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이길 방법이 없다"
당구는 지독한 멘탈 스포츠다. 무언가에 한 번 거슬리거나 예민해지기만 해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게 당구다.
그래서 간혹 세계적인 톱랭커들조차도 어린 선수나 무명 선수에게 패하기도 한다. 국내외 선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다.
상대 선수의 플레이나 관중의 응원,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 등 여러 가지 경기 외적인 환경이 멘탈 작용을 하기 때문에 승부에는 항상 변수가 생긴다.
지난 26일 열린 3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에서도 최강 조재호(NH농협카드)가 거의 이겼던 세트를 두 번이나 역전 당하고 4세트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상대방인 박동준(45)은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잔뼈가 굵은 선수다. 구력으로 치면 조재호 못지 않게 오래 공을 쳐왔다.
승운이 따라준데다가 상대의 틈을 놓치지 않고 자기 공을 충분히 쳤던 박동준은 멘탈 승부에서 조재호를 이겼다.
1세트는 4타석 동안 점수를 내지 못했던 조재호가 5이닝에서 8득점을 시작으로 1-1-4-1 연속타를 휘두르며 9이닝 만에 15:7로 무난하게 승리했다.
그런데 분위기 좋았던 조재호의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세트 말미였다. 3이닝부터 2-4-5-2 연속득점으로 조재호는 14:6으로 앞섰다.
2세트 승리까지 단 1점 남은 가운데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면 다음 세트는 비교적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다.
조재호는 6이닝 15점째 공격은 쿠션에 큐볼이 붙으면서 뒤돌리기 공략이 쉽지 않았고, 7이닝 스리뱅크 샷은 제1적구와 제2적구가 살짝 충돌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문제는 집중력이 살아난 박동준이 이어진 타석에서 스리뱅크 샷을 시작으로 어려운 배치를 해결하며 대거 9점을 득점한 것.
조재호가 순식간에 14:15로 2세트를 내줘 1-1이 됐고, 3세트 승부는 다시 긴장감이 흐르게 됐다.
그래도 조재호는 3세트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첫 타석부터 2-1-3 연속타로 6:2로 앞서더니 4이닝에서 박동준이 6:6 동점을 만들자 곧바로 7점을 받아치며 13:6으로 리드했다.
3세트 승리까지 조재호는 단 2점밖에 남지 않았다. 되돌리기 뱅크 샷을 시도했으나 살짝 빗나갔고, 5이닝 비껴치기와 6이닝 역회전 비껴치기 모두 점수와 연결되지 않으면서 13:9에서 박동준에게 다시 기회가 넘어간 것이 화근이 됐다.
그리고 이 타석에서 결정적인 일이 일어났다. 박동준이 시도한 원뱅크 샷이 운 좋게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2점을 쫓아간 뒤 다시 스리뱅크 샷으로 2점을 더 득점해 13:13 동점을 만든 것.
이어서 대회전 두 방으로 세트포인트까지 마무리한 박동준에게 13:15로 3세트를 빼앗기면서 1-2로 전세가 역전됐다.
조재호는 3세트까지 애버리지 1.9를 치고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 반전됐고, 4세트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2세트에서 코너에 깊게 찔러넣어 성공시켰던 비껴치기 초구를 4세트에서는 실패했고, 2이닝에서도 뒤돌리기 득점 기회를 놓쳤다.
3이닝에서 비껴치기와 4이닝 길게 비껴치기 모두 득점에 실패하면서 결국 위기가 왔다.
그 사이 박동준은 4이닝 2득점과 5이닝 3득점, 그리고 7이닝에 5득점을 올려 10:1로 크게 앞섰다.
8이닝에서 3점을 더 보태 13:1까지 점수가 벌어지면서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어졌고, 11이닝 만에 박동준이 15:4로 4세트를 승리하면서 승패가 갈렸다.
출처 : 빌리어즈(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1265)