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5.26.화요일 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 기념일
1베드1,10-16 마르10,28-31
참 멋지고 거룩한 삶을 살고 싶습니까?
“사랑, 버림, 따름, 축복”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의 주님께 대한 물음이 흡사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선 우리 수도자의 물음을 연상케 합니다. 베드로와 주님이 주고받은 문답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을 많을 것이다.”
물론 당대의 예수님 제자들만큼 철저한 버림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선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선 축복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크고 많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사제들이나 수도자들의 현실에서도 그대로 입증됩니다.
현세에서의 넘치는 축복이요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버림과 따름에는 방심은 금물입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도 될 수 있기에 시종여일 끝까지 주님의 수행자로서의 노력이 필수입니다. 주님 사랑만으로 부유하고 행복하기에 저절로 버림에 주님을 따라나선 무욕의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주님 사랑의 자발적 표현이 버림과 따름이요 주님 사랑의 현존 안에서 내적 부요에 행복과 자유의 삶이니 이런 삶 자체가 이미 영원한 생명의 축복입니다. 이런 축복은 꽃 같은 환대의 사랑에서 잘 드러납니다. 특히 정주의 수도생활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사랑의 환대요, 오래전 <환대>란 시가 생각납니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찌프린 적이 있더냐
하루 이틀 몇 날이든
언제나 활짝 핀 환한 얼굴로 오가는 이들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주차장 옆 코스모스 꽃 무리들
피곤한 모습 전혀없다
볼 때 마다 환해지는 마음이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2000.9.27.>
요즘은 수도원 원내 길목 성모상 옆 샛노란 금계국꽃이 환대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모든 꽃이 빛나는 환대의 상징입니다. 무욕의 사랑, 집착 없는 순수한 사랑, 환대의 사랑입니다. 자발적 주님 사랑에 점차 욕심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설 때 저절로 피어나는 <환대의 꽃>같은 사랑이요, 이 또한 큰 축복압니다.
버리고 따르는 것은 예수님 당대의 제자들이나 현재의 사제나 수도자들의 특권적 축복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서는 주님을 믿는 누구든 내 삶의 꽃자리에서 자기 나름대로 부단히 안팎으로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라 살면 축복입니다. 사랑의 주님께 희망을 두고 부단히 버리고 주님을 따를 때 부요하고 행복하고 자유로운, 멋지고 거룩한 삶입니다. 베드로의 적절한 권고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받을 은총에 여러분의 모든 희망을 거십시오. 무지하던 때의 욕망에 따라 살지 말고,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멋지고 거룩한 삶! 결코 비상한 삶이 아닙니다. 누구나 평범한 일상, 내 삶의 자리에서 주님께 궁극의 희망과 사랑을 두고, 욕망 따라 살지 말고 주님 따라 살 때 저절로 버림이요, 주님을 따르는 내적 여정의 멋지고 거룩한 삶입니다. 이런 집착 없는 무욕의 삶에서 꽃같이 피어나는 환대의 친절, 환대의 기쁨, 환대의 꽃같은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멋지고 거룩한 삶의 모범이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 필립보 네리입니다. 성인은 혼란스러운 종교개혁시대에 교회를 굳건히 수호했던 분으로 유쾌한 성격과 재치있는 말솜씨, 방대한 지식까지 겸비했던 인물이자,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들을 정성껏 도와주고 즐거이 어울렸던 성인으로 베드로에 이어 로마의 두 번째 사도로 큰 존경을 받았습니다.
로마에서 17년동안 평신도로 활동하다 1551년 36세 늦은 나이에 사제서품을 받은 성인입니다. 밤은 성인에게 특별한 기도시간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그는 거리로 나가곤 했는데, 때로는 교회에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성 세바스티아노 지하묘지에 들어가 기도했습니다. 그는 <나홀로> 성덕이 아니었습니다. 성인을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필립보 신부를 알게 된 그날은 축복받은 날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역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재속 사제 공동체인 오라토리오회를 설립하여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고압적이고 경직된 교회 분위기를 완화하여 사제나 신자들이 융통성 있고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레고리오 4세 교황이 추기경 직위를 내렸으나 완곡히 사양한 필립보 네리 신부는 선종하는 날까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가난하고 겸손했던 성인의 마지막 유언과 성인이 남긴 말씀들, 그리고 후대의 평가도 참 좋은 공부가 됩니다.
“예수님, 당신은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는데 저는 깨끗하고 안락한 침대에 누운채 이렇게 친절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간호를 받고 있습니다. 얼마나 염치없는 노릇입니까?”
말씀하신 후 주위 분들에게 십자가를 그어 축복하신 후 선종하셨습니다. 이어 성인의 어록입니다.
“기쁨에 찬 마음은 침울한 마음보다 더 쉽게 온전해진다.”
“기쁘게 지내라, 그러나 죄는 짓지 마라!”
“고해성사를 잘 받는 것이야 말로, 모든 영적쇄신의 기초가 된다.”
“안심하여라. 머지않아서 네 자신을 완전히 바로 잡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십자가를 피하려 들지 마라. 왜냐하면 그 어느 것도 십자가보다는 안전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살아서 지옥에 내려가 보지 못한 사람은 죽은 후에 지옥에 가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육신을 돌보는데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 마라. 교만을 미워하라. 자주 기도하라.”
“선을 행할 시간이 주어졌으니,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은 행복하다.”
“인색한 사람은 덕성에 있어 결코 진보할 수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마라.”
“게으름을 경계하라. 게으름은 악습의 온상이다.”
“지나치게 신심에 빠져 들려 하지 마라. 조금씩 시작하여 꾸준하라.”
“하느님, 저의 머리 위에 당신의 손길을 뻗쳐 주십시오. 만일 당신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필립보는 그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명인사의 평입니다.
“유머 감각이 풍부한 성인”<괴테>
“예수님처럼 그는 르네상스 시대 로마의 고귀한 궁전들로부터 골목길들까지 그곳에 있는 모든 인간의 고통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성인이다.”<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
“사람들에 대한 신뢰, 어둡고 음울한 영향을 물리친다는 것, 흥겨운 정신과 기쁨, 그리고 은총은 자연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치유하고 강화하고 완벽하게 한다는 신념이 특징인 성인의 영적 부성은 그가 일구었던 모든 업적들로 빛났다.”<교황 프란치스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른 성 네리 필립보를 통해 교회에 주신 주님의 축복이 차고 넘칩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사랑-버림-따름-축복>의 내적여정에 참 좋은 도움이 됩니다. 아멘.
http://www.benedict.kr/
-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