨세우더라.
-방랑삿갓 사주 정환이가-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방
밥은 물밥에다 퍼지지도 안았는데, 국맛은 그래도...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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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28 11:2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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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금더 끓였으면 밥이 잘 되였을텐데요. 물밥이며 쌀이 퍼지지않았다면 말입니다. 그래도 뱃속에 들어가면 익혀지며 소화가 잘되는것이 야외에서의 또 다른 맛이겠죠,저도 엤날에는 3층밥도 지어 보았지만 지금은 도사예요,재미있게 노시다 오세요..
밥이 별루면 입낫으로 드시면 되지요... 님의 잼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담에 밥 잘 될겁니다... 도전해보세요....
요리 하시는 폼이 일품 인데유~!
그 낭만 죽여주지유 어휴 부러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