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그리운 오빠>
오라버님 임종국 거리엔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은빛 물결이 출렁입니다. 그 속에 하나이어야 할 나의 오빠 임 종국 당신은 어찌 그리도 짧은 인생을 힘겹게 사시다 가시었나요?
당신의 생애에서 국권강탈의 그 치욕의 역사가 없었다면 그 타고난 섬세함과 예술적 감각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사실 수도 있었건만 당신은 왜 남들이 애써 외면한 나라조차 덮으려 한 일제의 침략사에 당신의 평생을 거시고 어렵고 힘들며 분노를 자아내는 그 일에 매달려 당신의 살을 깎고 피를 말리며 기록한 일제의 침략사 이 땅에 바로 세울 정의를 위해 당신의 한목숨 바쳤습니다.
소년 시절 당신은 다정한 맏오빠 어느 해 큰물이나 피신을 갈 때 12살 아래 누이 저를 무등 태우고 가슴까지 차 오르는 물길을 헤치며 무사히 안전지대로 피신을 시켜주셨지요. 그 어느 날 당신께 용돈을 얻으러 찾아간 근무처 빵집에 데려가서 무엇을 먹을래 빵집이 처음이었던 어리배기 저에게 진열장 앞에서 이것저것 손짓하며 빵을 골라주시던 나의 맏오빠 때로는 글이 잘 안 풀려 신경이 곤두서면 애꿎은 손찌검도 하신 적 있지만 오빠 당신은 천성이 순박하고 섬세한 외골수 예술가였지요.
당신의 생애에 일본의 침략이 없었다면은 아! 오늘 당신은 행복한 예술가로서 은빛 노년을 즐기시련만 모두가 외면하는 아픈 기억을 모두가 덮으려는 치욕의 역사를 헤집고 파내어 교훈 삼고자 다시는 반역의 역사를 세우지 않으려 당신은 그로 인해 가셨습니다. 너무나 아픈 상처 남겨놓은 채 그러나 당신이 이룩한 그 업적은 정의의 칼날로 길이 남아서 우리의 양심에 날을 세웁니다. 빗나가는 양심을 바로 세우는 정의의 칼날로 빛날 겁니다. 오빠 부디 다음 세상엔 배족(背族)의 역사는 잊어주시고 행복한 예술가로 태어나세요. 오빠가 다시 태어날 그 세상에는 정의만이 충만하길 빌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