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기타에 참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사실 3월 중순에 처음 재즈와 보사노바 기타를 배울 때만 해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이제 정확히 만 6개월이 된 이 시점에서 이제는 재즈 코드가 익숙하다는 것이 대견스럽다. <Autumn Leaves> 나 <Fly me to the moon>나 < Black Orpheus> 등의 대중적인 곡은 물론이고 <Georgia on my mind>나 <How insensitive> 등의 꽤 난해한 곡들도 이제는 손이 쉽게 따라간다. 유튜브에서 백킹 트랙을 틀어놓고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유월말에 미국에서 기타를 들고 온 친구와 함께 일주일 간 음악여행을 한 뒤로 클래식 기타도 혼자서 열공해서 이제는 기존에 조금 치던 <로망스>와 <라리안느 축제 외에 >두 개의 <밀롱가>와 <월광>, <아람브라 궁전의 회상>까지 길은 완전히 익혀놓았고 이제는 매끄럽게 칠 수 있을 때까지 매일 한 번씩은 연습한다. 아무튼 전반적인 기타실력이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얼마 전에 재즈 기타 수업을 하다가 밴드를 만들어 레슨 마치고 본격적인 합주를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같이 배우는 분이 전자 콘트라베이스를 따로 배우는 중이라 그 사람이 베이스를 맡고 재즈기타 선생님과 내가 교대로 퍼스트와 세칸 기타를 맡기로 하고 3주 전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합주를 한 번 해보았다. 연습곡은 그 사이 몇달 동안 열심히 배웠던 <고엽>과 <흑인 오르페우스>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어리버리해서 잘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주에는 일단 흐름을 대충 따라갈 수 있게 되었고 이번 주에는 제법 정확하게 박자를 따라가면서 멜로디도 치다가 코드 연주도 할 수 있게 되어 선생님으로부터 크게 칭찬을 받았다. 혼자 치는 기타도 좋지만 세 명이서 제대로 호흡을 맞추어 가면서, 더군다나 멜로디 파트와 코드 파트를 번갈아 가면서 치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있다. 좀 더 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즉흥연주도 가능해질 것같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나가면 연말 즈음에는 대여섯곡 정도는 제법 멋지게 합주할 수 있을 것같다.
60의 나이에 재즈기타, 기대 반 의구심 반으로 시작했고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도 꽤 있었지만, 오로지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미친듯이 기타에 매달렸다. 재즈 기타 선생님도 다른 것은 몰라도 나의 열정 하나는 확실하게 인정해주신다.^^ 육 개월이 지난 이 시점,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내가 생각해도 대견할 정도로 많이 달려왔다. 재즈 기타를 통해 음악을 보는 눈 자체가 확 바뀌었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재즈 기타는 나의 음악적 내공을 확 높여놓았을 뿐 아니라, 내 삶의 큰 성취의 하나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기타를 연주하는 순간이 너무나 즐겁도 행복하다.
너른돌
첫댓글 형님. 멋지십니다.
어쩜 문장도 이렇게 유려하십니까.
늘 배웁니다.
백자, 반가워.^^
언제 백자랑 같이 기타 들고 만나야 될텐데...^^
와~~ 재즈기타도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듣고 연습하셨었군요. 언젠가 How Insensitive를 연주해주시면 정말 엄청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이고 영어와 포르투갈어로 즐겨 부릅니다. 언제 기회가 연주해드릴게요.^^
@너른돌 언젠가 꼭 연주와 노래를 들을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너른돌 님과 백자님의 합주 완전 근사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